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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목소리 높인 철도 지하화, 사업성 발목 잡혀 '사골 공약' 그치나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4-04-23 1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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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목소리 높인 철도 지하화, 사업성 발목 잡혀 '사골 공약' 그치나
▲ 용산역과 서울역을 잇는 경부선 지상 철도의 모습. <용산구>
[비즈니스포스트]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나자 철도 지하화를 향한 정치권의 열기가 가라앉는 모양새다.

사업성 문제 해결에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 철도 지하화 역시 또다시 선거철마다 등장했다 사라지는 무의미한 공약에 머물게 될 공산이 크다.

23일 정부와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총선 이후 정부 차원의 철도 지하화 추진 움직임은 비교적 잠잠하다.

국토교통부는 6월부터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 공모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자체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그 외에는 공공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이 16일 조직 체계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체계로 개편하면서 철도 지하화 전담 조직을 만든 일이 눈에 띄는 정도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주요 정책, 공약으로 철도 지하화에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인 셈이다.

주요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총선 공약집을 통해 중앙당 차원의 중요 공약으로 철도 지하화를 내세웠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총선을 앞둔 1월25일 6번째 민생토론회를 직접 주재하며 철도 지하화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 등과 함께 교통분야 3대 혁신 전략으로 발표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총선 일주일 전인 4일에는 서울, 부산, 인천, 세종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추진협의체’를 발족하기도 했다.

철도 지하화는 20여 년 넘게 대통령선거, 총선 등 주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대표적 공약으로 꼽힌다. 여러 번 우려먹는다는 비판적 의미가 담긴 ‘사골 공약’으로도 불릴 정도다.

철도 지하화가 매번 선거 때 나오는 것은 철도가 지나는 지역 인근에서 사업 추진을 원하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는 4월부터 도내 철도 지하화 등 자문을 위해 정책기술자문단을 꾸리고 서울시는 용산구, 영등포구와 철도 지하화에 따른 상층부 개발안 논의를 준비하는 등 주요 지자체에서는 철도 지하화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역 사회의 바람에도 철도 지하화가 수십 년째 공전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는 정치적 변수가 꼽힌다.

철도 지하화는 정권, 지자체장의 임기를 넘어갈 정도로 사업 기간이 긴 데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정치권에서도 여야 혹은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갈릴 수밖에 없다.

다만 철도 지하화를 둘러싼 정치적 변수의 해결은 조금씩 실마리가 풀리는 상황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여야 합의를 통해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특별법에는 철도부지 상부와 인근 지역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고 사업 시행자가 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추진협의체 출범식에서 “철도 지하화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법률을 기초로 사업을 추진한다”며 “선거 과정이지만 어느 당 할 것 없이 공약으로 내건 사업이기에 정치적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철도 지하화의 실제 추진을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인 사업성 문제는 여전히 해법이 나오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이번 총선에서 철도 지하화를 중당당 차원의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예산 및 사업성 확보 등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내용을 내놓지 못했다.

국토부, 정책기관 등 분석을 종합해 보면 전국적으로 철도 지하화에는 50조~80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철도 지하화를 통해 개발될 부지는 철로를 따라 이어지는 길쭉한 형태라 활용 방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과 달리 별도 통행료를 받을 수도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민간 투자를 유치할 정도의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녹록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혹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지하화된 철도부지 인근까지 사업 대상에 포함하는 등 통합개발이 사업성 확보에 필수적 요소로 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협의회 출범식에서 “철도 지하화는 중앙정부와 서울시, 인접 지자체 사이 긴밀하게 협의하고 계획을 만들고 실행해야만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하화되는 철도 주변 지역에 개발 보상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국토교통부 추진 일정에 맞춰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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