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여소야대 2막`이 펼쳐지게 됐다. ‘규제완화’와 ‘세금감면’을 앞세워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속에 소비와 기업투자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들이 거대 야당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21대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민생법안들도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가 22대 국회 출범에 즈음해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주요 쟁점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여소야대 2막] 산은 부산 이전 급제동, 2차 공공기관 이전 발표가 여전히 변수

▲ 정부의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이 민주당의 총선 압승으로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에서 국정과제로 추진하던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총선 이후로 미뤄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2차 지방이전 공공기관' 발표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이전 대상 기관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 공공기관의 이전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18일 정치권과 금융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 개정이 필요한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국회를 통과하기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은 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국회에는 정부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방침에 발맞춰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수정하는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그동안 정부는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퍼즐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도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는 사실상 힘들게 됐다.

21대 국회에서 산업은행 이전을 적극 반대하던 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 다시 당선된 점도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힘들게 만드는 지점이다.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문제를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산업은행 이전 반대에 앞장섰던 김종민, 김한규, 박성준, 오기형 의원은 22대 총선에서도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들은 2022년 12월1일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을 사회적 합의와 법 개정 없이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전 작업을 즉각 중단하도록 요구하는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산업은행 이전 반대 운동을 적극 지원하던 박홍배 전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총선 하루 뒤인 11일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열린 이전 반대 집회에 직접 참석해 “산업은행 동지, 한국노총 금융노조 동지들과 함께 산업은행 이전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업계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금융 공공기관 이전의 전초전으로 바라보며 주시해왔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란이 일자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금융 공공기관 유치전을 벌였고 이에 금융 공공기관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커졌다.

대구시는 지역 특성상 중소기업이 많다는 이유로 IBK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유치를 희망했다. 부산시도 산업은행을 포함해 수출입은행을 지역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원도는 한국은행 본점을 춘천에다 유치하겠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전라북도는 한국투자공사와 농협중앙회를 유치하기 위해 추진단을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이전이 사실상 무산된다면 금융 공공기관들의 지방 이전 논의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여소야대 2막] 산은 부산 이전 급제동, 2차 공공기관 이전 발표가 여전히 변수

▲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전반대 집회에서 직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차 지방이전 공공기관 발표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이 격화하자 발표 시기를 올해 총선 이후로 연기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부의 산업은행 이전 강행을 놓고 금융 공공기관들과 함께 반대해왔으나 대규모 이전계획이 본격화한다면 지역 표심을 고려해 이들 기관을 유치하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도 이번 총선에서 서울보다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민주당의 지역별 주요 공약을 살펴보면 부산의 경우 산업은행을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핵심 공공기관’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대전과 강원, 충청, 전북, 전남에도 각 지역 특성에 맞는 공공기관을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아직 산업은행 이전 반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총선 때 민주당 부산시당에서는 산업은행 이전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며 “총선 결과에 따라 부산 이전 동력이 약해지긴 하겠지만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