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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택의 NEW가 김기덕의 '그물'에 투자한 까닭

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 2016-10-06 16: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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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는 중소규모의 투자배급사입니다. 대기업이 할 수 없거나 불편하게 여기는 영화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맡을 수 있습니다.”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대표의 말이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투자와 배급까지 100% 담당한 ‘그물’도 대기업 배급사가 맡기에 불편한 영화다. 남북한의 정치역학이 한 인간을 파멸로 몰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무엇을 노리고 김기덕 감독의 그물에 투자했을까?

◆ 브랜드 자산 강화

김기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그물이 6일 개봉했다.

  김우택의 NEW가 김기덕의 '그물'에 투자한 까닭  
▲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대표.
그물은 2012년 세계3대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 감독의 신작이다. 류승범씨와 이원근씨가 주연을 맡아 남북의 힘겨루기에 인생이 파괴되는 북한 어부의 일주일을 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투자배급한 그물은 6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예매율순위 12위다. 예매율은 1%, 누적관객수는 1396명이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투자배급했던 장편상업영화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관계자는 “상업영화시장에서 수익도 중요하지만 질좋은 다양한 영화를 많이 선보이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그물을 배급했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감독의 영화를 배급해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마케팅학자인 케빈 레인 캘러에 따르면 브랜드 자산은 동일한 마케팅비용이 투입됐을 때 브랜드의 후광효과로 경쟁사보다 높은 경제적 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을 말한다.

국제영화제가 감독이나 배우에게 시상할 때 필모그래피 전반을 고려하며 차기작까지 눈 여겨 보는 성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선택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는데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대표는 김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뒤 인터뷰에서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황금사자상에 쏠리니까 어딜 가나 주목받았다”며 “대접이 엄청나게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김 감독과 꾸준히 인연을 맺는 동시에 홍상수감독, 이창동감독의 영화도 투자배급하고 있다. 홍 감독과 이 감독은 국제영화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감독으로 손꼽힌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김 감독의 영화를 맡은 건 그물이 네번째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김 감독이 제작을 맡고 전재홍 감독이 연출한 2011년 ‘풍산개’를 시작으로 2012년 피에타, 2013년 ‘뫼비우스’를 투자배급했다.

또 2015년에 홍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배급했다. 2010년에는 이 감독 ‘시’의 배급을 맡았다.

홍 감독은 제63회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비롯해 제68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 황금표범상을 받았고 이 감독은 제64회 칸영화제 각본상과 제5회 아시안필름어워드 감독상을 수상했다.

◆ 제작비 대비 높은 수익성

김 감독을 비롯해 홍 감독, 이 감독의 작품은 특성상 극장에서 많은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김우택의 NEW가 김기덕의 '그물'에 투자한 까닭  
▲ 영화 '그물' 포스터.
그러나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런 영화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세 감독의 영화는 극장에서 관객동원력은 약하지만 일부 소비자의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주문형비디오(VOD)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낸다.

정윤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영화관 티켓 평균가격인 1만 원에서 부가가치세와 영화발전기금, 극장의 몫까지 제하면 투자배급사가 인식하는 원가는 4천 원 수준”이라며 “4천 원은 주문형비디오 평균가격과 비슷하며 VOD가 한 번 판매될 때마다 영화관객 1명과 같은 수익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김 감독의 피에타는 총제작비가 8억5천만 원, 손익분기점은 30만 명이다. 피에타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효과를 입어 60만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주문형비디오로 22만 번 내려받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82만 관객을 동원한 효과를 낸 셈이다.

2013년 개봉한 뫼비우스 역시 극장에서 3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지만 그 해에만 3만번 내려받기 돼 총 6만 관객을 동원한 효과를 냈다.

홍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순제작비가 5천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에서 8만 명을 동원했지만 올해 6월까지 주문형비디오로 3만번 내려받기 됐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는 세 감독과 협력해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수익도 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있는 셈이다.

세 감독의 영화는 해외판매 가능성도 높다.

김 감독의 피에타와 홍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해외 20여 개국 이상에 판매됐고 이 감독의 시 역시 4개국 이상에 판매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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