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MIC 5나노 반도체 양산 '묘수' 찾는다, EUV 대신 자국업체 기술 활용

▲ SMIC가 중국 내 협력사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EUV 공정을 대체할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파운드리 1위 업체 SMIC가 자국 내 협력사의 노광장비를 활용해 네덜란드 ASML의 EUV(극자외선) 장비를 대체할 잠재력이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MIC가 미국 정부 규제로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를 활용하지 못 하는 상황에도 5나노 이하 공정을 상용화할 방법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SMIC는 중국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나우라를 포함한 협력사들과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반도체 웨이퍼(원판)에 회로를 그리는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해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로 파악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SMIC가 해당 기술을 통해 ASML이나 일본 니콘의 고사양 장비를 활용하지 않아도 5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을 구현할 잠재력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네덜란드와 일본 등 동맹국을 압박해 중국에 고사양 반도체 장비를 수출할 수 없도록 했다.

SMIC가 지난해 화웨이와 기술 협력으로 EUV 장비를 쓰지 않는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자 대중국 수출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중국이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EUV 장비를 사들일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SMIC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는 성과를 낸 셈이다.

중국의 파운드리 공정 기술이 7나노에서 한계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지만 SMIC는 자국 협력사들과 연구개발을 통해 5나노 반도체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나우라를 비롯한 중국 장비 제조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특별 프로젝트를 가동해 기술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나우라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이러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SMIC가 5나노 미세공정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는 점이 공식화되면 미국 정부의 대중국 규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나우라 등의 시도가 결실을 맺을 지는 미지수지만 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조치를 극복하고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중국의 결심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7나노 및 5나노 미세공정은 인공지능 반도체나 첨단 군사무기용 반도체 등에 쓰일 수 있어 미국이 특히 경계하고 있는 기술 분야로 꼽힌다.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중국 정부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반도체 기술 한계를 극복하는 데 힘쓸 것”이라며 5나노 반도체 양산에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SMIC가 이러한 방식을 통해 5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반도체 생산 수율이나 경제성 측면에서는 삼성전자나 TSMC 등 상위 파운드리 기업에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인공지능과 군사무기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강력한 지원 정책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미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규제 대상을 화웨이와 SMIC뿐 아니라 주요 협력사들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