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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군대에서 구타 추방할 수 있나

강우민 기자 wmk@businesspost.co.kr 2014-08-03 1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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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구, 군대에서 구타 추방할 수 있나  
▲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7월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28사단 집단폭행 사망사건에 대해 군 수뇌부를 긴급소집해 병영문화의 쇄신을 강력히 요구했다. 

군은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병영문화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군 내 폭행사건등이 끊이지 않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한민구 “문명사회 있을 수 없는 일”

한민구 국방장관은 2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군 수뇌부 회의를 긴급소집해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에 의해 발생한 윤 일병 사망사고는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수치스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군 수뇌부 회의는 22사단 GOP 총기난사사건에 이어 윤모 일병의 충격적 폭행사망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군의 부실한 관리감독을 비판하는 여론이 비등하자 긴급하게 소집됐다.

긴급회의에 백승주 국방차관,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최차규 공군참모총장, 엄현성 해군참모차장, 이영주 해병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한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분노와 공분 그 자체”라며 “장병들을 건강하게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모든 지휘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타 및 가혹행위가 병영에서 사라졌다는 안이한 인식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며 “이번 사건의 가해자, 방조자, 관계자를 일벌백계하고 병영문화를 쇄신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 “병영이 장병의 인격이 존중되는 인권의 모범지대가 되도록 병영문화 쇄신에 지휘노력을 기울이기를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군은 학계와 언론계 등 외부인사를 대거 참여시킨 대규모의 병영문화 혁신위원회도 운영하기로 했다. 혁신위에 특히 여야 정치인과 군 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인사, 그리고 현역사병은 물론 전역한 사병들까지 참여토록 할 예정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악습과 적폐척결을 위한 전군 차원의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8사단 포병연대 의무대 윤 일병이 선임병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육군은 가혹행위에 가담한 병사 4명과 묵인한 하사 등 5명을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연대장과 대대장 등 간부 16명을 징계했다. 또 지난 6월 구타와 가혹행위를 금지하라는 일반명령을 32년 만에 전군에 하달했다고 밝혔다.

◆ 전입 신병에 대한 고문과 폭행 

숨진 윤모 일병이 근무했던 경기도 연천 소재 28사단 아래 포병대대 의무반에서 전입 신병들에 대한 고문과 폭행 등이 오래 전부터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검찰이 작성한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공소장을 보면 포병대대 의무반의 이모(26) 병장 등 4명은 상해치사와 공동폭행 및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의무반의 의무지원관인 유모(23) 하사도 윤 일병에 대한 폭행 및 폭행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이 부대 선임병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전입 신병을 대상으로 가혹행위와 폭행을 했다.

이 병장은 윤 일병이 전입해 오기 전 '막내'였던 이모(21) 일병에 대해 큰 소리를 못 낸다는 이유로 입에 치약을 짜 놓고 삼키게 하는 방법으로 치약 1통을 다 먹도록 했다.

이 병장은 또 이 일병의 목소리가 작고 대답을 못한다는 이유로 침상에 누워 입을 벌리게 한 뒤 1.5ℓ 페트병에 담긴 물을 들이붓는 가혹행위도 했다.

윤 일병은 이 부대 배치 첫날부터 거의 매일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 일병에 대한 괴롭힘이 윤 일병에게 넘어갔고 그 강도는 훨씬 높아졌다. 공소장에서 최고참인 이 병장이 윤 일병에게 24차례에 걸쳐 폭행을 하고 11차례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병장은 3월 초 윤 일병이 질문에 대답을 똑바로 못했다는 이유로 의무창고로 데리고 가 길이 1m짜리 마대자루로 4~5회 때렸다. 

이 병장은 또 윤 일병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허벅지 측면을 무릎과 발뒤꿈치로 60회 폭행했고, 윤 일병에게 2시간 반 동안 기마자세를 시키고 윤 일병이 다리를 저는 것을 알면서도 생활관을 4~5회 왕복해서 뛰도록 했다.

이 병장은 생활관 바닥에 가래침을 뱉고 윤 일병에게 핥아먹도록 하거나 음식을 먹는 윤 일병의 얼굴을 때려 음식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떨어진 음식물을 핥아먹도록 하는 가혹행위도 자행했다.

의무지원관으로 의무반 내 유일한 간부였던 유 하사는 윤 일병이 이 병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유 하사는 윤 일병이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뺨을 2~3회 때렸고, 이 병장이 윤 일병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전기스탠드로 방탄 헬멧을 쓴 윤 일병의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윤 일병이 숨진 4월6일 이 병장은 윤 일병에게 가혹행위를 한 이후 수액주사를 놓아줬다. 이 병장 등은 그뒤 의무반 생활관에서 냉동식품을 먹다가 윤 일병이 음식을 소리내 먹는다는 이유로 폭행했고 윤 일병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 병장 등은 꾀병을 부린다며 거듭 폭행했고 윤 일병의 심장이 멈추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으나 윤 일병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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