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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과 조현아, 누가 호텔의 정상에 설까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8-01 20: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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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과 조현아, 누가 호텔의 정상에 설까  
▲ 이부진(왼쪽) 호텔신라 사장과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재벌가 딸들이 호텔사업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국내 호텔업계에서 정상에 오르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가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입찰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호텔을 비롯한 쇼핑과 문화 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는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총괄하면서 조양호 회장의 숙원사업인 경복궁 옆 한옥호텔 건립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그룹 호텔사업의 수장을 맡게 된 건 조현아 대표가 이부진 사장보다 빨랐다. 조 대표는 2007년 대한항공 호텔사업본부장 겸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그룹 호텔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1999년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에 입사한 지 8년 만이었다.

이부진 사장은 조현아 대표보다 입사가 늦었고 더 오래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 사장은 연세대학교 아동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삼성복지재단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는 데까지 10년이 걸렸다.

매출 면에서 삼성의 호텔사업이 한진을 월등히 앞선다.

호텔신라 호텔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1650억 원으로 같은 기간 대한항공 호텔사업의 매출(277억 원)보다 6배 가량 많다. 영업이익도 삼성(214억 원)이 대한항공(51억 원)을 큰 폭으로 따돌리고 있다.

하지만 객실 규모 면에서 한진과 삼성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한진그룹의 하얏트리젠시인천은 오는 9월1일부터 이름을 그랜드하얏트인천으로 바꾸고 500객실을 보유한 웨스트타워를 개관한다. 그랜드하얏트인천은 기존 이스트타워 내 522객실에 신규 객실을 더해 모두 1022객실을 보유한 아시아 최대호텔로 부상했다.

한진그룹이 거느리고 있는 국내 특급호텔은 제주칼호텔(282객실), 서귀포칼호텔(225객실), 그랜드하얏트인천호텔(1022객실)로 객실 수는 모두 1529개에 이른다.

반면 삼성의 특급호텔은 서울신라호텔(465객실), 제주신라호텔(429객실), 삼성중공업거제호텔(80객실), 신라스테이동탄(286객실) 등 4곳이 있으며 객실 수는 모두 1260개다. 오는 10월 신라스테이역삼(300객실)이 개관하면 삼성이 다시 한진을 앞서게 된다. 

  이부진과 조현아, 누가 호텔의 정상에 설까  
▲ 이건희(가운데)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월9일 이부진(오른쪽)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아버지의 꿈 이루려는 큰 딸들

이부진 사장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삼성동 한전부지다. 삼성그룹은 아직 한전부지 인수에 대한 구체적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재계에서 삼성그룹 내 그 누구보다 이 사장이 한전부지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2011년 삼성생명을 통해 한전부지 근처 한국감정원 부지를 사들였다. 이는 향후 한전부지 매입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됐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오래 전부터 ‘삼성’이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삼성동에 ‘삼성타운’을 건설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삼성동에 단독주택을 신축할 정도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부진 사장은 한전부지를 매입해 호텔과 쇼핑시설을 한데 모은 복합유통단지로 개발하려는 뜻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이 한전부지 맞은 편에 위치한 파르나스호텔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사장이 2012년 반얀트리호텔 인수전에 나설 정도로 호텔사업에 의욕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삼성그룹이 한전부지를 인수할 경우 이부진 사장은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루는 동시에 호텔경영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한전부지에 특급호텔이 들어서게 되면 호텔신라는 서울 시내에서 유일하게 2개의 특급호텔을 보유한 그룹의 계열사가 된다. 업계 1위 호텔롯데를 따라잡기 위한 대약진을 하는 셈이다.


조현아 대표도 아버지 조양호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인 경복궁 옆 한옥호텔 건립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조 회장은 삼성생명으로부터 경복궁 옆 옛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를 매입한 2008년부터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해 왔다. 조 회장은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에서 한옥호텔 건립을 염두에 두고 특급관광호텔 규제완화를 요청할 정도로 한옥호텔 건립을 바랐다.

조현아 대표는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총괄하면서 한옥호텔 건립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한옥호텔 건립은 지금까지 학교보건법 탓에 중지됐다. 그러나 7.30 재보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이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옥호텔 건립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학교 주변에 관광 및 숙박시설을 건립할 수 있다.

한옥호텔은 한진그룹 최초의 서울지역 특급호텔이 된다. 한진그룹은 객실 규모 면에서 그룹의 호텔 계열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또 미국 LA에 900객실 규모의 윌셰어그랜드호텔을 건립하고 있고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을 운영하는 등 해외시장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서울 시내 특급호텔을 보유하지 못해 그 명성은 다른 호텔에 못 미쳤다. 조현아 대표에게 한옥호텔은 한진그룹 호텔사업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한 과업이기도 한 셈이다. 

  이부진과 조현아, 누가 호텔의 정상에 설까  
▲ 조양호(가운데)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월15일(현지시간) LA 웰셰어그랜드호텔 타설 행사에 참석해 에릭 가세티 LA 시장, 조현아 칼네트워크 대표와 함께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섬세한 이부진과 선이 굵은 조현아, 아버지 판박이

이부진 사장과 조현아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가장 총애받는 딸들이다.

이건희 회장은 국외 출장길은 물론 국내행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이부진 사장을 옆에 둔다. 조양호 회장도 조현아 대표에게 그룹 호텔사업을 총괄하게 할만큼 그 믿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재벌가의 장녀들은 아버지를 빼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이부진 사장은 사업추진력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있어 ‘리틀 이건희’로 불린다. 조양호 회장이 항공 전문용어를 막힘없이 구사하는 등 오너 전문경영인의 면모를 과시했듯 조현아 대표도 호텔경영학 전공자로서 이론과 현장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부진 사장과 조현아 대표는 경영스타일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섬세함과 꼼꼼함을 내세운 경영스타일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 사장의 면모는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대하는 데서도 드러났다.

이 사장은 시 주석을 신라호텔에 묵게 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주최한 중국우호인사 간담회에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시 주석이 신라호텔에 묵기 하루 전 새벽 1시에 불시 현장점검도 했다. 시 주석이 신라호텔에 머무는 동안 호텔리어를 자처하며 시 주석을 근거리에서 세밀하게 챙겼다. 시 주석이 호텔에 도착할 때와 떠날 때 현관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다가 마중과 배웅을 했다.

반면 조현아 대표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무기로 선이 굵은 경영을 해나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현아 대표의 이런 경영스타일은 그의 외모와 잘 어울린다. 조 대표는 외국인 파트너 옆에 서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키가 크고 말과 행동에 힘이 넘친다.

조 대표는 자신감 넘치는 언행과 함께 유창한 영어 실력도 갖추고 있다. 이런 조 대표의 모습이 해외 파트너에게 호감을 줘 사업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미국 LA 윌셰어그랜드호텔 건립이 순항할 수 있었던 데도 조 대표의 역할이 컸다. 조 대표는 2010년 9월 LA상공회의소와 캘리포니아 주지사실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윌셰어그랜드호텔 사업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

이런 열의 덕분에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대표의 움직임은 LA시의회의 최종승인을 받는데도 도움이 됐다.

◆ 이부진과 조현아의 과제

재벌가 딸들이 호텔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사례는 많다. 이부진 사장과 조현아 대표는 다른 재벌가 딸들에 비해 호텔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이부진 사장에게 호텔신라의 면세사업과 호텔사업 간 균형을 맞추는 일은 시급한 과제다. 호텔신라의 전체 매출에서 면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른다. 반면 호텔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0%가 채 안 된다.

신라면세점이 흔들리면 호텔신라 전체가 흔들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호텔신라에서 호텔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은 수준”이라며 “면세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이끌어내야 향후 성장에도 균형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아 대표는 호텔사업 확대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LA 웰셰어그랜드호텔에 들어가는 자금은 모두 11억7천만 달러로 추산된다. 경복궁 옆 한옥호텔 공사에 7천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대한항공이 자금지원에 나서면서 대한항공으로부터 호텔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을 지원받는 것도 쉽지 않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위원은 “지금 대한항공에 대규모 호텔사업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재무 및 상환능력에 끼칠 영향을 점검중”이라고 말했다.

◆ 다른 재벌가의 딸들은?

롯데, 현대차, 신세계 등 다른 재벌가에서 딸들이 호텔경영에 나선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호텔사업을 이끌고 있는 재벌가 딸들 중 원로격이다.  

  이부진과 조현아, 누가 호텔의 정상에 설까  
▲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 이사장은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한 이후 현재까지 호텔롯데 사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사업을 하고 싶다는 뜻에 따라 2009년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은 이후 롯데복지재단과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다른 계열사의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신 이사장의 이복 여동생이자 신격호 총괄회장의 막내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호텔사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 고문은 2010년 롯데호텔 고문에 선임된 이후 호텔롯데 도쿄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신 고문은 도쿄사무실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호텔롯데의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호텔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현재 정몽구 회장의 막내딸 정윤이 전무가 이끌고 있다. 그러나 정윤이 전무에 앞서 회사를 이끌었던 첫째 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호텔경영 능력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정성이 고문은 2003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이사를 맡으면서 전업주부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정성이 고문은 당시 이사를 맡았던 어머니 이정화 여사와 함께 제주도를 찾아 호텔 확장과 골프장 운영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기반을 다진 셈이다.

그러나 정성이 고문은 2005년 광고대행사 이노션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호텔경영을 동생 정윤이 전무에게 물려줬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도 1996년 신세계조선호텔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입사 이후 마케팅 담당과 프로젝트 실장을 맡으면서 호텔경영을 익혔다. 2009년 신세계조선호텔 상무에서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재 백화점 및 패션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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