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동남아 진출 확대로 성장동력 찾는다, 중국 BYD와 '한판승부' 앞둬

▲ 태국 방콕에 열린 테슬라 체험 전시장에서 방문객들이 모델3 차량을 시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인도네시아에 이어 태국 정부와 전기차 공장 건설을 위한 공식 협의를 진행하는 등 동남아시아 진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둔화하며 아직 성장 초기 단계인 동남아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쟁사인 중국 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요를 선점하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4일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사업개발부 임원 로한 파텔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X(트위터)를 통해 “동남아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에 중요한 성장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동남아는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받는 전기차 시장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며 “테슬라에 대규모 잠재적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임원이 동남아 시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테슬라의 진출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여러 국가에 생산거점 구축 등 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태국 총리실은 최근 테슬라와 전기차 생산공장 설립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총리를 포함한 태국 고위 관료들과 교류하면서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설비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까지 인도네시아 정부와도 테슬라 기가팩토리 설립 가능성을 논의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말레이시아도 테슬라의 차기 주요 사업거점으로 거론된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 쿠알라룸푸르에 사무소를 열고 공식적으로 전기차 판매를 시작했으며 현지에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 계획도 내놓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전 세계에 6곳인 기가팩토리 공장을 2030년까지 최소 12곳으로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두고 있다.

동남아에 생산 거점을 신설하는 것은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전체 인구가 6억5천만 명에 이르는 거대 시장인 동남아는 전기차 수요도 빠르게 성장하는 초기 단계 시장이다.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동남아 지역의 전기차 판매량은 1년 전과 비교해 약 10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도 2.6% 높아진 6.4%로 집계됐다.

테슬라의 차기 기가팩토리 후보지로 거론되던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 기준 세계 1위 국가다.

따라서 동남아 지역은 배터리 소재 등 테슬라 전기차 공급망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 BYD가 동남아 지역에서 전기차 수요를 선점하고 있어 테슬라의 시장 확대 전략에 걸림돌로 꼽힌다.
 
테슬라 동남아 진출 확대로 성장동력 찾는다, 중국 BYD와 '한판승부' 앞둬

▲ 2월12일 태국 방콕의 한 도로에서 BYD의 전기차 씰(Seal)이 주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BYD의 동남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6%에 이른다. 테슬라는 8% 안팎에 그쳤는데 큰 차이를 보인다.

테슬라는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를 끌어당기는 일이 다급한 상황이다. 중국과 미국 등 기존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BYD는 테슬라 차량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전기차를 판매하는 저가 공세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가면서 올해 출시하는 신모델은 가격을 더욱 낮춰 내놓고 있다.

BYD 역시 중국 내수시장의 전기차 수요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수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동남아 시장 공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는 정부 규제에 따라 전기차를 판매하기 쉽지 않고 유럽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브랜드 경쟁력이 비교적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테슬라가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BYD와 치열한 맞경쟁을 벌이는 일이 불가피하다.

테슬라가 2만5천 달러(약 3300만 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저가형 전기차 ‘모델2’를 출시한다면 BYD와 경쟁에 어느 정도 승산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남아 국가에 신설되는 전기차 공장은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 등 시장 환경을 고려해 주로 모델2 생산에 활용될 공산이 크다.

다만 BYD는 이미 동남아 현지 유통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판매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어 테슬라의 시장 진입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싱가포르 매체 비즈니스타임스에 따르면 BYD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시메다비, 인도네시아의 바크리앤브라더스, 필리핀의 아얄라코퍼레이션, 태국의 리버오토모티브와 협업해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