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T 판교 신사옥 건설공사의 공사비 증액을 놓고 시공사 쌍용건설과 발주자인 KT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불가항력적 원가 상승에 따라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쌍용건설과 별다른 문제 없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했다는 KT가 맞서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합의를 전제로 한 조정제도 역시 해결책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쌍용건설 “171억 줘” KT “못 줘”,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 갈등 장기화

▲ 지난해 10월31일 쌍용건설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 30여 명이 경기 성남시 KT 판교 신사옥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쌍용건설>


12일 쌍용건설에 따르면 KT 판교 신사옥 건설공사 공사비 증액을 위해 신청한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 건설공사 공사비를 171억 원 늘려달라며 발주처인 KT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10월31일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KT가 이에 관한 답변서를 제출했고 올해 1월 쌍용건설이 다시 반론서를 제출했다.

현재 쌍용건설의 반론서에 관한 KT의 반론서 제출이 예정된 상황이다. 아직 KT의 반론서는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KT가 반론서를 낸다면 이후 당사자 회의, 조정위원회, 조정안 통보, 조정안 수락에 이어 조정서 교부를 마지막으로 합의가 성립된다.

쌍용건설은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자재 반입 지연 등 어쩔 수 없는 요인으로 원가가 상승해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면서 KT와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고 설명했다.

KT와 쌍용건설이 맺은 도급계약에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하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들어있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국토부의 해석 등을 근거로  들어 공사비 증액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물가상승 및 환율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하다는 것은 부당특약조건”이라며 “국토교통부 민간공사에 관한 계약금액 조정 등의 업무지침,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근거로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라 조정금액을 요구한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는 2022년 3월 민간건설공사 도급계약서 등에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하는 조항이 건설산업기본법에 위반돼 무효가 되는지를 국토부에 질의했다.

국토부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부분에 한정해 도급계약의 내용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를 놓고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에 위반되며 국토부가 특약이 무효하는 데 긍정적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봤다.

쌍용건설에 따르면 2022년 3월 국토부의 ‘건설자재 수급불안 등 대응을 위한 공사계약 관련 업무처리지침 안내’에서 국토부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등을 근거로 민간공사 발주자와 시공사가 자재가격 상승 등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조정이 적극 이뤄질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KT는 원칙대로 계약을 이행했다며 공사비 증액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급계약서에 명시된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따라 정해진 공사비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적용이 부당하다는 주장과 그 근거 등이 강행규정이 아닌 만큼 아직 공사비 증액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다.

KT 관계자는 “아직 공사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다만 시공사와 원만한 협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쌍용건설과 KT의 의견 차이가 명확한 상황이라 양측의 공사비 갈등은 장기화할 모양새다. 현재 진행중인 건설분쟁조정 과정은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건설분쟁조정제도는 법원 소송 이전에 간편한 절차를 이용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역할을 한다. 

양측이 모두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합의에 이르러 조정서가 나온다면 이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하게 확정판결의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피신청인이 조정절차에 불참하면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받는 것 이외에는 조정을 거부하거나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는 상황에서 별다른 강제력이 없다. 당사자들의 참여와 합의 의사가 없다면 조정에 따른 분쟁해결이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쌍용건설은 2020년 KT에서 입찰 초청을 받은 뒤 건설사 7곳과 경쟁을 거쳐 최종 공사비 967억 원으로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의 KT 판교 신사옥 신축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했다.
 
쌍용건설 “171억 줘” KT “못 줘”,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 갈등 장기화

▲ KT 판교 신사옥 조감도. < KT >


쌍용건설은 31개월가량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 4월 KT 판교 신사옥을 준공했다.

다만 쌍용건설은 원가 상승으로 하도급 재입찰을 진행하거나 원가보다 200% 이상 상승한 하도급 계약을 맺는 등 171억 원의 공사비가 초과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2022년 7월부터 KT에 공문을 보내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쌍용건설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 30여 명은 건설분쟁조정신청서를 제출한 지난해 10월31일 KT 판교 신사옥에서 공사비를 추가로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어 이날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 2차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다만 KT가 공사비 증액을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2차 집회를 보류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