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시기상조’ 언급에도 뚜렷해진 한은 금리인하 가능성, 5월 분수령 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대부분 금융통화위원은 아직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6개월 내 금리 인하가 어렵다고 본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올해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조기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 동결이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1명은 3개월 이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서 물가 압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에 대해서도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소수의견이 당장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인하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는 4명의 금통위원이 연 3.75%까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올해 1월에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사라졌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이에 더해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타난 것이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금통위는 결정문에서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결정에 1순위로 고려하는 물가 경로가 안정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2.8%로 나타나면서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회의에 이어서 매파적인 색체가 점차 옅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는 하나 물가 둔화기조가 변화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고 말했다.

결정문에 담긴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였던 2.3%보다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의 초점은 인하 시기에 쏠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작점을 결정할 분수령은 5월 금통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5월 금통위는 올해 상반기 열리는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다.

이 총재는 “상반기가 지나서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봐야하기 때문에 5월 경제 전망 때 실적을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시기상조’ 언급에도 뚜렷해진 한은 금리인하 가능성, 5월 분수령 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5월에도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확인된다면 그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7월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예상보다 내수 부진 강도가 심화될 경우 물가 하락 전망도 강화될 수 있다”며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한은의 성장, 물가 경로 하향 시 7월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이후 통화정책은 5월 물가 전망에서 힌트가 나올 수 있다”며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첫 소수의견 등장과 물가 전망치 하향 조정이 동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물가안정 경로 속 민간소비 부진에 대응해 7~8월 중 한은의 첫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