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재건축에 쏠린 규제 완화 기조 속에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떠올랐다. 초기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관련 정책을 세밀하게 다듬고 리모델링 관련 특별법 등 법제도도 마련해 수요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한국리모델링협회 주최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당면 정책세미나(부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리모델링 지원방안)’가 열렸다.
 
리모델링업계 정부의 재건축 중심 규제완화 성토, "리모델링 활성화도 필요"

▲ 20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한국리모델링협회 주최로 열린 '공동주택 리모델링 당면 정책세미나'가 열리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최근 발표된 정부의 정책들에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에 관한 언급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날 세미나를 마련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축물 리모델링의 정책환경과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함께 활성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재건축 활성화 정책이 나오면서 리모델링 관련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며 “실제 조합이 재건축 조합으로 바뀌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여야 한다”며 “재건축이 필요한 곳은 재건축으로, 리모델링만 가능하고 유리한 곳은 리모델링이 추진될 수 있는 활성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재건축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법은 4월27일부터 시행된다.

이 특별법에서는 1기 신도시, 수도권 택지지구, 지방 거점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에는 재건축 추진시 안전진단 면제와 용도지역 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사업기간을 줄이고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어 올해 1월10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안방안에 따라 준공 30년이 넘는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재건축은 권역별 도시재창조센터 등을 통해 종합 컨설팅 등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재건축 정책으로 3종 주거지역의 최대 용적률을 300%에서 450%까지, 준주거지역의 최대 용적률을 500%에서 750%까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정비 지역에만 가능한 것이지만 이런 메시지들이 결국 재건축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나온 특별법에 리모델링 관련 규제 완화책은 세대수 증가형 사업에서 기존 세대수의 21%까지 늘리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항목 1개에 그쳤다”며 “이처럼 (편중된 정책이) 소비자의 선택을 강요해서는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민간 부문에 다양한 선택지를 줄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리모델링이 실제 주택 공급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해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수요예측에 따르면 서울시 4217개 단지 가운데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으로 최대 11만6천 세대의 신규 주택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은 사실상 막혀있지만 규제를 풀고 용적률 인센티브 등이 적용되면 재건축 못지않게 리모델링도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규모 측면에서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잘 다듬어진 정책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박 연구위원은 “건축 시장에서 15%를 리모델링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5%만이 주택 건축물이고 주택 가운데서도 공동주택은 30%일 정도로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이제 막 형성되고 있다”며 “이 단계에서는 관련 정책을 세밀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에 보조금 지급, 건축 기준 완화, 세제 지원 등 다각적 지원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며 “여기에 이와 관련한 세부적 연구들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희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도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통한 국민의 주거권 보장’ 주제발표에서 주택 경기 부양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리모델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법체계, 계획기준, 사업절차 개선 등을 통해 기간과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면 리모델링 사업추진이 용이해질 수 있다”며 “리모델링을 통한 공급은 주택시장에 활력을 제고하고 민생 경기 부양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리모델링을 방치하게 되면 향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상당한 국가 재원이 투입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민간의 자발적 리모델링 사업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은 필수적이다”고 바라봤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리모델링 제도개선의 성과' 발표를 통해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주택법에서 리모델링의 지위가 불안하기 때문에 주택법에 혼재된 조항들을 모아서 따로 법을 만드는 특별법안이나 리모델링 관련 주택법 일부개정안들이 발의됐다”며 “다만 탄력을 받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된 상태고 이번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반드시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이학영·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관한 특별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이 밖에도 김병욱·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대식·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리모델링 관련 주택법 일부 개정법률안 4건이 계류돼 있다.

이날 주제발표 뒤 토론회에서 기업 대표로 참석한 이원식 포스코이앤씨 상무는 재건축 규제 완화 및 지원 이유가 리모델링에도 적용된다고 바라봤다.
 
리모델링업계 정부의 재건축 중심 규제완화 성토, "리모델링 활성화도 필요"

▲ 20일 건설회관에서 열린 '공동주택 리모델링 당면 정책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토론회에 나서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이 상무는 “정부의 재건축 사업을 수요자가 원하고 토지의 가치와 활용도를 높여 효율적이며 도심에 공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며 “리모델링도 이 이유들과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상무는 “리모델링을 원하는 수요자들에게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라며 “모든 노후화한 공동주택을 일률적으로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등 획일화하는 것보다 수요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거선택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은 토지뿐 아니라 재건축이 가지지 못한 기존 건축물의 활용이라는 데서 자원의 최적활용이 가능한 사업”이라며 “현재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리모델링 단지 세대가 12만 세대가 리모델링도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다”고 바라봤다.

정부도 재건축뿐 아니라 리모델링과 관련한 여러 규제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염광은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 사무관은 “주택시장이 예전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장기간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사업성 문제는 리모델링뿐 아니라 정비사업 전반에 걸쳐 있다”며 “리모델링 관련해서도 이런 부분을 지원할 수 있을지 여러 부처에서 합동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도 기본적으로 여러 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며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들에도 정부의 의견이 일정부분 반영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회기에 통과가 안되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리모델링 제도개선방안을 법령에 담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