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사 학부모가 바라본 늘봄학교는? “현장 지지 없는 정책 성공 못 해”

▲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서 세번째)이 2월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늘봄학교 이대로 괜찮은가?'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학교 내 공무직, 교육행정직, 교사가 이렇게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정책은 정말 처음 봅니다.”

경북 진평초등학교 교사 방신혜씨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늘봄학교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정부의 늘봄학교 정책을 ‘졸속’이라고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늘봄학교는 학생이 학교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사, 학부모, 교육부가 모여 늘봄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열띤 논의를 펼쳤다.

토론회에 참석한 교사와 학부모들은 정부가 제대로 된 계획 없이 늘봄학교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교사들은 늘봄학교 운영과정에서 인력 수급은 물론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학부모들은 우수한 방과 후 프로그램 사례들과 비교하며 정부를 향해 더욱 완성도 높은 늘봄학교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예해란 교육부 방과후돌봄정책 과장은 늘봄학교 추진 확대로 소요되는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올해 특별교부금과 보통교부금을 전년보다 4672억 원 이상 증액해 편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늘봄학교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들의 업무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 과장은 “2025년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전담조직인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고 전담 행정인력을 배치할 것”이라며 “늘봄지원실장은 전임 공무원을 발령하고 실무직원은 물론 늘봄 전담사와 프로그램 강사도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충북 산남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장은정씨는 이런 교육부의 계획을 바로 반박했다. 
 
2008년과 2014년에 도입된 방과후학교, 돌봄교실이 도입되면서 교사들에게 관련 업무가 전가됐던 과거 사례를 돌이켜볼 때 교사들의 업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늘봄학교를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형태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교사 학부모가 바라본 늘봄학교는? “현장 지지 없는 정책 성공 못 해”

▲ 교사 장은정 씨가 늘봄학교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장씨는 “방과후학교는 시간표 작성, 강사모집 업무를 보조하는 인력 지원 예산이 줄면서 이제 막 발령받은 신규교사 등이 운영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돌봄교실 역시 기존 교사들이 교육행정에 능숙하다는 이유로 해당 업무를 진행하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학교에서는 늘봄학교가 시행되려 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할 것이다’라는 말만 반복한다”며 “사회적 돌봄에 대해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영역이 존재하는 데 지금 협력할 것이다라는 공문 상의 표현 말고 실제적 협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이상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업무를 맡았다는 경북 진평초등학교 교사 방신혜씨도 교육부의 계획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씨는 “학교 내 업무분장은 학교장 고유 권한으로 교육부나 교육청도 관여할 수 없다”며 “늘봄 관련 업무도 학교장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기존 교사에게 맡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의 늘봄학교 행정부담을 해소하겠다는 교육부의 약속은 공수표”라고 꼬집었다.

실제 교육청 장학관과 나눴던 대화도 소개하며 늘봄교실 운영에 따른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도 문제라고 바라봤다.

방씨는 “늘봄학교 운영 중에 일어난 안전사고와 학교폭력은 늘봄지원실 담당인지, 교사 담당인지 담당부서 장학관에게 물었지만 장학관은 답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월5일 발표된 2024년 교육부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현장교사들이 보고 ‘꿈같은 소리’라고 얘기했다”며 “교육부는 소수의 학교만 가능한 내용이 아니라 모든 학교가 비슷한 수준으로 할 수 있는 내용을 계획하라”고 말하자 토론회 현장에 참석한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학부모라 소개한 황인욱씨는 정부의 늘봄학교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일방적인 ‘양적 확대’로 학교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을 아이들이 받게 될까봐 우려된다고 했다.

황 씨는 “교육부는 돌봄을 위한 전용교실이 없는 학교에서 일반 교실을 ‘돌봄겸용교실’로 활용하겠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실내화를 신고 딱딱한 의자와 책상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13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얘기”라며 “이건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도 돌봄의 내실화나 교육적 목표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곧 알아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지역 초등학교 학부모인 홍은석씨도 “늘봄교실 장소가 없어서 담임선생님이 학교가 끝난 뒤 교실을 늘봄교실을 활용을 위해 빌려주고 업무할 곳도 없다면 학교 교육과정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게 맞나”라며 의문을 표했다.

진영민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 노동조합위원장은 교육부의 늘봄학교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진 위원장은 “늘봄학교는 교육주체 간 의견 대립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합의사항 중 어떤 것도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강민정 의원은 늘봄학교의 법적근거가 없는 만큼 종합적 계획수립 및 논의를 위해 ‘온종일 돌봄 체계 운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온종일 돌봄 체계 특별법안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강 의원은 “늘봄학교는 짚어야 할 점이 너무 많아 단순히 어떤 하나의 정책 문제로 접근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는 것 같다”며 “오늘처럼 풍부한 논의를 거치는 것이 올바른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