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4-02-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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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주주총회 시즌이 가까워지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던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다시 본격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주가부양책 시행을 예고하는 등 주주환원을 향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지난해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행동주의 펀드들은 3월 국내 상장사의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잇따라 주주제안서를 제출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주주제안이란 일반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의안을 직접 제시하는 것으로 주주총회 전 6주 전까지 서면으로 제출돼야 한다.
주요기업 상장사 주주총회가 일반적으로 3월 중하순에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주주제안권 행사가 조만간 대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얼라인파트너스, 차파트너스, VIP자산운용, KCGI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파트너스(FCP) 등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총을 앞두고 주로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책과 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상장사에 요구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힘을 줬던 금융지주 대상 주주환원 캠페인을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 얼라인퍼트너스는 지난달 국내 상장사 은행지주사 7곳에 공개서한을 보내 지난해 약속했던 주주환원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 측에 사외이사 후보 4명과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1명도 추천한 상태다.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하나금융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서한 발송이나 주주제안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VIP자산운용은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양패키징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책을 요구했다.
플래쉬라이트파트너스는 지난해 주총에서 현금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을 두고 KT&G를 상대로 표대결을 벌였는데 이후에도 주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법무법인 한누리를 선임하고 1조 원 배상 소송제기 청구서를 보내는 등 KT&G를 상대로 소송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에 플래쉬라이트파트너스가 올해도 주총에 앞서 주주제안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여러 행동주의 펀드들이 힘을 합쳐 기업을 압박하는 경우도 있는데 삼성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자리잡은 삼성물산이 대표적이다.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매니지먼트,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국내 안다자산운용 등 국내외 헤지펀드는 2일 삼성물산에 자사주 추가매입과 7300억 원 규모의 기말배당을 실시하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 펀드는 각각 삼성물산 지분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에 세를 합쳐 주주행동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매년 1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보통주 1주당 2550원을 배당하는 주주환원정책을 1월 말 발표했는데 이들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최근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6년 스튜어드십코드제도, 2020년 상법 개정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23년 상반기의 경우 국내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 수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금융위원회는 2월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가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을 예고하면서 적극적 주주환원을 당부하고 있는 점도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당순자산가치(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상장사 주요 투자지표의 비교공시를 시행하고 기업 스스로 지표 개선을 추진하는 등 주주환원을 독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각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행동주의 펀드를 향해 단기차익에 집중하면서 기업의 장기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낸 점도 기업들이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는 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2024년 정기주총 프리뷰 보고서를 통해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활발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정기주총 시즌은 행동주의 펀드와 일반주주들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