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4-01-28 06: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NH투자증권이 지난해 4분기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의 전반적 부진 속에서도 단단한 실적을 낸 것인데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이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연임 길이 열린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론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지난해 실적 상승에 성공하면서 연임론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NH투자증권(1581억 원), 한국금융지주(1275억 원), 삼성증권(1234억 원), 미래에셋증권(1149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이 26일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588억 원을 올리며 전망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냈다.
NH투자증권이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가장 높은 것인데 다른 증권사들이 태영건설 등 국내외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손실 충당금으로 허덕이는 사이 NH투자증권은 피해가 비교적 적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증권사 중 가장 양호할 것”이라며 “NH투자증권은 경쟁사 대비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상대적으로 적어 태영건설 관련 실적 우려가 적다”고 바라봤다.
NH투자증권은 2024년 전체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7366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전보다 40%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1~2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 공실로 인한 펀드 청산 등 증권업계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음에도 NH투자증권이 호실적을 낸 셈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에는 퇴직연금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사업자 비교공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2023년 확정기여형(DC) 적립금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1년 사이 9251억 원에서 1조3323억 원으로 44% 증가했는데 시장 평균 증가율(19%)을 크게 웃돌았다.
NH투자증권은 통상적으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잇는 업계 3위 증권사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퇴직연금 적립금 기준 시장 1, 2위를 각각 지키고 있는 반면 NH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적립금 순위 5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번 확정기여형 적립금 증가율 1위를 기록하면서 퇴직연금시장에서도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퇴직연금 시장규모는 2020년(255조5천억 원) -> 2021년(295조6천억 원) -> 2022년(335조9천억 원) -> 2023년(370조 원)으로 지속 성장했을 만큼 증권업계 미래 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향후 NH투자증권이 퇴직연금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나가면서 수익 다각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셈이다.
▲ NH투자증권은 차기 대표이사를 뽑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오는 2월 열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정 사장이 업황 부진을 딛고 실적 방어에 성공한 점과 퇴직연금을 통해 실적 다각화의 발판을 마련한 점은 연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3월 임기가 끝나는데 현재 시장에선 정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동안 정 사장이 NH투자증권 실적 확대에 크게 기여한 상황에서 현재 마땅한 후임자도 없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애초 과거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3월 임기 만료 이후 연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이 11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정 사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연임의 길이 열렸다.
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징계 효력은 본안 소송의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본안 소송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정 사장이 연임을 할 시 금융당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될 수 있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2월 다음 CEO를 뽑기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본격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