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시작했다.

결과 도출 목표 시점이 이전 공론화 사례들과 비교해 짧아 충분한 숙의가 이뤄질지 우려하는 시선이 나온다.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연금개혁 동력을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앞두고 국민연금 공론화 시작, 국회 기한 내 성과 도출할지는 미지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1월15일  대구 수성구 어린이회관 강당에서 열린 의정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연금특위가 올해 4월 안으로 국민연금 개혁안 공론화 결과를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공론화 기간이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떠오른다.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가 1월말까지 구성을 마치고 2월초에 출범하게 된다면 공론화를 위한 시간은 약 2개월 정도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한 공론화위원회가 출범에서 발표까지 대략 3개월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기간이 짧은 셈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소통’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시민이 직접 정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론화위원회를 진행했다. 

2017년 7월24일 공식 출범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대표적이다. 대법관을 지낸 김지형 변호사가 공론화위원장을 맡았으며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각각 2명씩 위원이 위촉됐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위원회는 출범으로부터 한 달이 지난 8월24일 조사용역업체를 선정했으며 9월13일에는 시민참여단 500명을 선정했다. 이후 약 한 달 동안의 숙의 과정을 거쳐 10월20일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했다.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탈원전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위원회는 정부의 정책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인 지역 주민과 한국수력원자력을 배제된 것과 보완책을 찾는 것이 아닌 주어진 선택지에서 다수결 찬반을 고르는 방식이라는 점이 지적받기도 했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2017년 12월5일 기고를 통해 “국민대표성이라는 명분으로 결론을 도출하는데 가장 중요한 당사자들이 배제되거나 빠진 논의 구조로 진행됐다”며 “시민참여단의 숙의는 진지했으나 결론은 시민참여단이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2018년 4월30일에는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가 발족했다.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공론화 숙의 과정을 진행한 뒤 같은 해 8월 초 2022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 결과를 내놨다. 

당시 위원장은 김영란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맡았다. 위원으로는 갈등관리와 조사통계, 소통 분야의 전문가들이 6명 포함됐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 설문조사 등을 거쳐 선발방법의 비율에서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하도록 권고하면서도 선발 비율은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절대평가 도입을 권고하되 특정 과목들의 상대평가는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현행 유지나 다를 바 없는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놓고 반발이 터져나왔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2018년 8월5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정시확대와 수능 상대평가 유지는 학생의 선택권 존중, 자유학기제 활성화, 고교학점제 추진, 인성과 창의성 교육 등 학교교육의 어느 하나도 추진해 낼 수 없게 하는 개악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이전 공론화위원회들이 의견을 모으는데 3개월가량이 걸렸음에도 사회적 동의를 완전히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 데에는 실패한 만큼 국민연금 공론화위원회로서는 밀도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고 출범과 동시에 숙의 과정을 시작하는 등 2개월여의 시간을 충실히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호영 국회 연금특위 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공론화 일정과 방식을 발표했다.

연금개혁 방안 공론화 용역에는 2개 업체가 공개입찰에 참여했다. 업체 선정을 위한 기술평가를 거친 뒤 1월 말 우선협상대상자와 계약이 진행된다.

공론화위원회도 구성된다. 연금특위는 공론화위원회의 중립성을 위해 소통·숙의·조사 분야별로 관련 학회·기관 등에 추천을 의래해 위원 후보군을 간추렸다.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으로는 김상균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가 위촉됐다. 위원으로는 연금특위 간사를 맡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김용하·김연명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포함해 15인 이내로 구성된다.

공론화위원회 아래로는 숙의자료집 작성 등 숙의 절차를 지원하기 위한 공론화 자문단, 공론화위원회의 행정을 지원하기 위한 공론화 지원단(단장: 진선희 수석전문위원) 등이 설치된다.

연금개혁 공론화 의제로는 소득대체율, 보험료율과 같은 모수개혁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설정 등 구조개혁 부분도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공론화는 2단계 과정을 거친다.

1단계에서는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등으로 구성된 50여 명 규모의 의제 숙의단을 구성해 의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2단계에서는 인구 비례 기준으로 500명의 시민대표단을 선발해 시민들이 직접 의제와 관련해 학습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공론을 형성하기로 했다.

연금특위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영자단체가 참여하는 공청회 개최도 준비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청년들과 미래 세대를 위해 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번 시기를 놓치면 22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21대 임기 내에 꼭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수는 4월에 치르는 총선이다.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금개혁 논의를 더디게 진행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있더라도 국민연금 개혁 동력을 유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 앞두고 국민연금 공론화 시작, 국회 기한 내 성과 도출할지는 미지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이 1월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급증하는 국가부채의 진단과 해법’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급증하는 국가부채의 진단과 해법’ 토론회에서 “총선이 다가온다고 연금 개혁 논의를 멈춰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재정안정 방안을 제시하면서 연금 개혁안과 관련한 전국민 대토론회를 열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철저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0월27일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보험료율, 연금지급시기, 소득대체율 등과 관련해 구체적 숫자를 넣지 않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

보건복지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구조개혁과 함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국민연금 개혁안 공론화를 위해 국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23년 10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금 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는 맹탕 연금 개혁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 공약을 파기한 데 이어 연금 개혁에 대한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2023년 10월30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연금 개혁은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결론적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