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독일 반도체공장에 1.5나노 공정 도입 강수, 삼성전자 TSMC와 속도 경쟁

▲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독일 신규 파운드리공장에 1.5나노 전후의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도입을 예고했다. 인텔이 독일에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인텔>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 지원을 받아 건설하는 반도체공장에 18A(1.8나노급)보다 더 앞선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파운드리 상위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가 1.4나노 반도체 개발을 공식화한 가운데 인텔이 시설 투자와 같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며 한층 더 치열한 기술 경쟁을 예고한 것이다.

19일 CNBC에 따르면 인텔은 독일 막데부르크에 신설하는 파운드리공장을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공정기술을 활용하는 생산설비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CNBC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러한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독일 공장은 곧 양산을 앞두고 있는 18A보다 발전한 미세공정을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1.5나노 안팎의 공정 기술이 활용되는 첨단 파운드리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이 올해 연말부터 생산하기로 한 18A 이후 기술 개발이나 상용화 계획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인텔이 1.6나노급의 16A 공정과 1.4나노급의 14A 공정을 동시에 선보이고 독일 반도체공장에 생산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TSMC는 이미 2027년 전후로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놓았다. 인텔이 이들 기업을 뒤따라 차기 기술 로드맵을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독일 공장에 1.5나노 안팎의 기술을 도입하겠다며 구체적인 투자 계획까지 내놓은 사례는 현재까지 인텔이 유일하다.

파운드리 상위 기업들 사이 미세공정 발전 경쟁에서 인텔이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속도 경쟁을 주도하는 위치에 오르게 된 셈이다.

인텔은 이미 20A(2나노급) 및 18A 공정 기반 반도체를 올해부터 생산하겠다고 밝히며 2025년 2나노 양산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에 우위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올해 미세공정 기술 리더십을 확보한 뒤 앞으로도 선두 지위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인텔 독일 반도체공장에 1.5나노 공정 도입 강수, 삼성전자 TSMC와 속도 경쟁

▲ 팻 겔싱어 인텔 CEO. <인텔>

인텔은 최근 네덜란드 ASML이 새로 출시한 하이NA EUV 장비도 업계에서 최초로 도입하며 첨단 파운드리 경쟁에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하이NA EUV는 2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다. 삼성전자와 TSMC가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는 사이 인텔이 승부수를 던진 상황이다.

인텔이 아직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개발 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고객사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충분한 고객사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술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에 들인 막대한 비용이 손해로 되돌아올 공산도 크다.

그러나 겔싱어 CEO는 이러한 측면에서 모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2월21일 파운드리 사업 설명회 ‘IFS다이렉트커넥트’ 행사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상세한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과 고객사 수주에 대한 정보 등을 공개한다.

지난해 인텔에 대규모 선금을 지불하고 첨단 미세공정으로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긴 고객사의 이름도 이날 행사에서 발표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첨단 파운드리 고객사를 두고 인텔과 본격적으로 ‘3파전’을 앞두게 된 만큼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과 같이 1.4나노 등 차세대 파운드리 시설 투자 계획을 이른 시일에 일부 공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겔싱어 CEO는 TSMC와 삼성전자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독일과 미국 등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인텔 파운드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대만은 장기간 이어진 지원 정책으로 반도체산업의 글로벌 선두국가가 됐다”며 “전 세계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