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표 게임기업 엔씨소프트의 기업가치가 ‘라이벌’인 크래프톤의 절반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에 기존 방식을 고수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의 '마이웨이'가 회사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 2년 반 만에 크래프톤 시총 절반으로, 김택진 위기 탈출 선택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이 기업가치 추락의 위기에서 어떻게 탈출할지 주목된다.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주가를 보면 불과 2022년까지만 해도 비슷했던 양사 시가총액이 점점 벌어져 엔씨소프트의 시총이 크래프톤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16일 종가 기준 크래프톤 시가총액은 9조4307억 원,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은 4조5335억 원을 기록했다. 양사의 2023년 순이익 추정치만 봐도 크래프톤은 5925억 원, 엔씨소프트는 2343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게임 업계 라이벌로 꼽히는 두 기업 기업가치가 이처럼 벌어진 이유를 놓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크래프톤이 상장한 뒤 시가총액 면에서 늘 크래프톤과 비교 대상이 돼왔다. 앞서 2007년에는 엔씨소프트가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스튜디오)에 대해 엔씨소프트 퇴사자와 이들이 가져온 자료를 사용해 ‘테라’를 개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소송을 벌인 악연도 가지고 있다.

두 기업 시총 차이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엔씨소프트가 2021년 리니지W를 끝으로 이렇다 할 흥행작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 크다.

엔씨소프트가 그동안 야심차게 선보인 트릭스터M, 블레이드소울2 등 신작이 모두 실패로 귀결되면서 실적 공백 아닌 공백기를 이어오고 있다.
 
엔씨소프트 2년 반 만에 크래프톤 시총 절반으로, 김택진 위기 탈출 선택은

▲ 엔씨소프트는 2024년 3월 트릭스터M 서비스를 종료한다.

 
신작 실패를 통해 엔씨소프트가 더 이상 참신한 게임을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엔씨소프트 주가도 출렁거렸다.

엔씨소프트가 1997년 PC 게임시장에서, 2017년에는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남들보다 빨리 적응해 눈부신 성공을 거뒀던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엔씨의 침체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엔씨소프트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리니지 시리즈 외에는 이렇다할 히트 게임을 만들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김 대표의 게임 직접 개발 고집이 꼽힌다.

김 대표는 본사 자체 개발과 리니지 장르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평소 "우리는 게임 회사이기 때문에 게임 개발만큼은 우리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리니지1부터 잇따라 성공해온 리니지 시리즈의 흥행에 따라 동일 장르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게임업계 개발동향은 이같은 김 대표의 게임 경영방침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을 따라잡기 위해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빠르게 발빠르게 개발해 내놓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함께 3N이라고 불리는 넷마블, 넥슨 등 다른 게임 기업들도 이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등이 그 사례다. 이 게임 기업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사외 개발조직을 만들어 여기서 참신한 게임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다. 국내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선 그동안 숫하게 나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이젠 별달리 새로울 게 없고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엔씨소프트 내부에서도 다른 게임 기업처럼 개발 스튜디오 체제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 2년 반 만에 크래프톤 시총 절반으로, 김택진 위기 탈출 선택은

▲ 쓰론앤리버티 공식이미지.


결국 최근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TL)마저 흥행에 실패하자, 김 대표도 그동안 '마이웨이' 경영에 변화를 택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TL은 김 대표의 철학이 집대성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엔씨소프트는 TL에서 확률형 아이템 등 기존 리니지 장르의 문제점은 제거하고, 리니지 장르의 재미만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포부를 담았다.

그러나 TL은 기대했던 만큼 이용자 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내서비스 초기 흥행에 실패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회사 설립 이래 유래 없는 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배우자 윤송이 사장과 동생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며 가족 경영체제를 해체키로 했다. 또 변화경영위원회를 도입하고, 게임사업은 물론 엔씨소프트의 사업 다각화 전략까지도 근본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또 창사 이래 처음 공동대표이사도 영입했다. 김 대표는 공동대표이사로 영입한 박병무 전 VIG파트너스 대표에 엔씨소프트 게임사 인수합병 전략을 맡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또 최고사업책임자(CBO) 3명을 중심으로 주요 개발·사업 조직을 개편하고, 김택진·박병무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기획·글로벌·법률·NC리서치 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최근 공지했다.

회사는 올 상반기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를 출시하고, 하반기엔 다중접속실시간전략게임(MMORTS) ‘프로젝트G’를 출시해 반전을 노린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