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 성명 발표에서 봉준호 감독, 장항준 감독, 이원태 감독,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최덕문 등 대중 문화예술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봉준호·김의성·윤종신 등 문화예술인들이 故 이선균 배우 사망과 관련해 수사당국과 언론 등을 비판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는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사회를 맡은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성명서 발표자인 봉준호 감독,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이원태 감독, 최덕문 배우 및 관련 단체장들이 참석했다.
이선균 배우와 함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등에서 작품을 같이 한 김의성 배우는 “그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라며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사건 관련성과 증거 능력 유무 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녹음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그는 19시간의 수사가 진행된 세 번째 소환조사에서 거짓말탐지기로 진위를 밝혀달라는 요청을 남기고 스스로의 삶에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됐다”며 “이에 지난 2개월간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 살인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재개정 등을 요구했다.
봉준호 감독은 수사당국을 향해 “고인의 내부 정보가 유출된 시점부터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 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의 질문에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 치의 의구심없이 조사해 공개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음성 판정이 나왔던 지난 11월24일 KBS 단독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돼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며 “언론 관계자의 취재 협조는 적법한 범위에 의해 일어나야 함에도 고인의 출석 정보를 공개한 점, 고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적법한 행위인지 밝혀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당국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고 주장했다.
윤종신씨는 언론을 향해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의 병폐에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느냐"고 한탄했다.
이들은 또 정부와 국회가 이번 사건에 침묵하지 말고 현행 법령의 문제점을 점검해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이선균 사건의 실체 파악을 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등 29개 문화예술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이선균씨는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공원 인근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언론보도를 통해 마약 투약 의혹이 제기됐으나 “나를 속이고 약을 줬다”며 “마약인 줄 몰랐다”고 반박했다. 수사 과정에서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에 이어 모발 등을 채취해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