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에 '중국 반도체'가 핵심 쟁점, 미중 무역전쟁 최고조 이른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14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연말에 진행되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및 투자 성과가 바이든 정부의 경제와 외교정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올해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제재 수위를 높이며 압박을 더하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에도 중국과 ‘디커플링’을 더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을 상대로 한 규제정책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에 모두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을 막는 것은 미국 여야가 대체로 모두 동의하는 몇 안 되는 목표 가운데 하나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기여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 대중국 규제에 효과를 증명하는 일은 임기 초반부터 꾸준히 추진해 온 미국 제조업 재건 공약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에도 해당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중국과 공급망을 단절하는 디커플링에 성과를 내는 일이 이러한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산업 성장을 막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책은 분명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기업 및 배터리 제조사가 미국에 대규모 생산공장 건설을 시작하며 적극 화답했고 중국 기업들은 아직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는 데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중심으로 추진된 미국 내 반도체산업 지원 정책은 아직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 반도체공장 건설을 시작한 대부분의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대만 TSMC가 올해로 계획하고 있던 미국 반도체공장 가동을 1년 가까이 늦춘 데 이어 삼성전자의 현지 공장 운영도 예정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중국 정부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을 방해하기 위한 여러 규제를 도입했는데 이마저도 많은 허점을 드러내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화웨이와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미국의 규제 아래서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7나노 미세공정 프로세서 개발 및 생산에 성공한 사례가 가장 치명적인 타격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기술 발전을 늦추는 데 효과를 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며 “야당 측은 이러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앞세울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2024년 미국 대선에 '중국 반도체'가 핵심 쟁점, 미중 무역전쟁 최고조 이른다

▲ 미국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규제 수위를 높이며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캠페인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향한 무역제재 수위는 훨씬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산 반도체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등 철강이나 태양광과 같은 산업에 적용했던 수준의 고강도 무역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에 대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제한을 강화한 점과 네덜란드 정부에 ASML의 반도체장비 수출 중단 시점을 앞당겨달라고 요구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올해 말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사례는 더욱 늘어나게 될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등 주요 동맹국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중국과 거래 축소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자연히 중국을 장기간 반도체 최대 수출국가로 두고 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을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바이든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 내 공장에 시설 투자 제약을 받는 등 이미 꾸준히 영향권에 놓이고 있었다.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기업에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다소 완화된 정책을 펼치며 타격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정책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연말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이러한 정책에 맞서 다시금 무역보복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는 점도 미국과 주요 동맹국에 악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올해 최고조에 이를 조짐을 보이며 세계 경제 및 반도체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해에 중국과 갈등은 더욱 고조되어 갈 것”이라며 “대선에서 어느 쪽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중국을 향한 무역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