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CES 참가 안 해도 홍보효과 톡톡, AR/VR 경쟁판에 '비전프로 출시' 기습 공개

▲ 2023년 6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서 열린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를 통해 공개된 비전프로의 시제품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확장현실(XR) 헤드셋인 비전프로의 공식 발매일을 기습적으로 공개했다. 

세계 최대 IT행사인 CES2024(소비자 가전 전시회)가 현지시각으로 9일 개최해 판이 깔린 가운데 바로 전날인 8일에 출시 소식을 알린 것이다.

CES2024에 참가하지 않는 애플이 오히려 행사가 시작하기 직전에 비전프로 발매 소식을 전하면서 홍보효과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각)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비전프로가 2월2일 미국에서부터 출시될 것이라고 정식으로 발표했다. 

미국 판매가격은 256기가바이트(㎇) 용량 기준 3499달러(약 459만3270원)다. 한국시각으로 오는 19일 오후 10시부터 온라인으로 예약 주문을 받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보도자료를 통해 “비전프로를 통해 사용자가 서로 연결하고 정보를 탐색하는 방식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 IT전문지 씨넷을 포함한 주요 외신들은 애플이 하필 8일에 발표를 내놓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CES2024로 전 세계 전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비전프로의 출시 소식이 개막 하루 전날에 나와 더 주목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ES2024는 1월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씨넷은 “애플이 전술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올해 애플의 비전프로 발표는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들어갈 최적의 타이밍으로 평가받으며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다른 업체들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기를 다수 내놓으며 미리 깔아 둔 판을 애플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전자전문매체 PC매거진의 8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 영상기기 전문업체인 TCL은 이번 CES2024에 증강현실 안경 ‘레이네오 X2 라이트(RayNeo X2 Lite)’를 출품한다. 미국 뷰직스(Vuzix)도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글라스를 소개한다. 

삼성전자도 제품을 준비 중이다. 

씨넷의 7일자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비전프로와 경쟁 목적의 혼합현실 헤드셋을 준비하고 있다. 퀄컴의 확장현실 칩인 스냅드래곤 XR2 플러스 2세대 제품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번 CES2024에 제품을 소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CES2024를 기점으로 관련 제품이 속속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홍보효과를 선점한 애플이 확장현실 부문의 선두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자산운용사 딥워터의 매니징 파트너 진 먼스터는 8일자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를 통해 "비전프로는 향후 최대 10년 동안 애플의 주요 제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공간 컴퓨터를 소비자들이 접하면 그 진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 컴퓨터는 헤드셋을 머리에 착용하면 눈앞의 공간이 컴퓨터 화면처럼 펼쳐진다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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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프로가 '페르소나'를 만들기 위해 사용자의 얼굴을 감지하는 작업을 보여주는 홍보용 이미지. 페르소나는 통화 중인 다른 사람들이 비전프로를 착용한 사용자의 얼굴 표정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능이다. < Apple >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시장은 성장이 예고됐던 유망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파트너스의 2022년 3월자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36.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이 상용화한 초기에는 개발 기업이 소수라 성장세가 느렸다. 

시장을 선점했다고 평가받던 메타는 가상현실 헤드셋인 퀘스트 시리즈 관련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에서 2022년 초부터 2023년 3분기까지 210억 달러(약 27조6188억 원)의 누적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CES2024에서 다수의 기업이 차세대 기술을 공개하며 경쟁을 예고하면서 이 시장을 향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애플이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라는 신개념을 표방하며 기술에 자신감을 보인다는 점도 제품 흥행에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웨어러블 기기에 음성으로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도 비전프로에 장점이 될 수 있다. 

비전프로의 흥행을 두고 증권사 전망은 여전히 엇갈리지만 그만큼 시장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홍콩의 증권사 TF인터내셔널은 애플이 올해 50만 대의 비전프로를 출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