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T는 한동안 부진하던 통신사업에서 5G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회복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KT는 5G 보급 성과에 힘입어 무선통신 ARPU(사용자 당 평균수익) 상승으로 무선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KT는 2023년 10월 기준으로 5G 보급률(휴대전화 회선 기준)이 71%로 2022년 10월 59%와 비교해 12%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경쟁업체인 SK텔레콤(66.6%)이나 LG유플러스(62.9%)보다 높은 수준이다.
5G 보급률 상승은 무선통신 ARPU를 높여 KT의 수익성을 개선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5G 요금제의 ARPU는 LTE 요금제와 비교해 평균 1.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해 2분기부터 로밍 매출이 외국인 유입과 해외여행 증가에 따라 코로나19 이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면서 무선통신 서비스 매출에 보탬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신증권은 2023년 4분기 KT 영업이익을 3510억 원으로 1년 전(1510억 원)보다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KT 영업이익 증가에는 통상 4분기에 발생하는 계절적 비용 가운데 500억 원 가량이 3분기에 선반영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통신사업 수익성 개선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KT는 지난해 3월 구현모 전 대표이사 사장과 윤경림 사장이 차기 대표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벌어진 경영 공백으로 실적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김영섭 대표가 같은 해 8월 말 취임 뒤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가 본업인 통신사업을 안정화하며 김 사장이 추진하는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기업으로 변신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최근 신년사에서도 “취임 이후 IT전문성을 강화해 과거 CT(통신기술) 중심의 사업구조를 뛰어넘어 ICT 전문기업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고 그룹 임직원들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높아진 통신사업의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ICT신성장 사업에 더욱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바로 다음 달인 2023년 9월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 행사에서 “클라우드,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영역에서 대등한 IT 역량을 축적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에너지 등 영역에서 주도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ICT신사업과 관련해 다방면으로 사업확장에 힘쓰고 있다.
일례로 김 사장은 클라우드 사업확대를 위해 데이터센터(IDC)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KT는 2023년 3분기 기준 115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IDC)를 운용하고 있었는데 그 뒤 5년 동안 10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에 따라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 서울 종로 광화문 KT사옥. <연합뉴스>
김 사장은 취임 뒤 지난해 11월 있었던 첫 조직개편에서 인공지능 관련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AI테크랩을 신설하기도 했다. AI테크랩은 KT의 자체개발 초거대 AI '믿음'을 기반으로 AI 응용 기술과 서비스 개발 등을 담당한다.
김 사장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개화를 대비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KT는 UAM(도심항공교통)에 활용되는 5G 항공망 기술과 UAM 기체의 운항정보 관리 시스템의 상용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사장의 ICT신사업 확장 노력은 구현모 전 KT 대표의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환' 전략을 이어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구 전 대표는 정체에 빠진 통신에 머물지 않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넓힌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디지코 전환을 추진하고 있었다.
디지코 전환은 KT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부각됐던 만큼 정부 여당과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압박으로 구 전 대표가 물러나게 되자 후임자는 ICT신사업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해 디지코 전환의 연속성을 도모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KT 이사회가 김 사장을 최종 대표이사 후보로 꼽은 주요한 이유에는 김 사장이 LGCNS 대표이사 재직 당시 스마트물류와 스마트시티 등 ICT분야에서 성과를 낸 만큼 KT의 디지코 전환에 힘을 실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도 작용했다.
윤종수 KT 이사회 의장은 김 사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하며 “김영섭 후보는 그간의 기업경영 경험 및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