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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빅4, 대우조선해양발 회계제도 개편의 격랑 속으로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6-09-12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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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계법인 빅4, 대우조선해양발 회계제도 개편의 격랑 속으로  
▲ '빅4' 회계법인 대표들이 회계제도 개편의 격랑을 맞이하게 됐다. 좌측부터 안경태 삼일PwC 대표, 함종호 딜로이트안진 대표, 김교태 삼정KPMG 대표, 서진석 EY한영회계법인 대표.

삼일PwC,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 EY한영회계법인으로 대표되는 ‘빅4’ 대형 회계법인들이 회계제도 개편이라는 격량에 휩쓸리게 됐다.

회계제도 개편은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 논란으로 촉발됐는데 대형 회계법인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 회계법인에 제도개편 논의 본격화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회계업계는 물론이고 기업과 학계 전문가도 참여하는 ‘회계제도 개혁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현재의 외부감사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사안을 중심으로 현재 회계제도를 고치겠다”며 “이번 기회에 더욱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시장의 지적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회계제도 개혁 태스크포스는 현재 회계제도의 기반인 자유수임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수임제는 기업에서 외부감사를 하는 회계법인을 직접 고르는 제도인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서 불거진 부실감사 문제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미국처럼 고도화되고 분화되지 않았는데 자유수임제를 적용하면 회계감사와 기업의 이해가 상충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자유수임제를 유지하면서 5~6년에 한번씩 정부에서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을 지정하는 지정감사를 하는 방안을 회계업계는 요청하고 있다.

자유수임제로 외부감사를 할 때도 회계법인 1곳이 아니라 2곳 이상을 기업에서 지정해 감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복수감사제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야당에서 추진 중인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도 감사대상인 기업과 회계법인 양쪽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회계법인 빅4, 대우조선해양발 회계제도 개편의 격랑 속으로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계투명성 강화 개혁방안을 연내에 확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는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의 대표이사를 제재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회계법인을 선임할 권한을 기업 경영진에서 감사위원회로 옮기고 유한회사와 대형 비상장법인도 상장기업과 같은 수준의 회계감사를 받는 내용도 들어갔다.

분식회계가 생기기 쉬운 업종에 대해 핵심감사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핵심감사제는 회계법인에서 핵심적인 감사항목을 기업 경영진과 협의해 선정한 뒤 그 항목을 중점적으로 살핀 내용을 보고서에 공개하는 제도로 상반기부터 조선 등 장기간 수주업종에 적용됐다.

금융위는 10~11월에 외감법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도 2017년 6월까지 회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 양날의 칼, 회계제도 개편

지정감사제가 확대되면 대형 회계법인들은 기업의 눈치를 덜 볼 수 있고 감사보수도 올려받을 수 있다.

국내 회계법인은 2015년 기준으로 자산총액 100대 대기업에 대한 감사에 74만4038시간을 투입했다.  2014년보다 4만 시간가량 늘었다.

그러나 시간당 감사보수는 2년째 연속으로 7만7천 원선에 머물렀다. 2009년 8만3200원보다 10% 가까이 줄었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외부감사는 회계법인을 선정한 기업에서 감사보수도 지정하기 때문에 대형 회계법인이라고 적은 보수도 감수해야 한다”며 “지정감사제는 회계법인에 유리한 부분도 많아 보수협상에서 비교적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은 지금도 정부에서 지정한 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받고 있는데 회계법인들이 이때 평균보다 높은 감사보수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감사능력을 갖춘 회계법인에만 상장기업의 외부감사를 맡기는 감사인등록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데 대형 회계법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최근 중소형 회계법인의 증가 추세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데 감사인등록제가 실시될 경우 다시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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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회계제도 개편 방향이 대형 회계법인에게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무거워진다.

지정감사제와 감사인등록제는 양쪽 모두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는 제도인 만큼 대형 회계법인에서 회계제도 개편 이후에도 부실감사 문제에 휩싸일 경우 과징금 폭탄이나 감사 선정에서 배제되는 등의 불이익을 안을 수 있게 된다.

외감법 개정안이 통과돼 대표이사가 부실감사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게 될 경우 회계법인의 운영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최중경 회장이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 대표를 제재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보이는 것도 이 사안이 그만큼 폭발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 대우조선해양에서 촉발된 개편 논의

회계제도 개편 논의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에 따른 부실감사로 촉발됐다.

여야 의원들은 8~9일에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대형 회계법인들의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 여부를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함종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 김교태 삼정KPMG 대표, 안경태 삼일PwC 대표들은 대우조선해양 측에 유리하게 감사를 하지 않았다고 일관적으로 답변했지만 의원들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에서 5조4천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가 있는 2010~2012년과 2013~2014년에 외부감사를 맡았는데 당시 매년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냈다.

삼정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도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4조2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데 근거가 된 실사보고서를 부실하게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15년 7월에 삼정회계법인에서 작성한 뒤 삼일회계법인에서 검증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에서 받은 ‘대우조선해양 이사회 부의안건’에 따르면 두 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대우조선해양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올해 순이익 514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에만 순손실 1조4524억 원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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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 의원은 “삼정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의 보고서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115억 달러 규모를 수주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10억 달러도 안 된다”며 “서별관회의의 의사결정에 토대가 된 실사보고서가 부실했거나 조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기업에서 주는 자료만으로 외부감사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회계법인이 처음부터 잘못된 자료를 받았을 때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계법인들이 잘못된 감사결과를 내놓아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이 빗발치면서 회계법인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9일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분식회계에 연루된 회계법인, 회계사, 회계책임자, 담당임원 등에 대한 처벌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분식회계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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