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사장 선임 절차에 '공정' 모양새 갖춰, 백복인 4연임 가능할까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의 4연임 도전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백 사장이 2023년 1월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KT&G-PMI 글로벌 콜라보레이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KT&G가 다음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면서 제도를 손봤지만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절차 개선의 핵심은 그동안 대외적으로 지적받았던 공정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양새만 갖췄을 뿐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여전히 미흡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KT&G의 사장 선임 절차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번 절차가 백복인 대표이사 사장의 세 번째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KT&G를 향한 절차적 공정성 문제 제기뿐 아니라 소유분산기업이라는 특성상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백 사장이 연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인다.

3일 KT&G와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KT&G는 제도 개선을 통해 새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지만 이 절차가 결코 공정성을 완벽하게 담보하지 못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KT&G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새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KT&G에 따르면 새 사장 선임 절차는 사장 후보 공개 모집 절차가 끝나면 본격화한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인 지배구조위원회는 공개 모집 마지막 날인 10일 이후부터 사장 후보군을 추린다.

먼저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와 사장 및 공개 모집을 통한 외부 사장 지원자들을 놓고 사장 후보군(롱리스트)을 결정한다. 이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해 1월 말까지 사장 후보 심사 대상자(숏리스트)를 확정한다.

KT&G는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내 임시위원회인 사장후보추천위원회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KT&G 정관에 따르면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현재 6인 이내의 사외이사와 현직 사장 1인 등 7인 이내로 구성된다. KT&G는 3월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세워놨는데 이에 앞서 1월 말 사장을 제외한 사외이사만으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세웠다. 그래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사장 후보 심사 대상자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뒤 2월 말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를 이사회에 보고한다. 이사회가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올라온 최종 후보자를 새 사장 후보자로 결정하면 이는 3월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라간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주주총회’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셈이다. 

밖에서 보면 이는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만큼 백복인 사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명분도 선다.

KT&G는 내부에서만 후보를 찾던 절차를 개선해 외부 인재도 후보군에 포함시키기로 한 점도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한다.

KT&G는 그동안 KT&G 전현직 임원만 대상으로 사장 후보를 추려왔다. 현직 사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떤 임원이 차기 사장에 도전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따라나왔다.

KT&G 지배구조위원회는 이런 지적을 감안해 이번 절차 개선을 통해 KT&G 출신이 아니더라도 사장 후보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담배 또는 소비재 산업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영 전문성, 신사업 추진 역량 및 글로벌 전문성과 같은 5대 요구 역량을 단서로 달았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4주로 확대된 점도 기존보다 개선된 점이다. 2021년에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단 11영업일 만에 현 사장인 백복인 사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백복인 사장의 세 번째 연임 시도를 가로막을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시선도 많다.

무엇보다도 사외이사가 꼭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리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 주요 근거 가운데 하나다.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의 유선규 상무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KT&G가 사장 후보를 뽑기 위해 구성했거나 구성할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포함될 사외이사 모두 백복인 사장의 임기에 KT&G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공정한 심사를 진행하리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그 근거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의 최근 인터뷰를 들었다.

김 이사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KT&G와 비슷한 지배구조를 지닌 포스코를 놓고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 절차에 따라 회장 선임 절차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존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기구가 공정하고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지는 주주, 투자자와 시장에서 적절히 판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현 제도로는 무늬만 경쟁일 뿐 사장 선임을 위한 실질적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됐다.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동일 인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KT&G에는 모두 6명의 사외이사가 있는데 이 가운데 5명이 지배구조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KT&G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도 모두 사외이사로만 구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결국 지배구조위원회에 소속됐던 사람이 다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포함될 공산이 크다.

다시 말해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모두 동일한 인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무늬만 ‘2단계 심사’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KT&G 사장 선임 절차에 '공정' 모양새 갖춰, 백복인 4연임 가능할까

▲ KT&G는 소유분산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 외풍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KT&G 본사. <연합뉴스>


백 사장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연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직 사장이라는 점에서 본인이 고사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사장 후보군으로 심사를 받게 된다.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백 사장이 사실상 세 번째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백 사장이 이번에 연임하게 되면 2027년 3월가지 KT&G를 이끌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는 2015년부터 무려 12년이나 KT&G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다만 백 사장에게 존재하는 외부 변수는 큰 부담일 수 있다.

KT&G는 국내의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 가운데 하나다. 소유분산기업은 지분이 잘게 분산돼 있어 확실하게 회사를 통제할 수 있는 대주주가 없는 기업을 말하는데 KT와 포스코, KT&G처럼 과거 정부가 지분을 보유했지만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민간으로 지분이 넘어간 회사를 일컫는다.

2분기 말 기준으로 KT&G의 최대주주는 지분 6.93%를 보유한 중소기업은행이다. 중소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기획재정부(59.5%)로 사실상 정부다. 2대주주 역시 정부라고 볼 수 있는 국민연금공단(6.31%)이다.

지배구조를 볼 때 KT&G가 정부의 외풍에 직접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셈인데 이는 새 사장 선임 절차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KT는 지난해 초 새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외풍 탓에 구현모 전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하는 등 잡음이 많았다.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이번 KT&G 사장 선임은 모든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 아래 사장 선임 전 과정에서 더욱 강화된 공정성, 객관성을 바탕으로 주주들과 소통하며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