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3년은 기상 관측 이래 지구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뜨거워진 지구는 인류에 이전과 다른 극단화된 기후를 보여줬다. 지구촌 곳곳은 전례없는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를 겪었다. 기후위기는 정치, 경제, 산업 등 인류 생활 전반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지난 1년 동안 기후리스크와 국제대응뿐 아니라 기후스튜어드십, 기후테크, 워터리스크 등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지고 있는 산업, 금융 현장의 트렌드들을 취재해 심층 보도했다. 그 중 핵심 이슈를 되짚어 본다.
① 기후재난 심화에도 인류는 허둥지둥, 숙제는 2024년으로
② 세계 큰손들의 기후행동 본격화, ‘기후스튜어드십’
③ '워터리스크' 한국도 예외 아니다, 삼성 등 대응 분주
④ 물 문제는 이제 국가 안보, 워터리스크 대응에 진심인 국가들
⑤ 수십조 투자 끌어들이는 시장, 기후테크가 뜬다
⑥ 묻혀가는 기후위기 대응 법안, 다음 국회서 빛 볼 날 기다린다 |
▲ 아모지의 트럭 암모니아 탱크. 액체 암모니아로 구동되는 이 트랙터는 90초 만에 하루 종일 작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충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모지>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세계적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끈 투자처가 있다.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기후위기를 해결할 기술적 해법으로 평가받는 ‘기후테크’다.
31일 국내 금융업계를 종합하면 국제적 경기 침체에 벤처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 기후테크산업은 자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프라이스워터스쿠퍼(PwC)가 10월 발간한 ‘제4차 기후테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제 자본 시장에서 기후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11.4%로 높아졌다. 이전 10년 동안은 평균 10%를 기록했다.
프라이스워터스쿠퍼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 투자 시장은 경기 침체로 극심한 투자 위축을 겪었다”며 “기후테크는 이런 상황에도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신규 투자자들의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기후테크는 현재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비해 극도로 저평가돼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매체 포춘은 “경기 침체에 벤처캐피털 투자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기후테크”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기술 친화 정책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은 기후테크를 향한 긍정적 투자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홀론아이큐(HolonIQ)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후테크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700억 달러, 약 90조3천억 원에 달했다. 벤처투자만 포함된 수치다.
기후테크란 매우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는 말이다. 기후위기의 근본적 대책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부터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후적응까지 모두 포함한다.
올해 한국 정부도 국제적 기후테크산업 산업의 성장을 위해 국내 기업 지원에 나섰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기후테크산업 육성전략’은 민관합동으로 약 145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유니콘 기업’ 10곳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 유니콘 기업이란 비상장사 가운데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2천억 원)를 넘는 스타트업을 말한다.
최종적으로는 기후테크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해 2030년까지 기후테크산업 분야에서 수출 규모 100조 원,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탄녹위는 이를 위해 국제박람회 연계 노력, 국제 소재기구 협력, 연구개발 지원, 기후산업규제혁신위원회를 통한 규제 개선 등을 추진한다.
▲ 한화임팩트는 올해 4월 마친 수소 혼소 발전 실증사업에서 중대형 가스터빈으로는 세계 최고의 수소 혼소율인 59.5%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 실증사업이 진행된 한화임팩트 대산 사업장의 실증설비 중앙 스택(발전소 굴뚝). <한화임팩트> |
서울시가 11월 주최한 기후테크 콘퍼런스에서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은 “투자 자본, 그 목적의 중요성 등을 보면 기후테크 산업은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발전과 비교해봐도 매우 압도적일 것”이라며 “다만 기후테크 산업의 뿌리가 될 스타트업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전체 스타트업 가운데 기후테크 관련 스타트업의 비중은 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네덜란드 15%,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이 5%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었다.
스타트업 투자 규모도 여타 주요 국가들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글로벌 상위 10개국 평균이 171억 원이 넘는 것에 비해 한국은 평균 45억 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약속한 유니콘 기업도 올해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 소재한 유니콘 기업은 80곳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문상원 삼정KPMG 상무는 “기후테크 산업은 사업성이 나오면 친환경성이 덜하거나 친환경성이 높으면 비용이 많이 소요돼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체화한 정책을 통해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기후테크는 기후위기라는 전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형성된 산업인 만큼 태생적으로 정책과 결합해 있는 영역”이라며 “일반 스타트업 육성에서 정부가 단순 시장 조성자 역할을 했다면 기후테크 스타트업 영역의 정책은 더욱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부족한 투자 규모에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는 한편 해외에서는 거대 민간자본들이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가 주도하는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와 제프 베이조스가 창립한 베이조스어스펀드 등이 있다.
이들 두 펀드가 운용하는 자본 규모만 따져도 합계 120억 달러(15조4320억 원)가 넘는다.
배출권 규제 강화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서는 개별 기업들의 기후테크를 향한 관심도 높다.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IT 대기업들보다도 특히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 해상 탄소포집 스타트업 러닝타이드, 직접포집(DAC) 기술 기업 클라임웍스 등에 수백만 달러 이상을 각각 투자하고 있다.
투자자와 시장을 찾아 미국에서 창업한 암모니아 연료전지시스템 기업 아모지(Amogy)
등 국내 개발자들이 주축이 된 스타트업들도 있다.
기후벤처들은 기술력을 인정 받으면 대규모 자금을 끌어온다. 기술 실증에 성공한 아모지의 경우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6개국에서 올해 8월까지 2억2천만 달러(2900억여 원)의 투자를 받았다.
▲ 부표를 비롯한 자재를 옮기고 있는 직원. 러닝타이드는 '탄소부표'를 이용해 해상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러닝타이드> |
대형 민간 자본들의 활동에도 국제기관과 금융권에서는 기후테크를 향한 투자가 더욱 늘어야 한다고 평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5월 내놓은 ‘2023 세계 에너지 투자 보고서’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 등 친환경 기술 분야에 매년 1조7천억 달러(2187조 원) 이상이 투자돼야 할 것으로 평가했다.
투자 필요 규모는 한국 정부 1년 예산 625조7천억 원의 3.5배에 달한다. 2022년 한국 국내총생산(GDP) 2150조6천억 원보다도 큰 규모다.
금융컨설팅업체들도 매년 기후 관련 기술 분야에 수천 조 원 이상의 자금 유입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4월 ‘다음 세대 기후테크 기술 촉진’ 보고서에서 각국의 탄소중립 계획 실천, 기후적응을 위해 기후테크에 매년 3조5천억 달러(약 4516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맥킨지앤컴퍼니도 2022년 ‘넷제로 전환’ 전략 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매년 에너지와 토지 관리 등 물리적 자산 개선 작업에 3조5천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버트 호킨 그린배커 투자 매니징 파트너는 10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현재의 투자 환경은 수많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도태시키고 있다”며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들이 기후테크 기업에 투자할 때 리스크로 인해 의사결정을 망설이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탈탄소에 성공하고 스스로를 구원하려면 기후테크 기업에 투자했을 때 리스크를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투자를 해서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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