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고금리 지속으로 신음했던 카드업계는 수익성 조기 회복에 방점을 찍고 생존 전략 마련에 골몰했다.

자금조달을 위한 여신전문회사금융채(여전채) 금리와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는 위기 상황 속에서 '화제성' 보다는 '수익성'이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화제성' 보다는 ‘수익성’, 애플페이 도입 더디고 라인업 재편 빨랐다

▲ 2023년 카드업계의 최대 화젯거리로 애플페이가 꼽혔으나 카드사 추가 도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화제성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한 '애플페이'는 업황 부진에 시달리는 카드사들의 예상 밖 외면에 직면하고 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발표한 ‘올해 카드업계 이슈 10’에서 애플페이가 1위를 차지했다.

애플페이는 그동안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없었던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받았다. 국내 출시 첫날 토큰 발행 건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고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일부 등록 절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처럼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만큼 현대카드와 독점기간이 끝나면 일제히 카드사들이 추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일부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설’은 아직까지도 소문만 무성한 상태다. 독점이 끝나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실제로 추가된 카드사는 없다.

앞서 증명된 애플페이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의아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카드사 추가에 대한 소비자 호응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카드고릴라가 실시한 애플페이에 추가됐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에서 25.4%가 카드사 추가를 골랐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도입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배경에는 수익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우선 애플페이를 이용하기 위해 보급해야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는 일반 카드단말기보다 비싸서 보급률이 낮다. 보급된 비중은 10% 정도로 알려졌다. 게다가 애플페이의 주 사용처가 편의점인만큼 소액 거래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드사 입장에서 이용가능한 가맹점이 제한적인데다가 거래 금액도 작아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페이를 유일하게 도입한 현대카드에서도 애플페이는 수익성을 위해 도입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꾸준히 내왔다.

게다가 0.15%로 알려진 애플페이 수수료도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카드사들은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마다 떨어져 무려 14년 동안 낮아지기만 한 가맹점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카드사 본업인 카드수수료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가수수료 부담을 안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이처럼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애플페이가 카드업계에서는 이렇다한 보폭 확장을 하지 못한 가운데 업권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 부분을 들자면 카드라인업 재편이라 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말 기준 연내 단종된 신용카드 수는 247개다. 2022년 연간 단종카드 수 79개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게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비용효율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카드상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인력과 비용 등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카드 등을 정리하고 바뀐 소비 패턴에 맞는 신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다만 새롭게 등장한 신용카드는 96개로 줄어든 수에 비해 많지 않았는데 이 가운데 프리미엄 카드들이 속속 등장했다.
 
카드업계 '화제성' 보다는 ‘수익성’, 애플페이 도입 더디고 라인업 재편 빨랐다

▲ 올해 카드사들은 기존 카드를 대규모로 단종시키며 카드라인업 재편에 나섰다. <여신금융협회>


프리미엄카드는 일반적으로 연회비가 10만 원 이상인 카드상품을 말한다. 최근에는 롯데카드가 연회비 30만 원의 '로카프로페셔녈'을 선보였다. 앞서 우리카드, 신한카드 등에서도 ‘올 우리카드 인피니트(연회비 50만 원)’, '싱가포르항공 크리스플라이어 더 베스트 신한카드(연회비 25만 원)'등을 출시했다.

초고가 프리미엄카드 라인업을 강화한 카드사도 많았다. 우리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등에서는 연회비가 100만 원이 넘는 카드가 새로 등장했으며 삼성카드도 연회비 70만 원의 '디아이디 티타늄' 카드를 내놨다.

프리미엄카드 라인업이 강화되는 흐름도 수익성과 무관하지 않다. 고객들은 연회비를 낸 만큼 카드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이용금액도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받는 만큼 올해보다는 긍정적 업황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업황이 바로 개선되기는 어려운 만큼 적어도 내년 연말까지는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결과는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수수료 비용을 더이상 낮출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올해 금리가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수수료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수수료 적격비용이 지난 14년 동안 연이어 낮아졌다는 것과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역시 인하가 결정될 수 있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