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선정 '올해의 노동자 대표'에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파업 성과 주목

▲ 미국 CNN비즈니스가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을 처음으로 올해의 노동자 대표에 선정했다. 사진은 2023년 7월12일 미국 미시간주 스텔란티스 생산공장 앞에서 시위에 참여하는 숀 페인(우측)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연말마다 ‘올해의 CEO’를 선정해 소개하던 미국 CNN비즈니스가 2023년에는 기업이 아닌 노동자를 대변하는 ‘올해의 노동자 대표’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포드와 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자동차기업과 임금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밀어붙여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낸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CNN비즈니스는 현지시각으로 27일 “올해 노동자 대표로 선정된 숀 페인 위원장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앞으로도 마음을 놓기 어렵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숀 페인이 미국 빅3 자동차기업과 협상을 마친 뒤에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대신 계속해 노동자 권익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예고했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CNN비즈니스는 해마다 연말이 되면 경영이나 기업가치 부양 등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최고경영자(CEO) 한 명을 선정해 올해의 CEO로 소개한다.

2023년에는 인공지능(AI)분야에 성공적인 투자로 글로벌 IT업계 경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판정승’을 안긴 사티야 나델라가 CNN비즈니스 올해의 CEO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CNN비즈니스는 기업 측을 대표하는 CEO뿐 아니라 노동자를 대변하는 올해의 노동자 대표를 선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숀 페인이 올해 이뤄낸 업적을 조명하는 기사를 전했다.

숀 페인은 3월에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조합원 직접투표를 통해 당선된 인물로 뚜렷한 강성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미국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노동자 권익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하며 빅3 자동차기업을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 왔다.

이러한 태도는 빅3 자동차기업과 전미자동차노조가 4년마다 벌이는 임금협상을 앞두고 더욱 뚜렷해졌다. 숀 페인은 제조공장 노동자 등에 평균 40%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포드와 GM, 스텔란티스가 이러한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전미자동차노조는 9월15일부터 사상 처음으로 3개 자동차기업을 동시에 겨냥한 대규모 파업에 돌입했다.

약 2개월에 걸쳐 파업이 이어진 뒤 전미자동차노조는 결국 평균 25% 수준의 임금 인상에 자동차 제조사들과 합의하면서 사실상 매우 큰 승리를 거두게 됐다.

CNN비즈니스는 전미자동차노조가 특히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노동자들도 동등한 권리를 얻도록 한 것이 숀 페인의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지목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을 통해 운영하는 배터리공장 노동자 임금 인상에도 합의하고 향후 설립되는 신규 공장에도 전미자동차노조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포드 및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도 모두 비슷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결국 공장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상승 및 노사관계 악화에 따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전미자동차노조를 비롯한 노동자 입장에서 본다면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도 내연기관 차량 공장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여지가 생긴 만큼 긍정적인 변화로 꼽힌다.
 
CNN 선정 '올해의 노동자 대표'에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파업 성과 주목

▲ 2023년 9월29일 미국 미시간주 랜싱 델타 지역에 위치한 GM의 생산설비 부근에서 전미자동차노조원들이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코넬대학교 노동 전문 교수인 아트 위튼은 CNN비즈니스를 통해 전미자동차노조가 ‘그랜드슬램’으로 예상을 뛰어넘은 대승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숀 페인은 2023년에 임금협상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데 그치지 않고 빅3 자동차기업을 제외한 다른 자동차기업을 향한 공세를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테슬라와 토요타 등 미국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미자동차노조가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하지 않은 자동차기업에 노조 설립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전미자동차노조의 입김이 미국 자동차업계에서 더욱 거세지는 일은 한국 자동차기업 및 배터리업체에도 중장기적으로 어려움을 더할 공산이 크다.

다만 CNN비즈니스는 숀 페인이 전미자동차노조에서 요구했던 모든 조건을 빅3 자동차기업들에 관철하지는 못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에서 근무하는 노조 조합원 가운데 상당수가 전미자동차노조와 사측에서 합의한 계약 조건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퇴직자를 위한 건강보험과 연금 등 혜택을 보장하는 내용이 근로계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전미자동차노조가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과제로 꼽혔다.

CNN비즈니스는 “숀 페인의 파업과 협상 전략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수준”이라며 “아무도 그가 이런 계획을 밀어붙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