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12-21 17: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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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5년 연속 무파업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사장으로 승진한 이동석 현대자동차 국내생산담당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대표이사가 내년 노사관계를 풀어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영업이익 최고치를 경신해 노조의 성과급 등에 관한 눈높이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강성으로 분류되는 새 노조 집행부가 주4일제 등 파격적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 이동석 현대자동차 국내생산담당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대표이사 사장이 맞이할 내년 노사관계는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글로벌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가 중요한 시기에 현대차 생산 및 노무관리를 총괄하는 이 사장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 사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데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교섭을 진행함으로써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을 파업 없이 마무리하며 현대차 노조 창립 이후 사상 첫 5년 연속 무파업 타결 달성에 기여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 사장은 노무관리뿐 아니라 올해 역대 국내 최대 생산실적(186만 대)도 달성하는 등 두 영역에서 모두 성과를 창출해 승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부사장 시절이던 2022년 초부터 현재 직책에 보임돼 울산과 아산, 전주 등 현대차 국내공장 운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자리는 노조와의 교섭에서 사측 대표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기도 하다.
지난해 3월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돼 정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함께 현대차의 3인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이끌어 왔다.
현대차는 최근 10년 동안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동시에 대표를 맡았던 2019년을 제외하곤 오너일가 1명, 재무나 영업 임원 1명, 노무총괄임원 1명 등으로 3인 각자대표체제를 운영해왔다.
현재 현대차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한다는 당위적 노무관리 목표 이외에도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 안정화가 중요한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 6월 중장기 전동화전략 '현대 모터 웨이'를 공개하며 2030년 전기차 200만 대 판매 달성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전기차 생산 역량 강화'를 내세운 바 있다.
내연기관차를 생산해 온 전통의 완성차 업체로서 기존 내연기관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도록 전환하는 방안과 전기차전용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 등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해 효과적으로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울산공장과 아산공장에서 500억~1천억 원을 들인 생산 라인 변경 작업을 완료하고 현재 각각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달엔 약 2조 원을 투입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울산 전기차전용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내년 하반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도 전기차 전용공장 HMGMA를 건설하고 있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수요를 고려해 추가로 국내외 공장 생산 라인을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주목할 지점은 현대차가 이와 같은 설비 투자를 추진하는 데 있어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뿐 아니라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차 단체협약 제41조 5항은 신차종 양산 관련 생산량과 투입인력을 조정할 때는 조합과 사전에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6항은 신차종 연구개발 기간 및 프로세스를 변경할 때 시행 90일 전 조합에 설명하고 이와 관련한 업무량, 안전조치, 인원배치 등에 조합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런 규정은 해외 투자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단협 제42조는 해외 공장 신설, 증설 및 해외공장 차종 투입 계획을 확정할 때 조합에 설명회를 실시하고 해외공장 신설 및 차종 투입으로 인해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다고 명시했다.
안정적 노사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생산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중장기 투자 결정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사장이 내년 교섭을 무탈하게 마무리짓는 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진행한 현대차 노조 10대 임원(지부장) 선거에서 강성으로 평가받는 문용문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9대 집행부에 이어 새 집행부도 강성이 이끌게 됐다.
1986년 현대차에 입사한 문 당선인은 '민주현장' 소속으로 2011년 현대차 4대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노조는 모두 22차례의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다. 문 당선인은 1991~1998년 4차례 구속 및 3차례 해고된 전력이 있다.
▲ 현대차 울산 전기차전용공장 조감도. <현대차>
문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상여금 900% 쟁취, 주4일 근무제, 정년연장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상여금 900%는 올해 노조의 요구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이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임단협이 올해까지 5년째 파업 없이 마무리된 데다 현대차가 잇달아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 임금협상 과정에선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조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공산이 커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전년 동기보다 80.4% 급증한 누적 영업이익 11조6524억 원을 거뒀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작년 연간 영업이익 9조8198억 원을 이미 초과달성했다. 현대차가 2022년 3분기 실적에 반영한 세타2 엔진 관련 충담금 1조3600억 원을 제외해도 3개 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여전히 넘어선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은 올해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8월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를 88.9%의 역대 최고 찬성률로 가결한 바 있다.
문 당선인은 주4일제 달성을 위해 내년 전주·아산 공장에서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이는 '금요 하프제'를 공약했는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불씨를 피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당선인의 정년연장 공약은 올해 임단협에서도 노사 사이 가장 입장 차이가 컸던 사안이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연령인 65세와 현행 정년 사이에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사측은 정년 연장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대차가 선제적으로 나서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임직원 가운데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3.7%에 이르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정년연장이 관철되지 않은 올해 합의안에 반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임단협에서는 정년연장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줄다리기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사장이 승진 뒤 첫해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다져 2030년 전기차 200만 대 판매를 향한 현대차의 앞길을 판판히 터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