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12-05 15: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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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원회관에서 12월5일 열린 기업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식보상제도 활성화 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Units, RSU)은 임직원이 더 열심히 뛰게 하고 미래의 성과를 공유하는 좋은 제도임에도 우리나라의 법 체제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식보상제도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의원은 "RSU를 포함한 임직원들에 대한 주식보상 활성화를 위해 규제와 인센티브 모두 필요한데 민주당의 이름으로 어떤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해나가는 것이 좋은지 고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RSU를 포함한 주식보상 제도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의원은 “외국에서는 RSU가 활성화돼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주식보상 제도가 스톡옵션 위주로 많이 시행돼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실질적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기업의 생애주기 별로 여러 가지 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 어떤 주식보상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기업의 우수 인력 유치에 도움이 될까 이런 고민도 해봤다”고 말했다.
RSU는 주가와 행사가의 차액을 가져가는 스톡옵션과 달리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임직원들에게 직접 양도하는 방식의 주식보상 제도다. RSU는 주가가 내려도 최소한의 보상이 보장되는 동시에 양도 가능 시점을 장기로 설정함으로써 경영진들이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IT 기업에서 도입된 뒤 한화, 두산, 네이버 등 국내기업들에서도 RSU를 활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김 의원의 문제의식을 들은 전문가들은 RSU의 현황과 정착을 위한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태윤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RSU 활용이 미흡하다고 짚었다.
▲ 박태윤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발제문을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 교수는 “미국의 경우 2006년 경영자 주식보상 중 70%가 스톡옵션이었으나 2020년 기준 스톡옵션은 30%로 줄이고 나머지 70%는 RSU를 포함한 조건부 주식 보상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정선욱 서강대학교 교수도 “한국 기업이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면서 현지 법인을 많이 세웠는데 사실 현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연봉과 복지후생 위주의 이른바 한국식 완만한 보상 패키지의 매력도가 되게 낮은 상황”이라며 “몇몇 한국 기업들은 이미 본사의 글로벌 HR(인적자원관리) 차원에서 현지 우수 인력을 스카우트 할 때 RSU를 이미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인재영입 경쟁이 더 중요해진 현재 상황에서 RSU는 한국 기업들이 준비해 둬야 할 보상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RSU가 인재확보와 임직원들의 사기향상 등 제도의 본래 취지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주식보상 과정과 결과의 투명한 공시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담보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범준 카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미국 상장기업은 주주총회 권유서(proxy statement)를 통해 주주들에게 보상수준, 결정과정 등 경영자 주식보상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한다”며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임원보상에 대해 ‘회사내규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했다’거나 '장기성과와 단기성과 등을 고려했다' 정도의 설명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주식보상 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네이버 관계자는 스톡옵션을 지급하면서 공시와 관련해 겪었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황순배 네이버 총괄은 “RSU든 스톡옵션을 실시하든 공시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전체 2~3% 정도의 임원에게 주식보상을 하고 있지만 결산보고서 같은 경우 부여시점, 행사시점, 매도시점에 많은 공시가 돼 5주만 팔아도 공시를 다섯 번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범준 교수는 스톡옵션 공시 규정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했지만 RSU 관련 공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 황순배 네이버 총괄이 주식보상에 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 교수는 “RSU는 현재 공시 관련 규정이 하나도 없어서 회사는 자사주를 매입해 원하는 대로 나눠주면 된다”며 “그런데 공시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RSU 비중이 커지면 공시기간에 지급받은 보수 총액이 5억 원 이상인 등기임원은 개인별 보수 공시대상에 해당되는 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어 스톡옵션 공시는 완화하더라도 RSU 공시제도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은 뒤 기업이 상황과 목적에 따라 RSU와 스톡옵션을 동시에 활용할 방안을 묻는 등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입법에 앞서 머리를 맞대려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최근 RSU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10월30일 RSU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부여대상, 한도, 공시의무를 규정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상법,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은 의결권 10%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게 RSU 지급을 금지하고 RSU 부여수량을 발행주식 총수 10%로 제한한다. 또 RSU관련 신고·공시를 의무화해 스톡옵션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부에서 RSU 규제 법안을 발의하는 것과 활성화 지원을 모색하는 활동이 모순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김 의원은 토론회 시작 전 이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RSU는 아직 논의 초기단계인 만큼 규제 법안을 포함한 법적·제도적 근거가 필요한 것이고 당내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라며 “규제의 정도나 각론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모순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