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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컴즈의 롤러코스터는 언제 끝나나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7-28 20: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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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컴즈의 롤러코스터는 언제 끝나나  
▲ SK커뮤니케이션즈의 과거 주력사업이었던 싸이월드의 자리를 싸이메라가 대체할 수 있을까?

한 때 IT업계의 신화를 썼던 회사가 있다. 연 1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다 단 4년 만에 10배 넘는 매출을 만들어 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물건을 팔아 연 1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SK컴즈는 2002년 국내 포털업체인 ‘넷츠고’와 해외 포털업체인 ‘라이코스’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싸이월드’를 통해 2000년대 중반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은 일반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미니홈피’는 SK컴즈의 대표적 브랜드였다.

그랬던 SK컴즈가 맥을 못 추고 있다. 2012년 4분기부터 올해 지난 1분기까지 무려 10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연 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기업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SK컴즈는 싸이월드를 지난 4월 종업원지주회사로 완전히 독립시켰다. 이로써 SK컴즈가 몸집불리기를 하면서 인수합병했던 회사들을 모두 떠나보냈다. 오는 9월 또 다른 SK컴즈 신화의 주역인 네이트온 문자서비스도 종료한다.

SK컴즈는 스마트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인 ‘싸이메라’로 모바일시대에 제2의 싸이월드 신화를 쓰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싸이메라는 최근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1억 건을 돌파했다.

SK컴즈는 29일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도 적자탈출은 어려워 보인다. 싸이메라는 아직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SK컴즈가 걸어온 길을 보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떠오르게 한다. SK컴즈는 왜 이렇게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 것일까? 그 롤라코스터의 끝은 어디일까?

◆ 싸이월드로 황금기 맞이했던 SK컴즈

SK컴즈 12년 역사에 가장 큰 획을 그은 사건은 싸이월드 인수였다. SK컴즈는 2003년 6월 싸이월드를 주식교환 방식으로 약 75억 원에 합병했다. 싸이월드는 1999년 설립된 업체로 미니홈피라는 개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 합병 당시 약 3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싸이월드는 기존의 블로그 서비스에 없던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른바 ‘1촌 맺기’라는 기능이 대표적 사례였다. 사용자들은 더 많은 사람들과 1촌을 맺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이 때문에 ‘싸이질’이나 ‘싸이폐인’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싸이월드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과 달리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키자 SK컴즈는 대대적 투자를 단행했다. SK컴즈는 싸이월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합병 직후 약 25억 원을 들여 서버를 증설했다. SK컴즈의 모기업인 SK텔레콤도 2003년 11월 SK컴즈에 820억 원을 출자했다.

SK컴즈의 ‘싸이월드 올인 전략’은 주효했다. 합병 1년 뒤인 2004년 7월 싸이월드 회원 수는 두 배 이상 성장한 약 800만 명에 이르렀다. 자체 사이버화폐인 ‘도토리’가 벌어들이는 하루 매출만 1억5천만 원이 넘었다.

싸이월드의 무서운 성장세에 당시 국내 포털 2위 업체인 다음의 이재웅 사장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싸이월드 흥행으로 높아진 SK컴즈의 위상은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도 드러났다. 2004년 하반기 공채 결과 260대 1이었던 경쟁률은 1년 뒤 600대 1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싸이월드의 인기에 힘입어 SK컴즈의 다른 사업들도 동반성장했다. 실시간 PC메신저인 ‘네이트온’은 2003년 출시된 이후 줄곧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메신저에 밀려 2위에 있다가 2005년 드디어 1위로 올라섰다.

SK컴즈는 싸이월드를 등에 업고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싸이월드 회원 수는 2천만 명을 돌파했고 도토리 매출은 하루 3억 원, 연 매출 1천억 원에 도달했다.

SK컴즈는 2002년 출범 당시 매출 133억 원에 영업이익 52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던 SK컴즈는 4년 뒤인 2006년 매출 1847억 원에 영업이익 193억 원을 내는 거대 IT기업으로 성장했다.

  SK컴즈의 롤러코스터는 언제 끝나나  
▲ 과거 SK컴즈를 이끌었던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왼쪽)과 주형철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오른쪽)

◆ 벤처에서 대기업 계열사로, SK컴즈 비극의 시작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행진을 이어가던 SK컴즈는 이후 거짓말처럼 2009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과 2011년 다시 흑자를 냈지만 2012년과 지난해 각각 468억 원과 448억 원 적자로 돌아갔다.

한 때 IT업계 신화를 썼던 SK컴즈가 이렇게 실적 롤러코스터를 타며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월 SK컴즈로부터 독립해 다시 벤처로 돌아간 싸이월드의 김동운 대표는 “대기업이란 시스템 안에서 시장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변신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싸이월드는 SK그룹이라는 거대 시스템 안에 있는 하나의 부속물이었다”며 SK컴즈의 인터넷 사업과 함께 가느라 자유로운 의사결정 등 '싸이다움'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SK컴즈가 싸이월드로 큰 성공을 거둔 뒤 적극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벤처정신’을 잃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SK컴즈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싸이월드가 SNS 시장에서 도태되자 SK컴즈의 화려한 시절도 함께 막을 내렸다. 2000년대 후반부터 SNS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했는데 이 변화를 제 때에 읽고 대처하지 못한 것이 SK컴즈 최대의 패착이었다.

싸이월드의 몰락은 대기업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시장변화에 얼마나 둔감하게 반응하는 지를 알려주는 가장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된다.

싸이월드도 2004년부터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쟁업체인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2006년보다 무려 2년이나 앞섰다.

하지만 PC버전 만큼의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는 싸이월드의 최대 강점인 ‘미니홈피 꾸미기’나 ‘배경음악’ 서비스가 PC버전에만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모바일 버전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보다 복잡하고 무거웠고 과도한 데이터 통화료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간판인 싸이월드가 몰락하자 SK컴즈의 다른 사업들도 연쇄적으로 부진에 빠졌다. 2005년 이후 9년 동안 PC메신저 부문 부동의 1위를 지키던 네이트온은 지난 1월 PC버전을 출시한 카카오톡에 자리를 내줬다.

네이트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2010년 한 때 포털시장 점유율 12%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현재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말 후발업체인 줌닷컴에 국내 포털 사이트 순위 3위마저 내주는 굴욕을 당했다.

SK컴즈가 벤처정신을 잃은 점은 싸이월드 인수 이후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SK컴즈는 싸이월드 인수로 큰 재미를 본 뒤 자체적으로 신사업을 만들기보다 이미 시장에서 성공이 어느 정도 입증된 ‘되는 사업’을 사들이는 인수합병(M&A)에 몰두했다. SK컴즈는 2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거느린 싸이월드와 시너지만을 노렸다.

SK컴즈는 2005년 인수한 온라인 교육업체 ‘이투스’를 시작으로 이듬해 전문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스’와 포털 사이트 ‘엠파스’를 연달아 사들였다.

그러나 사업기반이었던 싸이월드가 2007년부터 쇠락의 길에 접어들자 SK컴즈가 인수했던 기업들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실적악화의 주범이 됐다. SK컴즈가 이들 기업을 인수하는 데 쓴 돈만 900억 원에 달했지만 수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SK컴즈는 2011년 남아있던 이투스 지분과 전환사채 전량을 매각하며 교육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2012년 이글루스를 인수 6년 만에 다시 원래 주인들에게 넘겼다.

현재 SK컴즈는 그동안 인수했던 사업을 거의 모두 처분한 상태다. SK컴즈가 대기업 계열사로서 활발한 인수합병을 벌이는 동안 사업초기의 벤처정신은 무뎌졌다. SK컴즈의 비극은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SK컴즈의 롤러코스터는 언제 끝나나  
▲ 이한상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 SK컴즈는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SK컴즈는 이한상 사장이 지휘를 맡으면서 지난해 12월 750여 명의 직원 중 절반인 350여 명을 희망퇴직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대표이사(CEO) 외에 최고재무책임자 등 이른바 ‘C레벨’ 직급도 없앴다. 기존의 17실 64팀 조직체계를 8실 19팀으로 슬림화했다.

생존을 위해 다시 대기업 계열사에서 벤처기업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인 셈이다.

이한상 사장은 SK텔레콤 플랫폼전략실장과 SK플래닛 M서비스사업본장을 거쳐 2012년 1월 SK컴즈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내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SK컴즈의 신화를 썼던 싸이월드는 지난 4월 종업원지주회사로 완전히 독립했다. 이로써 그동안 인수했던 기업들을 모두 떠나보냈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사업에 대한 과감한 사업조정도 이뤄졌다. SK컴즈는 올해 1월 포털 업계 2위인 다음에 검색서비스 부문을 넘겼다. 네이트에서 검색을 해도 다음과 동일한 검색 결과가 나오도록 한 것이다. 지난달에 폐쇄형 SNS인 ‘데이비’도 서비스 1년 만에 종료했다.

SK컴즈는 현재 모바일사업 강화로 위기를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인 ‘싸이메라’ 성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싸이메라는 2012년 3월 출시된 이후 지난 14일 세계 누적 다운로드 1억 건을 돌파했다.

카카오톡에 1위 자리를 빼앗긴 네이트온도 왕좌탈환에 다시 나선다. SK컴즈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실사용자가 거의 사라진 네이트온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오는 9월 종료한다. 대신 인기 기능이었던 ‘미니대화’ 기능을 다시 부활했다. 미니대화는 이미지나 이모티콘 등을 제거한 텍스트 중심의 대화 서비스다.

SK컴즈가 경쟁력없는 사업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2분기 흑자전환도 노려볼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컴즈의 1분기 손실규모는 직전분기보다 68.5%, 지난해 1분기보다 46.4% 감소한 55억7100만원이다. 매출액은 직전분기보다 13.1%, 지난해 1분기보다 28% 줄어든 238억1300만 원이다.

주가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최근 상승세를 탔다. SK컴즈 주가는 지난해 11월 말 최저점인 4225원을 찍은 후 반등해 28일 142%나 오른 1만250원에 마감됐다.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SK컴즈의 수익개선이 빠르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1분기 SK컴즈의 적자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은 비용측면의 구조조정에 따른 것”이라며 “실적개선과 회사존속을 위해서 여전히 새로운 성장엔진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다운로드 1억 건을 돌파한 스마트폰 카메라 앱 싸이메라를 놓고 수익사업을 발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성 연구원은 “현재 싸이메라가 큰 호응을 얻으며 성장엔진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모델이 구체화하기 전이기 때문에 성공은 미지수”라며 “싸이메라는 크게 성공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SK컴즈의 롤러코스트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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