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상원 삼정KPMG 상무가 2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 기후테크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려면 개념검증(PoC)과 시험설비(파일럿) 분야 실증이라는 투 트랙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2030년까지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기반이 될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양적, 질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2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서울시가 주최하고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후원하는 서울 기후테크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인 기후테크가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육성을 중심으로 산업 성장과 생태계 구축을 도모하기 위해 열렸다.
기후테크란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며 동시에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혁신기술을 의미한다.
기후테크의 범위가 매우 넓고 새로운 혁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만큼 이 산업에서는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타트업이 일반 대기업들과 비교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은 스타트업의 본질이기도 하다.
다만 이날 축사 및 발표에 나선 인사들은 스타트업 육성 측면에서 국내 기후테크 산업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짚었다.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은 축사에서 “투자 자본, 그 목적의 중요성 등을 보면 기후테크 산업은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발전과 비교해봐도 매우 압도적일 것”이라며 “다만 기후테크 산업의 뿌리가 될 스타트업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세계적으로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이 중국, 미국, 유럽 등에서 80개 이상인데 아직 한국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콘기업이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국내로 치면 약 1조 원 이상에 달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다.
발제자로 나선 문상원 삼정KPMG 상무도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현황 및 정책 제안’ 발표에서 “세계적으로 보면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전체 투자 규모가 급감했음에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 비중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보면 여러 면에서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KPMG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스타트업 벤처캐피탈(VC) 투자 규모는 2021년 1133조 원, 2022년 907조 원, 2023년 상반기 214조 원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전체 투자 규모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8%, 10%, 12%로 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양적, 질적으로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스타트업 수 가운데 기후테크 스타트업 수의 비중은 4.9%에 불과하다. 글로벌 주요 15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로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가 15%로 가장 높았고 미국과 중국도 약 5% 이상을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 국가 가운데 기후테크 스타트업 1곳당 평균 투자 규모(2018~2022년 누적) 역시 상위 10개국 평균(171억)의 4분의 1 수준인 45억 원에 그치고 있다.
문 상무는 정부의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 정책이 부족한 점을 이런 상황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기후테크 스타트업 활성화의 핵심은 투자 규모 확대라며 투자를 하고 싶은 분야으로 만들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문 상무는 “기후테크 산업은 사업성이 나오면 친환경성이 덜하거나 친환경성이 높으면 비용이 많이 소요돼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체화한 정책을 통해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상무는 정부의 정책이 기술실증 지원에 집중돼 스타트업 기술에 관한 담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구체적 정책으로 스타트업의 실증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제시했다. 스타트업의 기술이 실제 실현 가능한지 검증하는 개념검증 단계와 실제 제품을 만드는 등 소규모 테스트를 진행하는 시범생산 단계마다 다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 상무는 “많은 투자자는 기후테크가 지닌 복잡성 탓에 투자자가 직접 기술력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술실증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데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기술실증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한 기술실증 지원도 개념검증과 시범생산 단계를 구분해서 투트랙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개념검증 실증은 초기 기술을 확인하는 과정인 만큼 가급적 많은 스타트업이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을 지녀야" 하고 "시범생산 실증 단계는 스타트업이 홀로 진행하기 힘든 점을 고려해 대기업과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 정수종 서울대학교 기후변화센터장,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대표, 문상원 삼정KPMG 상무,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28일 '2023 서울 기후테크 컨퍼런스'에서 패널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패널토론에 나선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기후테크는 기후위기라는 전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형성된 산업인 만큼 태생적으로 정책과 결합해 있는 영역”이라며 “일반 스타트업 육성에서 정부가 단순 시장 조성자 역할을 했다면 기후테크 스타트업 영역의 정책은 더욱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고 바라봤다.
좌장을 맡은 탄녹위 민간위원인 정수종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장은 “2050 탄소중립이란 것은 정부가 바뀌는 등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목표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주목할 만한 분야”라며 “민간의 많은 관심과 호응이 있다면 정부 정책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