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세대교체 인사에서도 구광모 신뢰 받은 신학철, 연구개발로 체질개선 가속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남은 임기 연구개발에 힘써 LG화학 체질개선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23년 6월1일 신 부회장이 인터콘티넨털 도쿄 베이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 채용 행사 'BC(Business&Campus)투어'를 주관하며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 LG화학 >

[비즈니스포스트]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힌 LG그룹의 올해 임원 인사에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유임된 것과 관련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의 믿음 아래 올해 임원인사 방향성과 같이 연구개발을 통한 석유화학 고부가가치화, 배터리소재 사업다각화라는 체질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6일 LG그룹 안팎에 따르면 24일로 마무리된 올해 임원인사에서 주요 계열사들이 큰 격변을 맞이한 것과 비교해 LG화학은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제일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10조 원 이상인 LG그룹 주요 계열사(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이노텍·LG유플러스·LG에너지솔루션) 가운데 대표이상 및 사장급 인사가 없는 곳은 LG화학과 LG유플러스 둘 뿐이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은 수장이 바뀌었다.

올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낸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는 구원투수로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내정됐고 이에 LG이노텍 대표이사에는 문혁수 최고전략책임자 부사장이 오른다. 44년 동안 그룹에 몸담았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LG전자에서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박형세 HE사업본부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소폭의 인사가 단행된 LG유플러스는 최근 2년 동안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매년 새로 썼고 올해 3분기에는 이동통신 가입자 수(알뜰폰 제외)에서 KT를 처음으로 넘어서는 성과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LG화학에 안정성만 추구된 것은 아니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는 권 부회장의 용퇴라는 그룹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LG화학 연결기준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자회사이다. LG화학 양극재 사업의 주력 고객사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장 변화가 LG화학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올해 임원인사로 신 부회장이 여전히 구광모 회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그룹의 올해 임원인사는 내년 취임 6년 차를 맞는 구 회장 시대를 본격화하는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시선이 많다.

LG그룹도 올해 임원인사와 관련해 “‘성과주의’와 ‘미래준비’라는 기조를 유지하되 지속성장의 긴 레이싱을 준비하는 리더십으로의 바통 터치, 분야별 실전형 인재들을 발탁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신 부회장은 이번에 용퇴한 권 부회장과 같은 1957년생으로 재계에서는 적지 않은 나이다. 기존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체됐으며 LG화학 자체도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직접 사업에서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이 1천억 원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신 부회장의 임기가 2025년 3월까지로 1년 이상 남았다고는 하지만 구광모 시대 LG그룹 첫 외부영입 CEO라는 신 부회장을 향한 믿음은 여전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 배터리사업의 성공적 분사를 이끈 점, 초기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 의장으로 안정화에 기여한 점, 배터리소재·친환경소재·글로벌 신약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추진하는 점 등이 신 부회장의 공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신 부회장에게 놓여진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체질개선으로 꼽힌다.
 
LG 세대교체 인사에서도 구광모 신뢰 받은 신학철, 연구개발로 체질개선 가속

▲ 이종구 LG화학 최고기술책임자(CTO)겸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SO) 부사장(왼쪽)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신임 대표이사 사장.


석유화학 사업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업황 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범용 제품 중심으로 중국이 자급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양극재 사업 역시 전기차 수요 증가 둔화 및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실적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1~3분기 누적으로 영업손실 270억 원을 내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 370억 원을 내며 4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은 위안이지만 기존 사업구조로는 과거 분기 영업이익을 1조 원 이상을 넘었을 때와 같은 호조를 노리기는 쉽지 않다.

LG화학 첨단소재 부문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계속 영업이익 규모가 줄고 있다. 배터리시장 성장 둔화, 저가형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공세,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미래를 낙관하기만은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LG화학이 인사의 핵심을 ‘연구개발(R&D)’에 둔 점은 석유화학의 고부가가치화, 배터리소재의 사업다각화라는 체질개선을 향한 신 부회장의 의지를 보여준다.
 
LG화학 올해 임원인사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SO)를 맡고 있는 이종구 부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공학 박사 출신으로 석유화학 생산기술총괄, 석유화학연구소장 등 석유화학사업본부 주요 직책을 역임한 연구개발 전문가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LG화학 CTO와 CSSO로 부임한 뒤 차세대 배터리소재, 바이오소재 등 전사 차원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새 대표이사에 오를 김동명 사장도 배터리 연구센터에서 시작해 자동차전지사업부장까지 지낸 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LG화학은 올해 임원인사에 관해 “톱 글로벌 과학기업 도약을 위해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성과평가 기반 아래 ‘신규 사업 및 미래 준비를 위한 연구개발 분야의 인재 발탁’을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