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보다 4~6%포인트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40~50%로 조정하는 개혁안을 내놨다.

수치가 제시되지 않은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과 달리 민간자문위에서는 구체적인 숫자가 담긴 개혁안을 만들어 국회에 보고했다.
 
국민연금 민간자문위 '더 내고 더 받는’ 방안 제시, 16년 만에 개편 성공할까

▲ 김연명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1월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애초 ‘더 내고 덜 받는’ 내용 밖에 담기지 않았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개혁방안과는 달리 민간자문위의 개혁안엔 ‘더 내고 더 받는’ 내용이 담기면서 16년간 논의 끝에 마련된 국민연금 개혁안이 시행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연명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조개혁이 중요하지만 구조개혁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쟁점이 많다”며 “장기적으로 구조개혁의 큰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시급한 모수개혁부터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 전체적인 연금개혁 비전의 소결론”이라고 말했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는 전날(15일) 특위에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와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 등의 내용이 담긴 모수개혁안을 제출했다. 첫 번째 안은 소득보장론의 입장, 두 번째 안은 재정안정론의 입장이 담긴 개혁안이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고 소득대체율은 42.5%다. 첫 번째 안이 채택될 경우 보험료율이 4% 포인트 올라가고 받는 돈도 7.5% 포인트 늘어난다. 두 번째 안의 경우 보험료율이 6% 포인트 올라가지만 받는 연금은 오히려 2.5% 포인트 줄어든다.

국민연금이 지금의 제도를 유지한다면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 상태라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해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올해 3월31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며 2055년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국민 여론도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을 수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연금공단이 7월31일부터 8월11일까지 전국 20~59세 남녀 국민연금 가입자 202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보험료를 더 내는 개혁방향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율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핵심쟁점은 노후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이다.

재정안정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소득대체율을 현행으로 유지하거나 혹은 오히려 줄여야 된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노인빈곤률이 OECD 1위인 상황에서 노후보장을 개선하지 않고 내는 돈만 늘어나는 방안은 여론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소득보장론에서 주장하는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인 모수개혁안에는 기금고갈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국민연금 민간자문위 '더 내고 더 받는’ 방안 제시, 16년 만에 개편 성공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10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가 10월20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보험료율을 12%나 15%로 인상하더라도 국민연금 기금 고갈은 피할 수 없었다.

보험료율이 12%일 경우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은 2060년이었다.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리더라도 2065년에 기금이 고갈된다.

소득보장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러한 기금 고갈을 해외 다른 국가에서 보여주듯이 국가재정의 투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독일은 2021년 기준으로 연금 재정의 22.7%를 국고로 충당하고 있으며 일본은 2009년 국민연금의 국고 지원 비중을 1/3에서 1/2로 확대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인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연금연구회 세미나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3%포인트 높이는 동시에 국가가 국내총생산(GDP)의 1%를 재정 지원하고 운용수익률을 1.5%포인트 올리면 100년이 넘도록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가 GDP 1%를 투입하면 모든 미래세대 정부도 GDP 1%만 투입하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며 “세대 사이 형평성 논리로 보험료를 인상하고 기금수익률 개선을 위한 투자위험 증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현세대 정부가 먼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 “현재 재정 씀씀이와 각종 제도 아래 매년 GDP 1%를 추가로 지출하면 국가채무 비율을 더 빠르게 높여 국가부도의 영역으로 이끌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연금이 마지막으로 개혁된 것은 2007년으로 16년 전이다. 2007년 개혁으로 국민연금은 지속안정성을 위해 노후보장성을 줄이고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했으나 그것도 현재는 한계에 도달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에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설치돼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모두 높이는 방안이 논의됐다. 경사노위 연금특위 결과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5%’로 바꾸는 다수안이 나왔으나 문재인 정부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국민연금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국민연금 개혁을 공언해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10월27일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는 보험료율, 연금지급시기, 소득대체율 등 구체적 숫자가 담기지 않으면서 총선을 고려해 국민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 아니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0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비판과 관련해 “정부의 이번 국민연금 종합 운용계획안을 두고 ‘숫자가 없는 맹탕’이라거나 ‘선거를 앞둔 몸 사리기’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며 “연금 개혁은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결론적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