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회사를 3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운 뒤 올해 들어 수익성을 더욱 개선하며 연임 가능성에 청신호가 들어오고있다.

정 사장은 물류비 정상화 등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영업환경 덕에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광주공장 이전을 성공시켜 금호타이어의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타이어 수익성 개선에 정일택 연임 '맑음', 광주공장 이전 성공만 남았다

▲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해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가 올해 들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이익 개선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1~3분기 연결기준으로 전년 동기(47억 원)보다 20배 넘게 증가한 영업이익 2389억 원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9805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2% 늘었다.

특히 지난해 1분기 0.1%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은 6개 분기 만에 9.8%까지 상승해 두자릿수를 눈앞에 뒀다.

금호타이어는 베트남 공장 증설이 완료됨에 따라 글로벌 생산능력이 확대됐고 원재료 및 선박운임의 안정화 등 긍정적인 경영환경이 조성된 영향을 받아 올해 들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호타이어는 2021~2022년 수익성에 큰 타격을 줬던 물류비 부담이 줄어드는 등 우호적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생산능력을 추가적으로 확장하며 4분기 이후에도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타이어는 물류비 개선에 따른 단순 업황 변화 외에도 중국 대표 전기차(EV)업체로부터 수주가 최근 지속되고 있고 내년 고마진 제품을 생산할 베트남 2공장 가동이 예정돼 있어 유기적 성장이 동반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호타이어는 올해 매출 목표인 4조2천억 원 목표를 초과달성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난해 진행된 가격 인상과 판매물량 증가, 물류비와 원재료비 개선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은 2500억~3천억 원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성장이 지속되면서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 사장은 금호타이어가 연간 적자의 늪에 빠져있던 2021년 3월 대표이사에 발탁돼 구원투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호타이어는 2015년까지 35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2016년 영업이익 규모가 1200억 원대로 주저 앉았고 2018년에는 78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듬해인 2019년 영업이익 573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 했지만 2020년과 2021년 연속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정 사장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프리미엄 제품 공급과 글로벌 유통 확대, 브랜드 인지도 강화 등에 힘을 쏟으며 대표이사 취임 이듬해인 2022년 영업이익 231억 원을 내며 금호타이어를 흑자로 돌려세웠다.

정 사장은 금호타이어에서 30여 년 동안 근무하며 대부분의 경력을 연구개발(R&D)에서 쌓은 타이어 전문가다.

정 사장은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통상임금 소송을 10년 만에 마무리하며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올 2월 통상임금 상여소송과 관련한 노사 잠정합의안을 66.3% 찬성률로 가결하며 통상임금 관련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 회사는 전현직 사원 3천여 명에게  2년5개월분의 법정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매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통상임금 소송 문제와 관련해 갈등을 이어온 악순환의 고리를 끊게 됐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9월 광주공장에 대한 1100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와 임금 2% 인상 등에 합의하며 올해 임단협을 약 3개월 만에 타결했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지는 광주공장 이전 사업에 쏠리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을 전남 함평 빛그린산단으로 이전하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 공장 용도 변경을 통해 해당 부지를 매각한 뒤 그 자금을 활용해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에 따르면 용도변경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지정 대상 지역은 유휴토지나 대규모 시설 이전부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의 운영을 중단해야 용도변경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광주광역시 역시 특혜 시비를 우려해 광주공장을 먼저 비우지 않으면 용도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금호타이어가 함평 빛그린산단에 신규 공장 건설하는 데는 약 1조2천억 원의 투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타이어 수익성 개선에 정일택 연임 '맑음', 광주공장 이전 성공만 남았다

▲ 빛그린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전라남도 함평군>

금호타이어가 올해 들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고는 있지만 자체 자금만으로 새 공장을 짓기에는 역부족이다. 금호타이어의 2023년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834억 원에 그친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가 광주공장 운영을 중단한 뒤에야 용도변경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금호타이어와 기존에 광주공장 부지 개발 계약을 맺었던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광주시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올해 3월 계약을 해지하고 해산하면서 이전 사업은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최근 광주시가 광주공장 관련 법적 절차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전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그 뒤 진전된 사항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광주공장 이전은 광주시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으로 컨소시엄 재구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진전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8월 "(이전 부지에)땅을 계약하고 거기에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 광주시도 (용도변경을)검토할 것"이라며 "고용조건을 어떻게 승계할 것인지 그다음에 이 땅을 팔아서 진짜 공장을 지을 것인지 이른바 '먹튀'를 하지 않겠다는 증빙하는 신호를 보여주면 광주시도 용도변경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선 이전, 후 용도변경'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절차 진행을 변경할 여지를 둔 것이다.

광주공장은 1974년 준공돼 50여 년의 세월 동안 노후화된 상태에 놓여 이전사업은 2018년부터 금호타이어의 주요 현안으로 꼽혀왔다. 

정 사장이 광주공장의 빛그린산단 이전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영정상화를 향한 과제를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시가 탄력적 법 적용으로 선회하는 입장을 보인 만큼 앞으로 금호타이어가 매각 관련 이익만 챙기고 고용승계 및 투자 등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는 일이 이전 사업의 불씨를 살리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의 광주공장 이전 사업은 광주시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광주시는 광주공장이 이전한 뒤 남는 부지에 복합환승센터를 건설하고 시의 핵심 관문인 KTX 송정역 역세권을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