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긴 호흡으로 사업구조를 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이 올해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제외한 직접 사업에서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두 번째 임기 반환점을 돈 상태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는 셈이다.
그러나 신 부회장은 그룹의 신뢰 아래 2030년 직접 사업 매출 목표를 설정할 만큼 긴 호흡을 갖고 있다.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실적 악화에도 굴하지 않고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구성 및 제품 다변화로 성장동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화학이 4분기 직접 사업에서 올해 앞선 분기들과 엇비슷한 7조 원 안팎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매출목표 달성은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1분기 7조5286억 원, 2분기 6조9448억 원, 3분기 6조2777억 원 등 직접 사업에서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20조7511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초 세운 목표 32조2천억 원에 11조5천억 원가량이 부족하다. LG화학이 목표를 수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권업계 4분기 매출 전망을 크게 넘기지 않는 이상 달성이 힘든 셈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올해 직접 사업의 매출목표는 축소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과거에도 목표를 바꾼 적은 없었으며 이는 경영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견고한 실적을 내기 위해 변함없이 노력하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의 직접 사업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팜한농을 제외한 석유화학사업부문, 첨단소재사업부문, 생명과학사업부문이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직접 사업의 매출목표를 구체화해 시장과 소통했다. 지난해에는 당초 목표인 27조 원을 초과 달성한 매출 30조9천억 원을 기록했다.
직접 사업의 영업이익 목표치는 따로 내놓지 않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도 지난해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7%의 영업이익률을 거뒀던 직접 사업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률 2.5%가량에 그치고 있다. 남은 4분기 실적을 통해 연간 영업이익률을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LG화학 직접 사업 영업이익 규모 자체도 올해 분기마다 1천억 원 안팎에 그치고 있다. 한 때 석유화학사업부문에서만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었음을 고려하면 매우 부진한 수치다.
이처럼 LG화학이 올해 직접 사업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주요 원인은 석유화학과 배터리소재 업황이 동시에 악화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황은 글로벌 수요 부진과 함께 핵심 시장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배터리소재 업황 역시 전기차 수요 증가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판매가격 하락이라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 주요 제품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 약세가 지속되며 뚜렷한 반등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며 “첨단소재부문 역시 판가 하락에 따른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2번째 임기 반환점을 돈 신 부회장으로써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LG화학 대표이사 임기를 보내고 있다. 신 부회장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로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절반을 딱 넘어섰다.
그러나 신 부회장은 실적 정체에도 굴하지 않고 남은 1년 5개월가량의 임기 동안 LG화학 성장동력 기반을 확고히 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 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받고 있는 기대 및 역할과 지금까지 행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M 수석부회장 출신인 신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6월 회장에 취임한 뒤 같은 해 11월 가장 먼저 영입한 외부 인사 CEO(최고경영자)이자 LG화학 최초 첫 외부출신 CEO다.
신 부회장은 그룹의 두터운 신임과 함께 큰 기대를 받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만큼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LG화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밑바탕을 다질 기반이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신 부회장은 첫 번째 임기 중인 2020년 12월 성공적으로 배터리사업을 분사한 뒤에 '2030년 직접 사업에서 매출 70조 원'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 신 부회장이 5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코리아&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셜을 하고 있다. 이날 신 부회장 발표로 LG화학의 2030년 직접 사업 매출목표는 기존 60조 원에서 70조 원으로 상향됐다. < LG화학 > |
지난해 60조 원에서 올해 70조 원으로 상향 조정된 이 목표에서 신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신 부회장은 석유화학사업부문에서는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로의 재편, 첨단소재사업부문에서는 배터리소재의 제품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석유화학사업부문은 중국의 자급률 상승에 따라 범용 제품의 한계가 이미 드러난 상황이다.
여기에 LG화학은 태양광 패널 필름용 소재인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와 배터리·반도체산업용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충남 대산에 보유한 연간 생산능력 28만 톤 규모 POE 생산공장의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증설이 완료되면 POE 연간 생산능력은 38만 톤으로 확대되며 이는 생산능력 기준 세계 2위 규모다.
충남 대산 CNT 공장 증설도 이뤄지고 있다. LG화학의 현재 CNT 연간 생산능력은 2900톤인데 2025년 증설이 마무리되면 6100톤으로 두 배 이상 커진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석유화학사업부문 적자고리를 3분기에 끊어내는 데 POE와 CNT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견조한 수익성이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첨단소재사업부문의 배터리소재 분야에서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진출을 공식화하며 저가형 제품 시장까지 공략할 채비를 하고 있다.
LG화학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중국 화유그룹과 손잡고 모로코에 연산 5만 톤 규모의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LFP 양극재는 현재 주력인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보다 에너지밀도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아 고객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LG화학은 현재 복수의 고객사와 LFP 양극재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신 부회장의 경영 방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3분기 흑자전환에도 여전히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상황이지만 고부가 제품 확대에 따라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배터리소재는 기존 증설 및 LFP 양극재로의 다각화에 나서며 시장 지배력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