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CJ그룹 연말 임원인사 준비, 이재현 경영진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올해 임원인사에서 대규모 인사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CJ그룹 인사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재현 회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년동안 사상 최대실적을 거둔 CJ그룹 계열사들이 올해 들어 급격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거시변수의 악화 등을 감안해 일부 인사를 유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CJ그룹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CJ그룹의 올해 인사가 12월에 실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CJ그룹 내부에서 올해 실적부진을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말이 도는 만큼 대규모 임원교체 가능성이 예상된다.

특히 2021년도 임원인사에서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들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연임여부에 주목할 만하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허민회 CJCGV 대표이사,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 등이 해당된다. 

재계의 관심사는 이재현 회장이 그간 보여줬던 ‘성과주의’의 적용 여부이다. 이재현 회장은 CJ그룹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어려워졌을 때마다 과감하게 인적 쇄신을 실시해왔다.
 
이 회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한 뒤 발표한 2020년도 임원인사에서 신현재 당시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끌어내리고 강신호 당시 CJ제일제당 총괄부사장을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로 발탁했다. 

이후 1년만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하자 2021년도 임원인사에서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ENM, CJCGV, CJ프레시웨이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하는 등 위기 때마다 대표이사 교체카드를 빼들었다.

올해는 적자의 늪에 빠진 있는 CJENM과 수익성이 악화된 CJ제일제당의 임원인사에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년동안 사상 최대실적을 연이어 달성하면서 그룹의 실적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식품 사업부문의 판매량이 미주를 제외한 다수 지역에서 감소하고 바이오 사업부문은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한풀 꺾이며 최은석 대표이사의 입지가 다소 불안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유럽 등지에서 K푸드 영토 확장을 추진하는 만큼 이재현 회장이 해외사업 역량에 방점이 찍힌 인사를 기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원재료 가격상승, 소비경기 둔화 등의 외부변수로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부진의 책임을 최 대표에게 묻기만은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수장 구창근 대표의 입지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구 대표는 CJENM의 구조조정,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적 반등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물론 구 대표에게 CJENM을 맡긴지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회장이 구 대표에게 기회를 한차례 더 부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허민회 CJCGV 대표이사의 입지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CJCGV가 올해 6월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 뒤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민심이 좋지 않아서다.

CJCGV의 유상증자 여파는 한 때 CJ그룹 상장사 주식까지 미치기도 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4일 CJ대한통운 목표주가를 하향하며 “최근 CJCGV 유상증자로 불거진 CJ그룹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CJ올리브영의 경우 실적만 놓고보면 대표이사의 교체가능성이 없어보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물로의 발탁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CJ올리브네트웍스, CJ라이브시티, 티빙, CJ씨푸드 등 계열사들의 대표이사 교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이 계열사들의 수장들은 대표 자리에 앉은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 CJ그룹 연말 임원인사 준비, 이재현 경영진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

▲ CJ그룹이 재무부담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임원인사에서 재무전문가의 기용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올해 7월 지주사 CJ의 조직개편으로 미래경영연구원장으로 발령난 임경묵 사내이사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인다. 임 원장이 맡았던 전략기획그룹장은 CJ그룹의 ‘기획실장’격의 직위로 현재 CJ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거쳐갔던 바 있다.

각 계열사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CJ그룹의 올해 임원인사에서는 재무전문가의 기용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박종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8월2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CJ그룹은 비용효율화, 운전자본 관리를 통한 현금흐름 조절, 신규 투자자 유치, 보유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부담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원인사 이후 임원들을 소집해 중기전략 수립을 당부하며 그 키워드로 △초격차역량 확보 △4대 성장엔진 중심 혁신성장 가속화 △최고인재 확보 △재무전략 고도화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재현 회장은 3일 고 손복남 고문 1주기 추모식 이후 곧바로 ‘온리원(ONLYONE) 재건 전략회의’를 열고 계열사 대표이사 및 경영진에게 “그룹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온리원 정신을 되새기는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연말 인사와 관련해서는 현재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