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에너지공기업 부실경영 상황을 정부 인사와 연결하며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전문성이 증명되지 않은 ‘낙하산’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에너지 공기업의 부실경영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낙하산’ 인사들의 경영책임이 크다고 반박하며 옥신각신했다.
 
에너지공기업 국감서 벌어진 낙하산 논쟁, 여야 전·현정부 인사 서로 비판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0월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에너지 공기업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과정에서 이권을 탐하는 '나쁜 낙하산'과 혁신을 이끄는 '좋은 낙하산'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진행한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인사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날 수감기관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에너지재단, 한국지역난방공사, 강원랜드, 대한석탄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12곳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을 향해 현재 에너지공기업의 부실 경영 상황을 극복하기에 적절한 인물이 아닌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부 산하기관 58개 가운데 37곳에 모두 78명의 낙하산 인사가 전문성도 없이 포진하고 있다”며 “국가가 투자해서 만든 기관들에 특정 정당이나 의원 조직에 있던 분들이 오는 것이 맞느냐”고 질의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도 잘못 뽑으면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쇠락하는지 국격이 어떻게 떨어지는지 지금 우리 국민들이 잘 보고 있는 거 아니냐”며 비판했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낙하산’ 논란에 즉각 반박했다. 최 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철도교통분야 전문가이지만 가스공사 사장 취임 이전까지 에너지산업 분야 경력은 없었다.

최 사장은 “이런 논란은 전 정부 시절에도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은 이 일을 맡은 사람들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 그 성과를 좀 지켜보시고 판단을 해 주시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 또한 “낙하산이든 보병이든 전투만 잘 하면 되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으면 된다”며 최 사장을 지원 사격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악화를 넘어 국가 경영을 뒤흔든 장본인으로 거론하며 비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채희봉 전 사장이 재임하던 시기 가스공사는 이웃 동북아 국가인 일본 중국 대만보다 톤당 264달러가량 비싸게 수입했다”며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국가 에너지 공기업 특히 천연가스 도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는 국민들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인사 조치도 문제삼았다.

그는 “채 전 사장 재임 기간에 보직을 해임하고 한직으로 쫓아낸 1·2급 직원이 26명에 이르렀다”며 “반면에 채 전 사장 개인과 가까운 측근들 4명은 2년 만에 3급에서 1급으로 초고속 승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공기업이 무슨 사기업도 아니고 사기업도 이렇게 하면 비판을 받는다”며 “채희봉 전 사장이 인사권 전횡을 일삼는다는 내부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채 전 사장이 수소사업 육성 등을 위해 8800만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알주르 LNG 터미널 유지 보수 관리(O&M) 사업의 수주를 무산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에너지공기업 국감서 벌어진 낙하산 논쟁, 여야 전·현정부 인사 서로 비판

▲ 조용돈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이 10월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에너지 공기업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의원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쿠웨이트 알주르 LNG 터미널 설계·구매·시공·시운전(EPCC) 사업에 참여한 뒤 후속 사업인 O&M사업 참여를 놓고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IPIC)와 논의를 지속했다. 

그러나 2019년 하반기 기술사업심의위원회 의결을 통과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던 한국가스공사는 경영위원회 의결 단계를 앞두고 갑자기 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이종배 의원은 “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 13일 당시 사장이었던 채 전 사장에게 보고가 이뤄진 후 별다른 회의와 절차 없이 문제 사업이 중단 된 것으로 확인된다”며 “대한민국 주요 공공기관에서 진행한 사업을 특별한 이유 없이 사장 말 한마디로 중단을 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용돈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은 쿠웨이트 알주르 LNG 터널 O&M사업 무산 이야기가 나오자 이재정 산자위원장에게 30초의 발언 시간을 요청한 뒤 울분을 터트렸다.

조 사장은 “미래세대를 위해서 뭘 해야 될지 책임과 통찰력을 가지고 임해야 되는 사명을 크게 저버렸던 대표적 실패 사례”라며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외 사업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낙하산 인사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논리에 따라 일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혁신을 이뤄내고 조직을 잘 끌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아무리 낙하산이나 즉 외부인사가 갔다 하더라도 좋은 낙하산”이라면서 “만약에 조직의 이익보다는 조직을 이용해서 개인의 이익을 취한다면 이건 나쁜 낙하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을 지냈던 김형근 전 사장과 임해종 전 사장을 나쁜 낙하산의 전형적 사례로 꼽았다.

박 의원은 “김형근 사장 있을 때는 자기 지역(청주)에 사회공헌사업 예산의 78%를 갖다 썼으며 2020년에 임혜종 사장 부임하고 나서는 또 자기 지역구의 증평 진천 음성에 사회공헌사업의 예산의 55~85%를 쓰고 있다”며 “이런 것이 바로 나쁜 낙하산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