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40년 만에 그룹 건설사업 축을 하나로 정리했다.

DL이앤씨가 DL건설을 완전자회사로 전환하면서 1980년대부터 세 개 사업체로 이어져온 건설사업 구조가 사실상 단일화된다. 건설사업 구조개편이 마무되면 주주가치 제고와 자본 배분, 위험관리 등 경영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DL그룹 건설사업 구조개편 시작, 이해욱 40년 만에 건설부문 지배구조 완성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건설사업의 축을 하나로 정리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이날부터 자사주를 매입하며 DL건설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한다. 

이해욱 회장은 2021년 DL그룹을 지주사로 전환하며 건설(DL이앤씨), 석유화학(DL케미칼), 에너지(DL에너지) 3개 축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이후 이 회장은 2019년 크래이튼의 카리플렉스(Cariflex) 사업부 인수에 이어 2022년 3월 미국 크래이튼(Kraton) 인수하며 화학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에너지분야에서는 국내를 벗어나 미국, 호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요르단, 칠레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대표적 사례가 2022년 6월30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미국 나일즈 가스 복합화력발전소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DL그룹의 건설사업 지배구조를 개편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높이려 하는 것으로 읽힌다. 

DL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이전에는 종합건설업체 대림산업과 주택사업 경험이 풍부한 삼호, 토목사업에 강점이 있는 고려개발의 3개 건설사 체제로 운영돼왔다. 삼호와 고려개발이 2020년 7월 합병하면서 1차 경영효율화에 성공했다. 

합병 첫해인 2020년 시공능력평가에서 17위에 올랐고 DL건설로 이름을 바꾼 2021년에는 12위까지 순위를 높였다. 2023년에는 1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10위 안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출범 이전 2019년 당시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보면 삼호가 30위, 고려개발이 54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위 건설사로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DL건설이 출범한 이후 같은 건설업을 영위하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나란히 상장돼 있어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말도 꾸준히 나왔다. 

다만 DL그룹은 이번 구조재편이 경영효율화를 위한 조치인 점을 강조하며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를 고려하면 DL이앤씨의 DL건설 완전자회사 작업이 DL그룹의 건설사 구조재편의 마지막 단계로 해석된다. 

DL이앤씨는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사업 및 플랜트사업 위주로, DL건설은 모아주택 등 소규모 재건축사업 및 토목사업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목표로 하는 사업군이 다른 만큼 합병을 하는 것보다 별도법인을 유지하는 것이 사업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024년 3월 DL건설이 DL이앤씨의 완전자회사로 상장폐지되면 1984년 삼호가 DL그룹에 들어온 이후 40년 만에 건설사업 구조개편이 끝나게 된다. 창업주인 고 이재준 명예회장 시절 시작한 건설사업의 틀이 3대째인 이해욱 회장 체제에서 하나의 축으로 완성되는 셈이다.

이재준 명예회장은 1939년 부림상회라는 건설자재 가게를 뿌리로 1947년 대림산업을 출범했다. 이후 삼호와 고려개발을 인수하며 건설사업을 확장했다.

1956년 설립된 삼호는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일감을 땄지만 중동 건설업침체로 부실화해 1984년 8월 정부의 산업합리화 조처로 대림산업에 완전히 인수됐다. 

1965년 창업된 고려개발 역시 해외 건설경기 불황으로 1987년 1800억 원이 넘는 빚을 가지고 부도가 난 뒤 법정관리 절차를 밟으며 대림산업에 위탁됐다. 이후 1988년 3월 대림산업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 회장은 이번 구조 개편을 통해 모회사(DL이앤씨)와 자회사(DL건설)의 동시 상장에 따른 저평가 받는 요소를 해소하고 자본배분과 사업위험 관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2024년 새 주주환원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주환원 수준을 더 높일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DL이앤씨는 2021년 2월 3개년 주주환원정책으로 연간 ‘지배주주순이익’의 15%를 주주에 환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배주주순이익의 10%는 현금배당, 5%는 자기주식 취득이다. 

DL건설이 완전자회사가 되면 비지배주주순이익이 사라지고 모두 지배주주순이익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주주환원정책에 쓰일 재원이 늘어날 수 있다.

비지배지분이란 자회사의 자본 가운데 모회사의 지분 이외 부분을 말한다. 소유하지 못한 지분 이외에 발생하는 자본을 뜻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번 건설사 구조재편 과정도 주주들에게 손해가 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구조를 짠 것으로 파악된다. 

DL이앤씨는 DL건설 포괄적주식교환 대상 주식수 795만 주 교환에 필요한 294만 주를 보통주 신주로 발행하며 DL건설 주주에게 교부한다. DL이앤씨 주주들의 희석효과를 막기 위해 발행 예정 신주만큼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DL그룹 건설사업 구조개편 시작, 이해욱 40년 만에 건설부문 지배구조 완성

▲ DL이앤씨의 DL건설 포괄적 주식교환 과정. < DL이앤씨 >

현재 DL이앤씨 자사주는 126만 주로 나머지 169만 주를 3개월 동안 추가 매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DL이앤씨 기존 주주의 지분은 변하지 않는다. DL건설 주주들은 DL이앤씨 주식을 받지 않으면 1만1613원으로 반대매수 청구권을 2024년 1월10일까지 행사할 수 있다. 

DL이앤씨 주주 20% 이상의 반대하면 소규모 주식교환을 진행할 수 없고 DL건설의 주주들의 반대매수 청구권 행사가 많으면 DL이앤씨의 자금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회계연도부터 새롭게 적용될 주주환원정책도 기존보다 더 주주친화적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며 “DL이앤씨의 소규모 주식교환 반대의사, DL건설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과다행사 등의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DL이앤씨가 추진하는 DL건설 완전자회사 구조 개편 주요 일정은 다음과 같다. 

△19일부터 3개월 동안 DL이앤씨 자사주 169만 주 매입 2023년 11월17일 DL이앤씨 소규모 주식교환 반대의사 접수 △2023년 12월21일 주식교환 이사회 승인 △2024년 1월10일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종료 △2024년 2월8일 DL이앤씨 자사주 소각 및 DL건설 주식거래 정지 △2024년 2월29일 DL건설 주식거래 정지 종료 △2024년 3월4일 상장폐지다. 

시장은 이번 DL그룹의 건설업 개편에 화답했다. 이날 DL이앤씨와 DL건설 주가는 장중 한때 각각 3.42%, 6.71% 상승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