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이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선두주자 입지를 한층 강화할 기반을 다지고 있다. 

가 부회장은 과도기적 친환경 연료인 메탄올 추진선박 시장을 선점했는데 그보다 친환경성이 높은 암모니아 추진선박 분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한국조선 친환경 선박 사업 쾌속 질주, 가삼현 암모니아 추진선도 선점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이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7일 HD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중형 암모니아추진선 건조를 시작으로 암모니아 추진엔진을 적용한 선박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고객사인 선주사들로부터 암모니아추진선 관련 문의가 많은 상황”이라며 “중형선박뿐 아니라 대형선박 쪽으로도 암모니아 추진선 수주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벨기에 해운사 엑스마르(Exmar)로부터 3월 수주한 4만5천 입방미터(㎥)급 중형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2척에 대해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건조하게 됐다.  

암모니아(NH3)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물질로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년 탄소 배출량 100% 저감 목표를 충족하는 데 가장 적합한 연료로 꼽힌다. 더구나 암모니아는 운송과 보관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궁극의 친환경 연료로서 부각되고 있는 수소는 매우 큰 부피를 차지하기 때문에 상온에서 저장·운송이 까다롭다. 

이 때문에 수소를 냉각해 액체상태로 만드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운송보다 더 강력한 보냉대책이 필요하다. 액화천연가스는 영하 162도 이하에서 액화하는 반면 수소는 영하 253도 이하에서 액체로 변한다. 

반면 암모니아는 영하 33.3도에서 액화하기 때문에 보냉 관점에서는 액화천연가스보다도 저장·운송이 수월하다.  

암모니아(NH3)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구조인 만큼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수소 운반체로 활용될 여지도 많다. 암모니아가 궁극의 친환경 연료인 수소 시대를 앞당길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선박 분야에서는 암모니아가 연료로서 활용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해운사들로서는 날로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고려해 친환경선박을 도입할 필요성이 높은데 현재 상황에서 탄소 배출이 아예 없으면서도 단시일 내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는 암모니아 추진선박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에 선박을 발주하는 선사들 가운데는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기다리며 발주를 미루는 대기 수요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길게는 30년인 선박 수명을 고려하면 국제해사기구가 정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충족하려면 현 시점에 발주하는 선박이라 하더라도 탄소배출이 없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에 건조하게 된 암모니아 추진선을 시작으로 암모니아 추진엔진을 적용하는 선박을 확대하며 암모니아 추진선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7월 수주해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하는 중형 규모의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도 암모니아 추진선으로 변경할 수 있는 ‘암모니아 듀얼 퓨얼 레디(Ammonia DF ready)’가 적용돼 있다.  
 
HD한국조선 친환경 선박 사업 쾌속 질주, 가삼현 암모니아 추진선도 선점

▲ 현대미포조선의 4만 5천입방미터(㎥)급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의 조감도. < HD한국조선해양 >

중형선박뿐 아니라 대형선박으로도 암모니아 추진엔진의 적용 범위를 확대될 여지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달 수주한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4척(총 6168억 원 규모)은 액화석유가스(LPG) 이중연료 추진선박이지만 향후 암모니아 대형 추진엔진 개발이 완료되면 선주와 협의해 암모니아추진선으로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 만약 이 선박에 암모니아 추진엔진이 적용된다면 세계최초로 암모니아 운반·추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선박이 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대형엔진 원천기술을 지닌 독일 만에너지솔루션 (MAN ES)과 윈지디(WinGD) 등과 협력해 2024년을 목표로 대형 암모니아 추진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암모니아 추진선 사업 확대가 가시화하며 가삼현 부회장은 메탄올추진선에 이어 암모니아 추진선에서도 앞서나갈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HD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 연료로서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메탄올추진선 분야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시장을 주도해 왔다.  

HD한국조선해양은 메탄올 추진선을 최초로 건조한 데다 세계적으로 발주된 물량 가운데 가장 많은 43척을 수주하는 등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환경규제 강화 흐름과 함께 메탄올추진선 발주가 늘며 경쟁환경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 조선사들이 자국 내 메탄올 공급망과 해운 영향력을 힘입어 메탄올추진선 일감을 다량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조선사인 삼성중공업도 7월 메탄올추진 컨테이너선 16척(약 4조 원 규모)을 한꺼번에 수주했다.

가삼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여러 차례 “탈탄소 등 미래 기술로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며 "메탄올 추진선, 암모니아 추진선 등 차세대 선박 분야에서는 한발 앞선 기술개발로 시장에서 우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텃밭인 메탄올추진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친환경성이 더욱 높은 암모니아추진선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며 가 부회장으로서는 친환경 선박 분야 주도권을 공고히 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연료인 벙커C유와 비교하면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80%, 이산화탄소는 20% 이상 줄일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로’가 아닌 만큼 암모니아와 비교하면 불완전한 친환경 연료라 할 수 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중간단계 연료와 최종적으로 가장 유력한 연료인 수소로 선박 연료 변화는 필연적으로 엔진과 선박설계, 건조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환경규제는 한국 조선사들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이고 중장기적으로 뒷받침할 강력한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