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현금)이 1년 전보다 62조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에서만 40조 원이 늘었다. 주요 기업들이 불안정한 경제환경에 따른 변동성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2023년 지정 500대기업 가운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278개 기업(금융사 제외)을 대상으로 현금과 이익잉여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6월말 기준 대기업의 현금은 총 294조8254억 원으로 집계됐다.
▲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11일 주요 국내기업들의 6월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62조 원 넘게 증가한 사실을 두고 기업들이 시장변동성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깃발 모습. <연합뉴스>
2022년 6월말 232조5918억 원보다 62조2336억 원(26.8%) 늘어난 규모다.
현금 증가분의 65% 가량이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말 현금 보유량이 지난해 6월말과 비교해 40조 원 늘었다.
업종별로는 27개 기업이 포함된 IT전기전자 부문의 보유현금 규모가 46조3375억 원(74.1%) 늘어나 1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6월말 기준 현금 보유량은 79조9198억 원으로 지난해 6월말 39조5831억 원에서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이익잉여금 규모는 310조2168억 원에서 338조3107억 원으로 28조939억 원(9.1%)밖에 늘지 않았음에도 현금 규모는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단기금융상품을 대거 처분하고 현금을 확보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6월말 현금 보유량을 지난해 6월말보다 4조6483억 원(28.8%) 늘리며 증가액 2위를 차지했다. 이익잉여금 증가 규모는 7조7902억 원(10.2%)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익잉여금이 1조4318억 원(217.9%) 늘 때 현금 보유량을 2조8767억 원(145.0%) 늘리며 3위에 올랐다.
반면 HMM과 KT는 보유 현금 규모를 1조원 이상 줄였다.
HMM은 올해 6월말 보유 현금이 1조6977억 원으로 지난해 6월말보다 50.6%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이 4조467억 원(62.1%) 증가했지만 현금 규모는 줄어든 것이다.
KT도 이익잉여금이 8530억 원(6.3%) 늘었지만 현금 보유량은 1조162억 원(36.0%) 감소했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기업 대다수가 이익잉여금 증가액 이상으로 현금을 늘려 가용 자원을 확보한 상태”라며 “불안정한 경제 환경 탓에 내외부적으로 위기 요인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