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야당은 유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몸통이 아니냐며 비판했다. 여당은 당시 블랙리스트 수사에서 유 후보자가 제외됐다는 점을 들어 방어에 나섰다.
 
유인촌 인사청문회 '블랙리스트' 공방, 자녀 아파트 구매 '아빠찬스' 논란도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0월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존재와 관련해 묻자 “이명박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라는 말도 없었고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종성 의원은 유 후보자의 주장을 듣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만든 백서에 유 후보자의 이름이 104번 언급됐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민관합동으로 꾸려졌다. 위원회는 2018년 6월까지 약 11개월 동안의 활동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9년 2월27일 본책 4권과 부록 6권 규모(모두 6600쪽)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를 발간한 바 있다.

유 후보자는 백서가 한 쪽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담은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04번 기록됐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제 이야기를 104번씩 거론하면서 (왜) 저를 구속 안 시켰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이어 “백서를 들여다보면 ‘소문이 이렇더라’, ‘누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더라’라고 돼 있다”며 “현장에 있던 사람이 (저를) 미워할 수는 있었어도 그들을 배제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후보자가 2008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장에서 카메라 기자를 향해 욕설을 하는 영상을 재생하며 질의를 시작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음성 재생은 여야 간사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임오경 의원은 영상 재생에 이어 유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문체부 장관을 하면서 발생한 의혹들을 거론하며 공세를 펼쳤다.

그는 “과거의 유인촌 장관 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MB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 이념 프레임을 통한 문화계 인사 찍어내기, 욕설을 통한 국회 모욕 등 손으로 꼽기에도 부족할 정도”라며 “블랙리스트 시대의 과거 인물을 재등용하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 강행에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당 의원들은 유 후보자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처벌은 물론이거니와 수사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야당의 질의를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유 후보자를 향해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하는 데 맞느냐"며 "관련 의혹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유 후보자가 김 의원의 질의에 “없다”고 대답하자 김 의원은 민주당을 겨냥해 “전혀 없는 사실을 갖고 계속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 또한 “인사청문회라는 것이 장관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곳”이라며 “아무런 고소·고발도 없었는데 이제 와서 다짜고짜 ‘블랙리스트의 몸통은 유인촌’이라고 하는 건 정치인들이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유 후보자의 두 아들이 유 후보자의 지원을 받아 아파트를 담보 대출 없이 구입한 의혹도 거론됐다. 

임오경 의원은 “아들들의 능력이 뛰어난 것이냐, '아빠 찬스'를 사용한 것이냐”며 유 후보자에게 증여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임종성 의원 또한 이를 거들며 “정당하게 납부했다면 제출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자녀는 이미 다 장성해 독립된 생계를 다 갖고 있고 본인들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지침대로 고지 거부를 한 것”이라며 “증여세도 다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유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해 예술인들이 마음껏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창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예술인들이 꿈을 꽃피울 수 있는 도전과 혁신의 창작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문화예술정책을 새로운 시각에서 점검하겠다”며 “특히 청년예술가와 창의 인재들이 자신의 창의성과 예술혼으로 과감히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인재양성과 일자리 정책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K-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변화도 예고했다.

유 후보자는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도록 콘텐츠 지원 전략의 새로운 틀을 짜겠다”며 “불필요한 규제는 개선하고 해외 수출을 지원해 참신한 아이디어가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되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설명했다.

체육과 관광 분야에서도 맡은 바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체육 분야와 관련해선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을 활성화하고 낡은 관행을 혁파해 공정한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이 성공적인 국제대회 사례로 남도록 관계부처 회의체 등을 활용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관광분야에서도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를 적극 추진해 내년에는 방한 관광객 2천만 명을 유치하고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완전한 회복을 달성해 보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