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북측'이라는 호칭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던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경기 결과를 보도하며 한국의 국가명을 ‘괴뢰’라고 표기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일 뉴스에서 8월30일 치러진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한국과 북한의 여자축구 8강전 경기 결과를 전하면서 한국의 국가명을 ‘괴뢰’라고 표기했다. 조선중앙TV 아나운서는 “여자 축구 우리나라팀과 괴뢰팀 사이의 준준결승 경기가 9월 30일에 진행됐다”고 말하며 뉴스 화면에서도 ‘한국’ 대신 ‘괴뢰’라는 글자를 사용했다.
 
'북측' 호칭에 뿔난 북한, 한국 여자축구 중계에 한국을 '괴뢰'로 표기

▲ 북한 조선중앙TV는 9월30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있었던 북한의 득점 장면과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여자 축구대표팀은 8월30일 오후 중국 저장성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북한에 1대4로 패배했다. 전반 41분 손화연(현대제철)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후반에만 3골을 허용했다. 

한국 여자축구가 아시안게임 4강에 오르지 못한 건 1998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25년 만이다. 아울러 아시안게임 북한전은 총 6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을 ‘남조선’이라는 명칭으로 불러왔다. 그러나 한국을 축구 경기에서 ‘괴뢰’라고 지칭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은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북측’, ‘북한’이라는 표현을 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고 이런 상황 가운데 ‘괴뢰’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다.

북한 선수 관계자는 9월29일 여자 농구 남북 대결에서 패배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라고 부르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DPRK다.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부르지 말라”며 “이름을 정확히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DPRK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의 약자다.

다음날인 9월30일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 리유일 감독은 8강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한 취재진의 질문에서 ‘북측’이라는 표현을 듣고는 “북측이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시정해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질문에)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이 이같이 불만을 표한 이유는 ‘북한’이라는 명칭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에 토대를 둔 표현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유로 남북 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행사에서 우리 취재진은 보통 ‘북측’ 표현을 사용해 왔다. 

그동안 북한은 이러한 ‘북측’ 표현에 대해서는 대체로 문제 삼지 않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마저도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별개로 북한은 최근 각종 연설과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명칭을 종종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는 더 이상 한 민족이 아닌 별개의 국가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