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이노베이션이 고유가라는 호재를 만났다.

정유 부문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에 힘입어 출범 2년을 맞는 배터리 부문의 실적 부진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고유가에 실적 '청신호', 배터리 흑자까지 정유가 끌고 간다

▲ SK이노베이션이 고유가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크게 개선된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상승할 수록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의 이익창출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정유 부문이 배터리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는 데 좋은 기반이 되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3분기 말로 접어들면서 SK이노베이션이 1개 분기 만에 1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단숨에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9월 들어 SK이노베이션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은 모두 SK이노베이션이 3분기 영업이익 8500억 원 이상을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기존 시장기대치(컨센서스) 6400억 원에서 2천억 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2분기 영업손실이 1068억 원이었던 데 비하면 9500억 원 이상 개선되는 것이다.

주된 요인은 3분기 급격한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오름세의 개선, 그리고 정유 부문 수익성 개선으로 분석됐다.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 5500억~6천억 원가량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영업손실 4112억 원에서 대폭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예측이다.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26일 배럴당 93.0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3분기에만 23%(17.53달러) 급등한 것이다.

정유사들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등을 뺀 수치)도 6월 말 배럴당 4달러에서 현재 14달러로 3배 이상 높아졌다.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4~5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정유 부문의 호실적을 기반으로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이후 실적 전망도 밝아 보인다. 현재 고유가 상황이 최소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다수의 기업·기관들은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움직인다는 예측이다. 일정 상황을 가정하면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들은 석유수출국기구와 기타 산유국 모임(OPEC+)의 감산 기조 유지, 수요 회복,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을 근거로 삼고 있다.

26일 미국 최대 셰일업체 가운데 하나인 콘티넨털리소시스의 더그 롤러 CE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셰일오일 시추량을 늘리지 않으면 조만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JP모건은 추가 공급 감소를 전제로 올해 유가가 12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더라도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물론 일각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는 넘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유가가 급격히 오르면 수요 위축이라는 하락 요인이 발생하는 점, 미국과 중동의 관계 회복에 따라 중동 산유국이 추가 감산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이 그 근거다.

다만 이들도 고유가 시대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를 결정짓는 요소가 많은 만큼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전반적 상황이 정유사들 실적에 우호적인 것은 맞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유가에 따른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 실적 호조는 배터리 사업으로의 무게추 이동을 추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에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흑자기조를 안착시킬 때까지의 실적 공백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안정적 실적은 사업구조 전환을 위한 자금 소요 대응, 신용도 유지 또는 상향에 따른 추가 금융비용 부담 최소화 등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 요소다.

오는 10월1일로 출범 2주년을 맞는 SK온은 이미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의 핵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 정유 및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국내 다른 정유사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SK온의 비중은 SK이노베이션의 자금 지출 계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설비투자(CAPEX) 금액을 10조 원으로 삼았는데 이 가운데 80% 이상은 SK온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4~2025년에도 SK이노베이션은 매년 6조 원 이상을 설비투자에 투입할 예정인데 이 역시 공격적 증설에 따른 SK온의 몫이 대부분이다.

SK온은 ‘글로벌 톱 티어(Top Tier)’ 업체로 거듭난다는 목표 아래 연간 세계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2년 88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최소 220GWh, 2030년 500GWh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6일 발간한 ‘코로나 이후 정유산업, 신용도 회복의 필요조건’ 보고서에서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주력 사업인 정유 등에서 배터리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SK이노베이션 고유가에 실적 '청신호', 배터리 흑자까지 정유가 끌고 간다

▲ 10월1일부로 출범 2년을 맞는 SK온은 아직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켄터키주에 지어지고 있는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BlueOvalSK) 1공장. < SK온 >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의 실적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며 “공격적 투자가 신용도 측면에서 부담요인이지만 정유 등 기존 주력사업의 영업창출력 등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은 출범 2년이 지난 지금도 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2분기 출범 이래 최소 영업손실(1315억 원)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올해 안에 흑자전환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은 SK온이 3분기와 4분기 각각 영업손실 1859억 원과 1073억 원을 보며 하반기 전체로는 영업손실 2932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내년 1분기부터는 흑자로 돌아서 연간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SK이노베이션 이익 전망치 상향을 견인하는 배경은 기존 정유 부문”이라며 “SK온은 전방 고객사들의 판매량 둔화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다만 SK온은 이외의 다른 변수 없이 자금조달 기반으로 계획된 투자, 생산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SK온의 흑자전환 시점을 2024년으로 전망한다”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