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가보니, '농가소득 최대 6배'에 기후대응까지

▲ 영남대학교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전경. 왼편에 일반 단면 모듈과 영농형 전용 협소형 양면 모듈, 오른편에 수직형 양면 모듈과 일반 양면 모듈이 구축돼 있다. 양면 모듈은 한화큐셀이 제작했다. <한화큐셀>

[비즈니스포스트]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농민들이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경북 경산시에 자리한 영남대학교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MW급 태양광발전 R&BD 실증단지)를 방문한 13일 정재학 영남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부 교수는 '경제성' 부분을 힘주어 말했다.

이 실증단지는 한국동서발전이 2019년 실증과제를 위해 조성한 곳이다. 이곳에서 동서발전과 정 교수 연구팀은 공동으로 영농형 태양광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영농형태양광을 표준화하기 위한 국책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태양광 전력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농민이 농작물 판매뿐 아니라 전력 생산에 따른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게다가 영농형 태양광은 탄소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하부 농지에서는 벼, 밀 콩, 대파, 포도, 배추 등 일반 작물을 생산하고 상부에서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통해 전력을 얻는다.

농지 위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작물이 햇빛을 덜 받기 때문에 작물 생육에 크게 지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멀리서 바라본 농지는 태양광 모듈로 뒤덮여 있는 것처럼 보여 그 아래에서 작물이 잘 자랄지 우려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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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단면 모듈을 설치한 영남대 실증단지의 영농형 태양광 모습. 태양광 패널 아래 대파가 자라고 있다. 태양광 발전 구조물은 농기계가 지나다닐 수 있는 간격과 높이에 맞춰 설치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그러나 영농형 태양광은 ‘잉여 태양 빛’을 전력 생산에 사용하는 방식이라 작물이 크는 데엔 문제가 없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각각의 작물에는 광포화점이 있다. 광포화점은 생육에 필요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최대 광량을 뜻한다. 일례로 벼는 50klux(킬로럭스), 하루 5시간 정도의 태양광을 받으면 광포화점을 넘는다. 하루에 5시간 넘는 햇빛은 벼 생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여기에 착안해 일조량의 30% 가량을 태양광 발전에 사용하는 구조로 고안됐다. 농경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철거가 용이한 구조물을 활용하고 농기계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3~5m 높이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다.

이 실증단지에는 모두 100kW(킬로와트)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590평의 실증단지에는 일반 단면형 및 양면형 모듈, 수직형 모듈, 한화큐셀이 영농형 태양광 전용으로 개발한 협소형 모듈 등이 구역별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태양광 모듈 밑에서 자라고 있는 벼, 대파 등은 한눈에 보기에도 일반 농지에서 자라는 작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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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부가 발전 설비로 덮힌 영농형 태양광 부지의 작물(오른쪽)과 일반 농지의 작물(왼쪽). 육안으로 보기에도 생육 상태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정 교수 연구팀은 농지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실증하고 있다. 형태별 태양광 모듈을 어떤 비중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농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형 모듈은 수직형 모듈보다 설치 비용이 저렴하고 낮 시간에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태양 빛이 가려져 일부 작물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고 빗물이 한꺼번에 흘러 내려온다는 게 단점이다. 

반대로 수직형 모듈은 작물에 비춰지는 태양 빛을 거의 가리지 않아 수확량이 높다. 또 아침과 저녁의 발전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하루 동안 균등한 발전량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높은 풍압에 견뎌야해 설치 비용이 높고 아침과 저녁이 짧은 겨울에 전력 생산량이 감소한다.

한화큐셀이 영농형 태양광 전용으로 개발한 협소형 모듈은 일반형 모듈보다 면적을 절반 정도 줄여 하부 작물 광합성량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듈 중간중간 나 있는 틈이 눈에 띄었다. 이 역시 광합성량을 일부 증가시킨다. 또 빗물이 모이지 않고 흘러 내려오게 하는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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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큐셀이 제작한 영농형 전용 협소형 양면 태양광 모듈 모습. 일반 모듈과 비교해 면적이 52% 수준으로 작고 빗물이 모이지 않고 흘러 내릴 수 있게 중간에 공간이 있는 투과형으로 제작됐다. <비즈니스포스트>

한화큐셀은 2021년 KS인증 가운데 친환경 고내구성 항목에 관한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한 영농형 태양광 모듈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영남대뿐 아니라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울주군 실증단지, 남해군 관당마을 실증 단지 등 국내 여러 실증단지에 모듈을 공급했다. 

영농형태양광으로는 폭염, 폭우, 태풍, 혹한 등 극한의 기후에서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여름철 지표면 온도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올해 여름처럼 매우 덥고 짧은 기간 비가 많이 내리면 외래종 잡초가 번성하는데 영농형 태양광 부지에서는 잡초가 상대적으로 덜 자란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의 설명처럼 태양광 모듈이 설치되지 않아 햇빛과 빗물을 그대로 받는 일반 농지에는 잡초가 더 많이 자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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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농형 태양광 부지(왼쪽)과 비교해 일반 농지 부지(오른쪽 아래)에 키 큰 외래종 잡초가 자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영남대 실증단지에서는 보리, 양파, 배추, 포도 등을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재배했다. 일반 농지와 비교한 농작물 수확율은 보리가 108%, 양파는 92~104%, 배추는 80~110%, 포도는 96~126%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 작물인 벼를 보면 다른 실증단지인 완주, 가평, 함양, 청주 등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일반 농지 대비) 평균적으로 85%의 농작물 수확율을 기록했다.

한화큐셀은 “농작물의 수확량이 최대 20% 수준 감소하지만 농업 소득을 상회하는 매전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농지 소유자가 지목을 변경하지 않고 농지를 유지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서발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0평의 자기소유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 벼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면 같은 면적의 농지에서 벼농사만 지을 때의 수익(160만 원)보다 최대 6배에 많은 986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농지를 임대해 운영할 때도 395만 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대 실증단지의 실증 결과 2023년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으로 100kW 규모의 영농형태양광을 운영할 때 연간 3천만 원가량의 매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농촌 인구와 농업 소득은 최근 모두 감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쌀 가격은 하락하는 데 비해 비료 가격, 유류비 등은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2년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개 농가의 농업소득은 948만 원으로 2021년의 1296만 원보다 27% 급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촌 인구도 2020년 976만 명에서 2021년 971만 명으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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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농형 태양광 부지의 일반 양면 모듈과 수직형 모듈 사이에서 스프링쿨러가 작동하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전무는 “영농형 태양광은 농촌경제 활성화와 재생에너지 보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솔루션”이라며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한 친환경 모듈을 지속 공급해 농촌을 이롭게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풀어야할 과제도 있다. 현행 국내 농지법 하에서는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가 최장 8년까지만 운영할 수 있어 영농형 태양광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최장 기간인 8년이 지나면 수명이 25년 이상인 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영농형태양광의 경제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현재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2020년 6월과 2021년 11월 영농형 태양광을 위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20년으로 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2021년 3월에는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고 올해 5월에는 영농형 태양광 설치를 위해 농지의 복합이용 개념을 도입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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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학 영남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부 교수(사진)이 영농형 태양광 설명회에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 정 교수는 농민들이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큐셀>

이런 제·개정안 통과에 앞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도해 내년 3월29일 시행을 앞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농촌공간재구조화법)은 영농형 태양광의 보급이 시작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은 장기계획을 바탕으로 농촌지역에 체계적 관리와 지원이 시행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에서는 주거, 산업, 에너지, 경관 등 목적에 따라 지정 가능한 7개의 농촌특화지구를 명시하고 있다. 시장·군수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농촌특화지구를 지정할 수 있고 주민은 주민협정 체결, 주민협의회 운영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지구는 에너지원의 환경친화적 전환 등 탄소중립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시설을 집단화할 필요가 있는 지구를 말한다. 지자체에서 재생에너지지구를 지정해 영농형 태양광을 20년 이상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 교수는 “이 법을 통해 한정적이지만 재생에너지지구에서 영농형 태양광이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77개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도 우선적으로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