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탄소 저감 성과에 과장 의혹, 독일 기후싱크탱크 "오해 소지 있어"

▲  독일 비영리단체 신기후연구소(NCI)가 12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2년 온실가스 저감 성과가 다소 과장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6월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성과가 과장됐다는 해외 기후조사기관의 의혹이 제기됐다.

또 삼성전자가 공개한 협력업체 온실가스 배출 측정치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신기술의 실체도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12일 독일의 비영리 기후싱크탱크인 신기후연구소(NCI)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2021~2022년 스코프1, 2 배출량을 전년 대비 59% 줄였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으나 이는 다소 과장됐으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스코프1은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말하며 스코프2는 전력 사용 등을 통한 간접배출을 포함한다. 협력업체 등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스코프3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30일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삼성전자는 이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관행(BAU) 대비 1016만 톤 감축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보다 59%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NCI는 삼성전자의 2022년 스코프 1, 2 배출량은 재생에너지 인증서가 탄소 배출 감축으로 인정되는 시장기반 정산 방식을 적용해 살펴보면 2021년 배출량 대비 13%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지역별 그리드(전력 네트워크) 배출 요인을 기준으로 전기 관련 배출량을 보고하는 위치 기반 정산 방식을 사용하면 2022년 스코프1, 2 배출량은 2021년보다 1.5% 감소하는 데 그치고 이는 2020년보다는 13% 증가한 것이라고 추산했다.

NCI는 “사용된 정산 방식과 상관없이 스코프1, 2 배출량의 실질적인 추세는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전년 대비 59% 감소와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2022년 온실가스 감축량이 2021년 대비 59% 증가했다고 밝힌 것이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59% 줄어들었다고 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온실가스 감축 산정에 적용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비영리단체 플랜1.5의 권경락 활동가는 “BAU 배출량 대비 감축량을 산정하는 방식이 배출권거래제 등 기존 정부가 진행 중인 규제를 이행하는 수준과 비교한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정부 규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산정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며 “삼성전자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수치는 매우 부풀려진 성과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스코프3 배출량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스코프3 배출량이 1억24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NCI는 “이러한 배출량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조치는 여전히 모호하다”며 “이전과 마찬가지로 재료 재활용 및 에너지 효율성 향상 등에 대한 조치들은 구체적인 단기 약속 없이 비교적 모호한 용어로 제시되거나 그러한 약속의 범위가 특정 제품 라인으로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권경락 활동가는 “삼성전자가 스코프3에 해당하는 간접 배출량을 이번에 처음 공개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해당 배출량에 대한 구체적인 산정 방법과 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 이러한 스코프3 배출량이 제대로 산정되었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탄소 저감 성과에 과장 의혹, 독일 기후싱크탱크 "오해 소지 있어"

▲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활용을 뼈대로 하는 신환경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신기술을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에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공정가스 저감 기술’과 ‘탄소포집 기술 연구’를 통해 탄소배출 감축에 기여할 것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기존에 이미 널리 상용화된 기술인 데다 탄소 감축 기여가 불확실한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온실가스 분해장치인 POU 스크러버의 경우 LG디스플레이 등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상용화해서 적용하고 있는 기술이고 통합 RCS 설비도 LNG 가스 버너를 이용해서 공정가스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미 상용화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제시한 신기술 대부분은 단기간에 활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권경락 활동가는 “삼성전자가 제시한 화학전환 부문 18개 기술, 생물전환 부문 9개 기술, 광물탄산화 부문 7개 기술 가운데 2027년 이전에 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는 기술은 단 한 건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신환경 전략’도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2050년까지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특별한 조치가 없다고 해도 주변 전력망이 스스로 탈탄소화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이룰 수 있는 목표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 에너지 인증서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구조는 비용도 저렴하고 즉시 사용할 수 있겠지만 의미 있는 전환을 이끌어 내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NCI는 “삼성전자는 자사가 운영하는 일부 국가에서 고품질 재생 에너지 조달을 위한 좋은 규제 체계가 부족하여 효과적인 전력 탈탄소 조치를 시행하기 위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회사가 직면한 한계를 투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완료되었다는 절대적인 주장보다 더 건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NCI는 독일에서 결성된 기후분야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기후 변화와 관련한 연구, 정책 설계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개발을 지원한다는 목표 아래 기후정책 및 글로벌 지속 가능성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