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 주식에 지금 투자해도 좋을까. 증권사들은 예외 없이 이 두 회사를 놓고 매수 투자의견을 내고 있다.
무엇보다 실적이 좋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영업이익 1, 2등을 차지했다.
▲ 현대차 노조가 지난 8월23일 오후 울산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현대차 노조> |
양대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업황 악화로 부진해 어부지리로 순위가 올라간 게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물론 '피크아웃(실적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일)'에 관한 우려도 일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당분간 좋은 실적을 꾸준히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세계 주요 시장에서 크고 비싼 차를 많이 팔고 있는 데다 전기차 판매도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 등 큰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한다.
그렇다면 현대차와 기아는 앞으로 꽃길만 걸을 것인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미래에 불안 요소는 없는 걸까.
자국 중심주의가 판을 치는 글로벌 사업 환경은 논외로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늙은 회사'라는 점이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50대 이상 직원의 비율이 절반가량이나 된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는 50대 이상 직원이 43.7%이고 기아는 54.7%다.
이렇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조직 내부의 활력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자동차산업의 큰 흐름에 올라타는데도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물론 현대차와 기아에선 앞으로 몇 년 동안 매해 수천 명의 인원이 정년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의식해 두 회사 노조에서는 제동을 걸고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 두 회사 노조 모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정년 연장을 최우선 카드로 들고나왔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에 맞춰 만 60세인 정년을 64세까지 연장해 달라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 요구를 개별기업 차원에서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전기차 전환 시대에 공정이 단순해지며 필요한 인력이 내연기관차 시대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 노조에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5년 만에 대규모 파업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기아는 2021년과 지난해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잘 마쳤지만 올해는 전운이 감돈다.
증권가에선 파업이 과거 2016~2017년 수준으로 진행되면 현대차에서만 올해 영업이익 1조 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파업을 막기 위해 사측이 임단협 다른 조건에서 양보하면 천문학적으로 비용이 늘 수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지난해부터 정년 연장을 단체교섭의 주요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 연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해도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핵심 요구안으로 들고나올 공산이 크다. 이를 매개로 '평생 찻값 할인' 같이 과도한 퇴직자 복지제도를 더욱 많이 늘려 가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였다가 과도한 퇴직자 복지제도로 결국 파산까지 했던 GM의 길을 현대차와 기아가 그대로 따라 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기아 노조가 31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사진은 기아 광주공장. <연합뉴스> |
현대차와 기아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과도한 퇴직자 복지로 인해 정작 임단협에서 성과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열심히 일해 더 많이 받을 기회가 사라지는 회사에 우수한 인재는 모이지 않는다.
역사적 교훈으로 볼 때 국가는 인구가 고령화하면 쇠락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금 좋은 차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구성원이 젊어지지 않는다면, 이를 통해 활력이 커지고 미래차 시장을 향한 도전 정신이 불타오르지 않는다면 회사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노조와 단체교섭에서 단기적 비용을 치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회사를 젊고 활력 있는 조직으로 바꿔낼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의 미래를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박창욱 산업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