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난항 속 5년 만의 파업전운, 호실적 기조에 제동 걸리나

▲ 현대차가 최대 영업이익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파업이 현실화하면 수익성과 기업가치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 노조가 23일 오후 울산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현대차 노조>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 타결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가 역대 최대 찬성률로 가결되며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3분기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세우며 호실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 파업이 현실화하면 수익성과 기업가치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나온다.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1차회의를 열고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다음달 4일부터 모든 특근과 사내교육을 전면 중단한다.

현대차 노사 교섭은 지난 18일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면서 중단됐다. 노조는 지난 25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88.9%의 역대 최고 찬성률로 가결했다.  

그 뒤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28일 올해 현대차 임단협에서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림으로써 노조는 쟁의권(파업권)을 확보했다.

같은 날 사측은 노조에 교섭 재개를 공식 요청했다.

노조는 다음달 7일 쟁대위 2차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때까지 노조는 파업권을 앞세워 교섭에서 사측을 압박하고 진전이 없으면 2차 회의에서 파업 일정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과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별도요구안에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동해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일단 노조는 바로 파업에 나서지 않고 사측의 교섭 재개 요청에 응했지만 타결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정년 연장을 놓고 노사 사이 입장차이가 크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연령인 65세와 현행 정년 사이에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임직원 가운데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3.7%에 이른다. 노조가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단체교섭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의제로 응답자의 66.9%가 정년연장을 꼽기도 했다.

하지만 사측은 정년연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년 연장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대차가 선제적으로 나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을 위해 잇달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어 전기차시대 경쟁력을 고려할 때 사측이 정년 관련 요구를 수용하기는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임단협 난항 속 5년 만의 파업전운, 호실적 기조에 제동 걸리나

▲ 현대차 노사가 6월13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2023년 임단협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현대차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데다 최근 4년 연속 임단협을 무파업으로 마무리했던 만큼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여느 때보다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의 30% 성과급은 약 2조4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노조가 실제 파업을 벌이면 현대차 노사는 5년 만에 임단협 관련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SUV 등 고부가 차종 중심 판매와 환율효과 등에 힘입어 2분기 4조2979억 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분기기준 영업이익이 4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애초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하반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올해 들어 반도체등 자동차 부품 부족 문제가 크게 해소되면서 생산정상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현대차의 글로벌 재고는 1.3개월로 2021년 이후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데다 지난해 2분기 이후 본격화한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시차를 두고 하반기에 본격 나타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극히 낮은 재고수준과 2012년 수준까지 회복될 물량효과를 고려하면 3분기 호실적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현대차의 수익성은 물론 기업가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라는 공통의 생산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 가운데 노사관리가 앞으로 생산의 주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파업이 실현되고 2016년 및 2017년 파업 중간수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영업이익 손실은 1조 원으로 추정된다"며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파업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노사관리가 주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