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으로는 피해지원 미흡', 민주당 정부·피해자와 제도 보완 나서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개최한 전세사기 피해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 참석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전세사기 특별법으로는 피해지원 절대 안 됩니다. 절대.”

안상미 전세사기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 전세사기 특별법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법이 통과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의 삶은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후속대책을 위해 정부, 국회의원, 전문가, 피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더욱 늘리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피해자들은 현장에서 보이는 전세사기 지원 특별법의 문제점들을 털어놨다. 공무원들은 피해자의 옆자리에 앉아 현재 지원정책 추진현황을 밝히는 동시에 의견을 교환하며 고민했다.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토론회는 정쟁이 아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결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토론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전세사기 피해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허종식 의원, 정무위 소속 윤영덕 의원이 참석했다.

권지웅 민주당 전세사기고충상담센터장은 특별법 이후 당에 접수된 사례를 통해 전세사기지원특별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권 센터장은 “우선매수권은 구분소유가 불가능한 다가구 주택에는 소용이 없다”며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는 취업, 진학, 결혼 등의 이유로 다른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분들도 있는데 특별법은 해당주택을 매입하거나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 보상 후 구상권’ 제도, 국가기관이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매수해 피해금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 등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빠졌던 구제책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임재만 세종대학교 교수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캠코)가 금융기관이 보유한 선순위 부실채권 매입으로 피해자 지원을 늘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임 교수는 “특별법의 피해구제책은 피해자에게 빚을 내서 버티라는 것에 지나지 않다”며 “부실채권 처리 전문 공공기관인 캠코가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할인 매입한 뒤 경매권 실행만 유보해도 해당 주택의 임차인이 계속 거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피해주택 공공매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김남근 변호사는 “시가가 3억 원이 넘는 경우,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돼있는 피해건물 등은 법이나 규정상 LH의 공공매입이 추진되기 어렵다”며 “이런 부분은 국토교통부가 LH와 논의를 통해 공공매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상미 전세사기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현실에서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도 어렵고 피해자로 인정받아 결정문을 수령한 뒤에도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특별법 이후에도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선만 거듭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인천에 살고 있는 피해자인 저도 6월1일에 피해자 신청을 했는데 지금도 피해자로 선정됐는지 결정문이 안왔다”고 밝혔다.

심지어 일부 청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에 관한 해결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당장 중소기업 청년대출을 받은 피해자가 실직을 해 대출연장을 하려했더니 안 된다고 하더라”며 “버팀목대출로 전환해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는데다 무직이니 연대 보증인까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햇다.

그러면서 “신용불량자 된 젊은 피해자들이 많은데 특별법 제정 전이라 소급적용이 안 된다는 논리만 내세울게 아니라 구제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은 정부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지적된 부분들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자세를 보였다.
 
'전세사기 특별법으로는 피해지원 미흡', 민주당 정부·피해자와 제도 보완 나서

▲ 이창원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총괄과장(사진 오른쪽)이 안상미 전세사기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옆에서 정부의 지원대책 실행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창원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총괄과장은 “8월11일 기준으로 특별법에 따른 피해 접수 6800여 건 중에 조사를 마치고 국토부에 넘어온 게 4800건이며 피해자로 인정된 누계는 3800여 건이 된다”며 “피해자 인정결정이 너무 느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서 심사위원회 운영 빈도를 두 배 이상 늘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청 1건당 각종 서류가 제출돼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 있고 담당 직원들은 12시까지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가구주택 피해지원이 잘 안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임차인들끼리 이해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다가구주택이 구제되지 않는다는 주제는 위원회에서 매주 논의했다”며 “다가구주택에는 피해 입은 임차인도 있고 피해 안 입은 임차인도 있어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임차인들끼리 이해관계를 조정해오시면 해결해드리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선순위 임차인은 경매를 못하게 하면 국가가 무슨 권리로 나의 경매진행을 막느냐는 항의전화가 온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안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태훈 금융위원회 거시금융팀장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 신용불량자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팀장은 “(금융위 내부에서도) 신용불량자가 되면 특례보금자리 대출 등을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소급해서 대출 등 전세와 관련된 신용기록을 삭제하도록 함으로써 신용불량자가 되는 걸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세대출이 아닌 다른 대출을 받아 신용도가 떨어진 부분은 금융위에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캠코의 채권매입과 관련해서는 “캠코가 매입하는게 제도화돼 알려질 경우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다음 주에도 전세사기 토론회를 개최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