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나노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도 밀리나, 삼성전자와 속도전 불리해져

▲ 대만 TSMC가 타이중 지역에 2나노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승인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TSMC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미국에 신설하는 반도체공장에 이어 대만에 구축하고 있는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생산라인도 가동 일정에 차질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과 전력 부족 등 문제로 현지 당국에서 건설을 승인받기 어려워지면서 TSMC의 투자 계획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IT전문지 WCCF테크에 따르면 TSMC의 2나노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이 매우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중부 타이중에 구축하려던 2나노 파운드리 생산설비가 8월 말까지 현지 당국 승인을 받지 못하면 예정대로 연내 착공에 들어가는 일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타이중은 TSMC의 첨단 반도체공장이 밀집한 주요 산업단지 가운데 한 곳이다. TSMC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새 공장에 2나노 미세공정 생산라인 도입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타이중시 정부는 아직 공장 건설을 승인하는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한 일정은 이미 여러 차례 늦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WCCF테크는 “TSMC 타이중 공장 건설에 가장 큰 문제점은 수자원과 전력 인프라”라며 “특히 반도체공장에는 상당한 양의 수자원이 필요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이중 당국은 TSMC의 2나노 반도체공장이 지역 거주민의 생활용수와 전력 수급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쉽사리 건설을 승인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은 2021년부터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가뭄으로 만성적인 수자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첨단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인 타이중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많은 비를 몰고 와 대만에 수자원을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절성 태풍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줄어들면서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TSMC는 타이중 이외에 본사가 위치한 대만 북부의 신주에도 2나노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도 마찬가지로 만성적 가뭄 피해를 겪는다.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어도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에 필요한 수자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면 본격적으로 2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하는 시기를 늦춰야만 할 수 있다.

TSMC가 최근 대만 가오슝에 건설하는 구형(레거시) 공정 기반 반도체공장을 2나노 생산설비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신주와 타이중에 신설되는 2나노 파운드리 생산설비가 적기에 가동되지 못 할 가능성을 고려해 기존의 투자 계획을 변경하면서 서둘러 대안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가오슝은 이미 TSMC가 공장 건설에 필요한 대부분의 승인 절차를 거친 지역인 만큼 활용하는 기술을 2나노 미세공정으로 전환하는 일은 비교적 쉬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나노 반도체 생산에는 더 많은 전력과 수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오슝 당국에서도 별도로 이와 관련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WCCF테크는 “TSMC의 가오슝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 변경은 다른 지역의 투자 지연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결국 타이중에 예정되어 있던 투자를 (가오슝이) 대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TSMC 2나노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도 밀리나, 삼성전자와 속도전 불리해져

▲ 2021년 발생한 가뭄으로 대만 난터우에 위치한 호수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난 모습. <그린피스>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하는 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공장의 가동 시기를 당초 예정된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늦춘다고 발표했다.

현지 인력 부족과 수자원 등 인프라 수급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대만 공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TSMC가 목표 시점으로 앞세우고 있던 2025년부터 2나노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기 어려워지거나 초반에 생산 수율이 떨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WCCF테크는 “TSMC가 2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하려면 미리 장비를 갖춰내고 테스트 기간을 거쳐 대량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율 등 문제를 사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2나노 공장 투자가 지연되거나 계획이 변경되는 것은 이러한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TSMC의 2나노 미세공정은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치열한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라는 특징도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TSMC보다 약 6개월 먼저 3나노 반도체 생산에 성공하며 우위를 차지했다. TSMC는 2025년 2나노 양산을 시작해 격차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로 두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도 2025년부터 2나노 파운드리 공정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TSMC의 반도체 생산 일정이  미뤄진다면 삼성전자에 재차 선두를 빼앗기게 된다.

TSMC가 삼성전자와 2나노 반도체 양산 경쟁에서 밀려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 수율 부진 등 문제로 고객사 수주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TSMC의 수자원 공급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에 해당하는 가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만 UDN 보도에 따르면 타이중 시정부는 25일 회의를 열고 TSMC 2나노 반도체공장 건설 승인 문제를 논의한다. 이 날까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투자 지연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자리잡게 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