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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실적 부진에도 공격적 증설, 김연섭 동박 미래 확신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3-08-14 15: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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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실적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서도 글로벌 투자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며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비우호적 업황 탓에 실적 개선 시점도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는 상황이지만 전기차 확산에 따라 장기적으로 2차전지용 동박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 대응으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실적 부진에도 공격적 증설, 김연섭 동박 미래 확신 
▲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7월4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사업비전 및 성장전략’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성장전략을 설명하는 모습.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예상보다 부진한 고객사 수요와 전기료 인상을 비롯한 비용 부담 증가로 본격적 실적 개선 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애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이르면 2분기부터 고객사 수요 회복과 제조원가가 낮은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 상승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지속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982억 원, 영업이익 15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보다 영업이익이 94% 급감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이 75.2% 후퇴한 것이다. 

하지만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긴 실적 부진의 터널을 지나가는 도중에도 기존 수립했던 글로벌 확장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며 선제적으로 생산능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최근 5600억 원을 투자해 스페인 카탈루냐주 몬로이치(Mont-roig del Camp)에 연산 3만 톤 규모의 고성능(하이엔드) 동박 생산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스페인 생산공장의 애초 생산목표치인 연산 2만5천 톤에서 목표치를 20% 상향조정한 것이기도 하다. 이 공장은 스마트팩토리로 지어지는데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연섭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스페인 스마트팩토리는 기존 계획보다 확대된 3만 톤 규모로 증설해 유럽 고객사의 현지화 요구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하이엔드 동박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핵심 거점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차별화된 제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배터리 고객사의 퍼스트 벤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스페인 외에도 해외 곳곳에 생산거점을 구축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현재 6만톤의 동박을 국내 전북 익산(2만 톤)과 말레이시아(4만 톤)에서 생산하고 있다. 올해 말 완공되는 말레이시아 증설분 2만톤과 2025년 완공 예정인 스페인 3만 톤 외에 말레이시아, 스페인, 북미 등에서 도합 13만 톤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8년까지 동박 생산능력을 연산 24만 톤, 현재의 4배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다. 

김 대표는 증설을 통한 양적팽창뿐 아니라 기술력 우위를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목표시장으로 삼고 있는 하이엔드 동박은 6마이크로미터 이하 두께와 고강도(50~60kg/m㎡), 고연신(연신율 12~15%)을 만족하는 제품이다. 연신율은 금속이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을 말한다.

4680(지름 46mm, 길이 80mm의 원통형)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에는 성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의 하이엔드 동박을 적용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신생 배터리제조사들 역시 선도 기업과의 격차 해소와 배터리 성능 개선, 고속 생산 공정을 위해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 동박을 채용할 유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7월4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사업비전 및 성장전략’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업계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초격차 기술력을 지속 확보해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을 동시에 만족하는 하이엔드 제품을 시장에 확대 공급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동박시장의 단기적 부침에도 증설과 기술확보에 여념이 없는 것은 동박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동박시장의 단기적 수급 불균형이 조만간 해소되고 가파른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용 동박 시장은 2021년 27만 톤에서 2025년 75만 톤 규모로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액으로 환산한 시장규모는 2018년 1조5천억 원에서 2025년 10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5~2017년 1%에 불과했던 전기차 보급률도 2022년 13%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보급률 확대 여지가 많은 만큼 전기차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동박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보급률이 2035년 약 9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박시장의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동박시장에서 생존 가능한 선두업체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보는 시각은 변함이 없다”며 “단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성장전략에 변함이 없고 신사업 기대감도 크다”고 바라봤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동박에 세제혜택을 부여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실적 부진에도 공격적 증설, 김연섭 동박 미래 확신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스페인 스마트팩토리 조감도.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
미국 에너지부(DOE)는 최근 동박 원료인 구리를 ‘핵심소재’로 분류하기로 하며 구리를 원료로 하는 동박도 세제혜택을 적용받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동박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제혜택 적용이 현실화된다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북미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연내 미국에 생산공장을 건립할 부지를 검토한 뒤 건설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해외우려단체(FEOC) 규정에 따라 글로벌 동박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국기업들의 북미 진출이 제한되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북미 시장에서 보다 수월하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상 핵심 원자재에 구리를 추가하며 북미 전기차/배터리 밸류체인에서 동박의 중요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동박업체들의 북미시장 내 협상력이 강화되며 완성차/배터리사들과 장기공급계약 체결 확대에 우호적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2년 2분기에 영업이익 252억 원을 낸 뒤 3분기 229억 원, 4분기 151억 원, 올해 1분기 61억 원, 2분기 15억 원 등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뒷걸음질 하고 있다. 

실적 후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장 근본적 이유로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동박시장의 수급 상황이 꼽힌다.  
     
현재 유럽과 북미 배터리업체들의 증설이 지연되고 있어 동박 수요도 정체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비롯한 한국과 중국의 동박 업체들은 증설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동박시장이 동박 제조사에게 비우호적인 공급자 열위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공급과잉의 불리한 상황인 데다 선제적 증설에 따른 고정비 지출 증가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공급자 열위의 동박시장이 단기간에 크게 바뀌긴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동박시장 업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지만 공급과잉이 빠르게 해소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측도 “올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2024년 이후 주요 목표 시장인 북미·유럽 시황 개선으로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사들의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가운데 신규 고객사들의 증설이 지연됐다”며 “동박시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단기간 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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