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변신은 현재진행형, 박정원 ‘대세’ 전기차배터리 사업 확장도 가속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이 기존 주력사업 외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며 그룹의 사업구조 변신을 꾀하며 전기차배터리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겸 두산 대표이사가 기존 주력사업 외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며 그룹의 사업구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박 회장은 그동안 반도체 후공정과 협동로봇 등으로 발을 넓혀 왔는데 근래 주목도가 높아진 전기차배터리 분야로도 사업확장에 속도를 내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두산그룹 안팎에 따르면 그동안 준비했던 전기차배터리 관련 사업들을 본 궤도에 올리는 일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주사 두산은 전자BG(비즈니스그룹)를 통해 전기차배터리용 소재인 패턴플랫케이블(PFC)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패턴플랫케이블 누적 수주가 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패턴플랫케이블은 전기차배터리팩 등에서 기존 와이어링하네스(구리전선)를 대체하는 소재로 회로가 형성된 연성동박적층판(FCCL)에 절연필름을 입힌 뒤 코팅처리해 만든다.

패턴플랫케이블은 전기차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와이어링하네스와 비교해 무게와 부피를 80% 이상 줄일 수 있어 차량 경량화와 원가절감, 주행거리 증대에 유리하다. 

두산 관계자는 “전기차배터리 성능을 개선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배터리 무게를 줄이면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패턴플랫케이블이 최적대안으로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파트너사들과 견고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 일본, 유럽, 북미 등에서 수주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패턴플랫케이블 양산체제를 갖추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하이정성에 패턴플랫케이블 생산라인을 구축해 제품을 양산하고 있으며 생산량을 이전보다 2배 이상 늘리기 위해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두산은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하이정성과 ‘전자소재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패턴플랫케이블 증설과 투자를 위한 협력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하이정성은 두산의 투자가 월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승우 두산 전자BG 사장은 하이정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패턴플랫케이블 사업은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고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하이정성과 사업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변신은 현재진행형, 박정원 ‘대세’ 전기차배터리 사업 확장도 가속

▲ 패턴플랫케이블(PFC)가 적용된 전기차배터리 플랫폼 모형이 진열되어 있다. <두산>

두산그룹의 주축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도 배터리 재활용 자회사를 설립해 전기차용배터리 시장에 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7월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재활용 전문 자회사 두산리사이클솔루션설립을 결정했다. 

법인이 설립되면 두산리사이클솔루션은 상용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2025년 하반기부터 연간 약 3천 톤 규모의 원료를 처리해 리튬을 회수할 수 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가 자체적으로 확보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폐배터리 내부물질을 열처리하고 증류수를 활용해 리튬을 분리한 뒤 결정화 기술을 통해 탄산리튬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기존 추출 방식과 비교해 경제성과 친환경성이 높은 데다 리튬의 순도와 회수율도 높다는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1년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 실증도 마쳤다. 

최재혁 두산에너빌리티 전략/혁신 담당 상무는 보도자료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독자 경영체제를 갖춘 자회사를 설립하게 됐다"며 "경쟁력 있는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빠른 의사결정, 전문성을 더해 사업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꽤 오래 전부터 전기차배터리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박정원 회장은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며 전기차배터리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고 배터리 음극집전체 역할을 하는 전지박을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고 이를 위해 2019년 두산솔루스를 출범시켰다. 

박 회장은 당시 헝가리에 두산솔루스 전지박 공장을 세워 양산체제도 갖춰 놓았지만 두산그룹 재무위기가 겹친 탓에 어쩔 수 없이 두산솔루스를 매각해야 했다. 두산솔루스는 현재 솔루스첨단소재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박 회장으로서는 재무위기 때문에 성장성이 높은 전지박 사업을 포기해야 했던 기억이 아프게 다가왔을 수 있다. 

그런 만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관련 사업들에 관한 집념은 더 강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이 전기차배터리 관련 분야로도 사업을 넓혀나가는 것은 박정원 회장이 줄곧 추진했던 사업구조 개편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박 회장은 그룹 총수에 오른 뒤 주력사업인 에너지기기 사업을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그룹은 2010년대에 글로벌 에너지시장이 석탄화력과 원자력 등 고전적 발전원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흐름에 발맞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박 회장 체제에서 수소연료전지, 가스터빈, 풍력터빈,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의 사업기반을 구축했다. 

박 회장은 주력인 에너지기기 사업 외에 성장동력을 확보할 신사업 육성에도 공을 들여왔다. 

박 회장은 두산을 통해 반도체 테스트기업 테스나를 인수해 2022년 두산테스나로 새로 출범시켰다. 박 회장은 두산테스나를 반도체 테스트 분야 글로벌 톱5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놓았다.  

이밖에도 박 회장은 두산의 사업자회사 두산로보틱스(협동로봇),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물류자동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수소드론, 물류용 수소로봇 등) 등을 통해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기업공개(IPO)도 앞두고 있다. 6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만큼 올해 안에 상장작업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공개가 추진되면 두산로보틱스의 몸값은 2조 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은 과거 소비재 위주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었지만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2003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합병하며 중공업기업으로 탈바꿈한 이력이 있다. 

2000년대가 두산그룹이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한 시기였다면 2010년대 후반부터는 두산그룹이 친환경에너지와 첨단사업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새로운 변신을 진행해 나가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이 될 기술과 제품을 향한 자신감을 갖고 그룹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의지로 제품과 기술을 다져나가자”며 “사업모델 발굴, 새로운 시장 진출 등에 적극적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재무체력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재무구조 강화에 계속해서 힘을 기울여 나가자”고 강조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