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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8월]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악재에 민감해진 증시 영향은

조태진 기자 tjjoso@businesspost.co.kr 2023-08-0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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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영국의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2011년 8월 5일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동일하게(AAA→AA+) 적용한 이후 처음이다.
 
[데스크리포트 8월]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악재에 민감해진 증시 영향은
▲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평가 등급을 하향조정하며 금융시장에 적잖은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 Fitch Ratings >

피치는 보고서에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한다"라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피치는 특히 미국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이를 마지막 순간에야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비슷한 등급을 받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지배구조가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바이드노믹스'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계속되는 경제 성장, 양호한 고용 시장, 둔화하는 물가상승률이 경기침체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는 만큼 등급 하향 시점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국가 재정문제를 바로 잡는 바이드노믹스 홍보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12년 만의 국가등급 강등을 놓고 충격에 휩싸인 미국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출을 겨냥해, 민주당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간 공화당의 부채한도 관리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피치의 강등 조치는) 전적으로 부당하다”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융시스템을 보유한 것을 바탕으로 미국 국채가 현저하게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시장은 우려스러운 신호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2011년의 상황이 오버랩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S&P500 지수는 2011년 7월 22일 고점인 1345포인트에서 2011년 8월 10일 1099포인트까지 16.7% 떨어진 바 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현지시각으로 1일 뉴욕증시가 혼조세를 보인 와중에 피치의 결정이 전해지면서 선물 지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더니 다음 날 다우존스30산업지수를 위시해 주요 지수가 일제히 1% 이상 하락했다.

한국 주식시장도 비우호적인 영향권에 접어들고 있다. 코스피지수도 2011년 8월 1일 2172포인트에서 22일 1711포인트까지 21.2%나 하락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1일 2667포인트로 8월의 첫 거래일을 기분좋게 시작했지만, 피치의 결정이 전해진 2일 2616포인트로 주저앉더니 3일에는 장중 2590선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2011년과의 연관성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부쩍 나빠진 국내 증시 체질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일 긴급 보고서를 통해 12년 전 'S&P 쇼크' 때와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데스크리포트 8월]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악재에 민감해진 증시 영향은
▲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하며 금융시장에 쇼크가 전해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피치의 신용등급 조정은 2011년과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합뉴스>

이승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2011년의 경우 경기모멘텀 약화와 재정위기 확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올해는 선진국들의 재정정책 초점이 국가채무 속도 조절에 맞춰져 있고, 국내의 경우도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2011년과 같은 시장 단기 급락이 재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취약해진 수급이 검증안된 악재에도 휘둘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전제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견조한 2분기 어닝시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이탈 등 유동성이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었다"며 "2차전지 테마를 중심으로 한 개인의 단기 과매수가 지수를 견인했던 만큼 일시적인 수급 공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 부담 요인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올해들어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던 외국인은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궤를 같이하며 국내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7월 금리인상 단행이 가시화되던 시점부터다. 

실제 코스피시장에서 1월부터 5월까지 13조3900억 원을 어치를 순수히 사들였던 외국인은 6월 이후 2조 9185억 원 순매도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물량을 사실상 대부분 소화했던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지속성은 장담하기 어렵다.

7월 28일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쌓인 미수금 규모는 7733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테마주를 중심으로 한 개미들의 '빚투'는 언제든지 수급 부메랑 요인이 될 수 있다. 조태진 금융증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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